수백만 이용자 업고…인터넷 카페들 기업 변신

/조선일보DB

야놀자(숙박 정보 공유), 중고나라(중고 물품 거래), 맘스홀릭(육아 정보 공유)….

2000년대 인터넷을 주름잡던 카페나 커뮤니티(동호회) 사이트들이 기업으로 변신해 사업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회원 간 정보 공유 차원을 넘어서 숙박 예약, 취업 교육 사업, 육아용품 판매 등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수익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 1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한 기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매출 700억원 돌파… 기업으로 변신한 인터넷 카페

인터넷 서비스 ‘중고나라’를 운영하는 큐딜리온은 지난달 서비스 가입자 1500만명을 돌파했다. 스마트폰 앱 사용자도 500만명을 넘어섰다. 하루 거래량만 해도 10만건이 넘는다. 2년 전 법인 등록한 큐딜리온은 2003년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서 출발했다. 이 회사는 작년 말 벤처캐피털 슈프리마인베스트먼트 등에서 100억원 투자를 유치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내년에는 해외 중고거래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승우 대표는 “큐딜리온은 현재 광고로 연간 10억원 안팎 매출을 올린다”면서 “한국식(式) 중고 거래 모델을 들고 동남아시아, 중국 같은 해외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숙박 중개 업체 야놀자는 올해 매출이 700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작년 매출(367억원)에서 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올 4월에 SL인베스트먼트와 같은 벤처캐피털에서 150억원을 투자받았다. 이 회사는 국내 O2O(온라인·오프라인 연계 사업) 분야에서 매출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른 기업 중 하나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전국 1만1500여 숙박업소를 예약할 수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에는 중국인 관광객 전용으로 중국어 버전인 ‘야왈바’를 선보이며 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야놀자는 본래 2005년 포털 다음의 인터넷 카페였던 ‘모텔투어’에서 출발했다. 모텔투어는 모텔 아르바이트생, 이용자 등이 후기를 올리던 커뮤니티였다. 야놀자 이수진 대표는 이 카페 운영진이었다가 회사를 창업했다.

취업뽀개기는 인하대, 백석대 등 50여 대학과 연계해 취업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자기소개서 작성 요령, 면접 노하우 등을 알려주는 동영상 강의도 제공한다. 이 회사도 국내 최대 취업 준비 커뮤니티인 동명(同名)의 인터넷 카페가 기업으로 바뀐 사례다. 이 회사 김기태 대표는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50% 정도 늘어난 30억원대”라며 “앞으로 취업 관련 모든 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취업 종합 기업으로 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200만명이 넘는 유아맘(자녀가 있는 엄마를 지칭) 커뮤니티인 맘스홀릭도 맘스클럽이란 기업으로 변신했다. 각종 육아·출산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에서 벗어나, 유아·출산용품 중고 거래를 중개하고, 임신부·초보 엄마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수백만명 이용자 기반해 한발 빠른 성장

인터넷 카페에서 출발한 기업은 법인 설립 때부터 수백만명 이상 이용자를 보유해 다른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보다 한발 빠른 성장이 가능했다. 스타트업의 성공 첫 관문인 ‘이용자 수 확보’를 시작 때부터 갖고 출발한 것이다. 야놀자 이수진 대표는 “520만 이용자와 방대한 숙박업소 사용 후기 콘텐츠는 커뮤니티에서 기업으로 전환한 뒤 제휴 숙박업소를 1만개 이상으로 빠르게 늘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또 이런 카페에 모인 사용자들이 특정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도 장점이다. 광고부터 교육·상거래 중개 등으로 사업을 확대할 때 타깃 계층을 명확하게 할 수 있다. 한양대 한상린 교수(경영학)는 “대형 인터넷 카페들은 수백만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면서 검증 단계를 거친 것”이라며 “인터넷 카페의 기업화는 스타트업의 좋은 성공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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