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원 모바일닥터 대표(44)는 “병원에서 안절부절하는 부모들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모바일닥터는 어린이 체온관리서비스 애플리케이션(앱) ‘열나요’를 운영한다. 생일, 성별, 몸무게, 체온 등을 입력하면 의사들이 직접 작성한 맞춤형 열 관리 정보를 받을 수 있다.
옛날과 달리 곁에 경험 많은 연장자가 없는 초보 엄마 아빠들에게 아이의 ’열’은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다. 바로 이들에게 모바일닥터는 실질적으로 유용한 정보를 준다. 처음 체온을 입력하면 시간이 지날 때마다 ‘아이 열을 잴 시간입니다’라고 알려주고 경과를 분석해 열 내리는 방법을 새로 제안한다. 의사에게 아이의 구체적 상태를 알려줄 수 있도록 예방접종, 항생제 복용, 병력 등도 기록할 수 있다. 이 앱은 지난해 11월 나왔는데, 3~5세 아이를 둔 엄마들에게 특히 높은 호응을 얻었다. 지금까지 누적 다운로드 20만 건을 넘었다. 별다른 마케팅 없이 육아 인터넷 커뮤니티 입소문만으로 이룬 성과다. 무엇보다 재방문 비중이 50%가 넘는다는 게 고무적이다.
신 대표는 “급한 마음에 인터넷 이곳 저곳을 뒤지며 의료 정보를 찾지만 부정확한 게 너무 많다”며 “믿을 수 있는 정보와 체계적 기록으로 아이들 건강을 지키고 싶었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말할 자격이 있다. 그는 의사다. 서울대 의대에서 가정의학을 전공했다. 2006년 전문의가 됐다. 남 부럽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었지만 다른 길을 택했다. 신 대표는 “병을 고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진짜 의료라고 생각했다”며 “직접 실행해 옮기고자 병원을 나왔다”고 말했다.
병원 문을 나서 찾은 곳이 방송사였다. 다양한 의학 정보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기 쉽게 전하고 싶었다. 문화방송 의학전문기자로 선발돼 ‘방송하는 의사’로 열심히 활동했다. 그러다 방송사 파업 이후 저널리즘을 고민하다 기자의 길을 접었다. 다시 병원으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한 제약회사에서 임원 자리를 제안받았지만 그 길도 아니라고 봤다. 급격히 확산되는 스마트폰이 그의 발을 자꾸 붙잡았다. 새로운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모바일 의료 서비스였다.
2년 간 시장 조사를 마치고 2013년 신 대표는 중소기업청 자금을 지원받아 모바일닥터를 설립했다. 처음 내놓은 게 모바일 채팅으로 의료 상담을 하는 서비스였다. 병원에 가지 않고 의사들과 실시간 채팅을 통해 병원에 가야할 지, 약만 먹어도 좋은 지 등을 상담하는 서비스였다. 일종의 원격 의료 서비스인 셈이어서, 소아과 의사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검찰 고발까지 당하며 논란이 커지는 바람에 결국 서비스를 중지했다. 그 다음 내놓은 게 바로 ‘열나요’다. 실시간 상담 기능을 빼고, 미리 준비한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다. 신 대표는 “전문의 입장에서 보면 엄청나게 대단한 정보를 주는 건 아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들 반응이 나오는 걸 보면, 그동안 의료 서비스가 부족했다는 걸 체감한다”고 말했다.
모바일닥터는 기세를 몰아 국외 진출도 준비중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그룹인 중국 알리바바가 그 가능성을 인정해줬다. 지난달 알리바바가 주최한 스타트업 경연대회 ‘알리바바 클라우드 스타트업 콘테스트’ 한국 예선에서 1위를 차지했다. 본선은 지난 16일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중국 항저우에서 열렸다. 중국이 10개 팀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의 모바일닥터 외에 미국, 프랑스, 홍콩, 아랍에미리트 등 전세계 18개 팀이 참여해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여기에서 동상을 수상했다. 신 대표는 “전 세계 수 천개 스타트업들이 모여 겨룬 대회에서 수상하며 경쟁력을 인정받았다”며 “향후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미 중국어·일본어 버전을 만들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앞으로 3년 내에 국내외를 합쳐 500만 다운로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보험사·제약사·의료기기업체 등과 협업하고는 수익 모델도 구상 중이다. 신 대표는 “엄마들이 아이 걱정으로 밤 새는 일이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오찬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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