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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한국 해운업 구조조정, '자산매각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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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매출 2조2699억원, 영업이익 2238억. 4년 연속 2000억원 이상 영업이익 달성.'
장기간 지속된 해운업 불황에도 자동차운반전문 해운사 '유코카캐리어스(EUKOR Car Carriers)'가 최근 올린 성적이다.

유코카캐리어스는 한국 해운업 구조조정의 그림자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현대상선은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은 후 유동성 위기에 처했다. 당시 정부는 외환 확보를 위해 모든 기업들에게 '200% 이하 부채비율'을 맞출 것을 요구했다. 다른 산업에 비해 부채비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해운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현대상선은 정부 요구에 따라 자동차수송선사업부 매각을 결정했다.

결국 스웨덴 해운사 발레니우스와 노르웨이 빌헴슨, 현대차 및 기아차의 컨소시엄이 2002년 현대상선의 자동차사업부를 인수해 유코카캐리어스를 만들었다. 유코(EUKOR)는 유럽(EU)과 한국(KOR)의 합작법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유코카캐리어스는 현대·기아차와의 안정적인 운송계약으로 해마다 1000억~2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전형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센터장은 지난 19일 열린 '해운시황 세미나'에서 "유코카캐리어스는 자산매각 일변도로 진행된 한국 해운업 구조조정의 '역설'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현대상선은 자동차전용선 사업부를 1조4000억원에 매각했다. 유코카캐리어스는 2002년부터 2015년까지 1조4189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올렸다. 같은 기간 현대상선의 순손실 누적액은 1조4019억원. 자동차전용선 사업부를 매각하지 않았으면 현대상선의 손해를 메꿀 캐시카우였다.

이같은 자산 매각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2009년 이후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주는 벌크전용선사업부, 액화천연가스(LNG)사업부 등을 매각해왔다. 특히 양대 선사의 벌크전용선사업부를 인수해 만든 '에이치라인해운'은 제 2의 유코카캐리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는 2014년 한진해운 벌크전용선사업부를 인수, 에이치라인해운을 출범시켰다. 2015년 매출 5860억원에 영업이익 132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3월에는 현대상선 벌크전용사업부마저 인수해 규모를 늘렸다.

전형진 센터장은 "선박은 해운업의 근본적인 경쟁력이다. 과도한 자산매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가 단순화됐다"며 "주력사업인 컨테이너서비스 손실을 커버할 수 있는 안전판을 상실해 유동성 위기가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실상 컨테이너부문만 남은 현대상선이 국적선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eco@fnnews.com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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