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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대형건설사 구조조정 '칼바람'…갈 곳 잃은 엔지니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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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서울=뉴시스】김민기 기자 = "프로젝트가 거의 끝나가는 데도 재계약 이야기가 나오질 않고 있어요. 이대로라면 올해가 가기 전에 다른 회사를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A 대형 건설사 임원)

"회사가 구조조정 이야기는 꺼내고 있지 않지만 내부적으로 조직 개편도 잦고, 신입 사원도 뽑지 않고 있어 자연스레 인력 감축 이야기가 직원들 사이에 돌고 있습니다."(B 대형 건설사 직원)

저유가가 장기화되면서 신규 플랜트 사업이 끊기자 건설·엔지니어링 업계도 올해 연말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국내 주택 시장이 호황을 거듭하며 건설사들의 해외 사업 손실을 막아주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이마저도 불투명하다보니 인력 감축 등으로 위기를 타계한다는 전략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 대우건설, 삼성물산 등 국내 시공능력평가 5위권 이내의 대형건설사들이 올해 안으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거나 진행할 예정이다.

이미 대형건설사들은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도 재계약을 하지 않는 임원을 늘리거나, 정규직 직원이 하던 업무를 계약직으로 돌리는 등의 우회적인 인력 감축을 진행했다.

실제 삼성물산을 제외한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 중 현대건설과 포스코건설 등 6개사가 지난 1년 동안 정규직원의 수를 줄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SK건설의 정규직은 총 442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824명 보다 395명 줄었다. 현대건설의 정규직은 4488명으로 259명 감소했고 GS건설의 정규직은 5625명에서 5421명으로 204명 줄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플랜트 시장이 위축되다 보니 신규 인력을 뽑지 않거나 정규직 대신 계약직으로 대체하고 있다"면서 "희망퇴직 등의 구조조정도 비용이 들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인력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전했다.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삼성물산이나 포스코건설, CEO가 바뀐 대우건설의 경우는 아예 구조조정을 통해 인력을 대폭 줄이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그룹차원의 구조조정에 발맞춰 이달 중 500명 규모로 감원할 예정이다. 감원 규모는 계약직을 포함해 전체 5350명인 직원수의 10% 가량이다. 포스코건설은 올 상반기에만 177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포스코건설은 자회사인 포스코 엔지니어링도 매각할 계획이다. 포스코엔지니어링은 매각에 앞서 4일부터 희망퇴직을 접수받고 임직원 1000명의 절반이 넘는 600여명을 줄일 전망이다.

박창민 전 현대산업개발 사장을 새 사장으로 선임한 대우건설도 본격적인 인수합병(M&A)을 앞두고 다음달로 예정된 정기 인사에서 대규모 조직개편과 희망퇴직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내부 발전·플랜트 부문 조직을 합병하고 수주가 부진한 해외 쪽 인력을 축소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물산은 이미 지난해부터 상시 인력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7952명이던 인력은 올 상반기 기준 7084명으로 900여명 가까이 줄었다. 최근 주택사업부를 아예 없애고 팀제로 개편했고, 플랜트와 발전조직도 통합할 방침이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인력을 줄이는 이유는 대형 건설사 매출의 60~70%나 차지했던 해외건설이 중동의 저유가 여파로 인해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현재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184억달러로, 연간 수주액도 300억달러에 그칠 것으로 보이면서 2006년(165억달러) 이후 10년만에 최악의 수주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GS건설, 대림산업 등도 연말에 조직개편 등을 저울질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통합 엔지니어링센터 설립을 검토 중인데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설계 인력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GS건설은 기존 플랜트 설계 인력을 주택사업부로 전환하는 등의 내부 인력 재배치를 진행할 계획이다. 대림산업도 해외 플랜트 쪽 신규 채용을 줄이고 자연스레 인력 감축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처럼 대형사들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3~4년 전만해도 몸값이 높았던 해외플랜트 인력들이 시장에 대거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향후 한동안 중동 시장의 침체가 회복될 기약이 없어 이들 인력들이 중국이나 글로벌 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중동 시장이 좋을 때는 건설사들이 앞다퉈 설계 인력을 늘리다가 기업이 어려워지자 이들을 모두 내보내고 있어 고급 인력들이 갈 곳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에 국내 고급 설계 기술을 원하는 중국 등의 기업으로 이직을 알아보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km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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