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스마트폰 동시 부진으로 실적악화·대규모 감원
모토로라 인수 효과 없어..세계 PC1위 자존심 추락
양위안칭 CEO "시행착오일 뿐..축적된 기술력으로 조만간 삼성 추월할 것"
[베이징= 이데일리 김대웅 특파원] 지난 2005년 IBM PC 사업을 인수한 뒤 세계 최대 PC제조업체로 성장한 중국 레노버(lenovo)가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며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재작년 모토로라를 인수하며 승부수를 띄웠지만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으며 오히려 모토로라가 짐이 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급기야 레노버는 6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고 최근 대규모 감원에 나섰다.
레노버는 지난달 고성능 카메라를 탑재한 새 스마트폰을 공개했지만 시장 반응은 아직 갸우뚱하다. 하지만 양위안칭(楊元慶) 레노버 회장은 결국 스마트폰으로 ‘끝장’을 보겠다는 심산인 듯하다. 그는 스마트폰 분야에 투자를 더욱 늘리며 시장 석권을 자신하고 있다. 양 회장의 이같은 선택이 향후 ‘뚝심’으로 인정받게 될 지 아니면 ‘고집’으로 전락하게 될 지 전 세계 IT 업계가 레노버의 미래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 실적부진에 감원·자산매각까지..PC공룡의 질식 위기
지난달 말 중국 언론들은 레노버그룹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총 1100명의 인적 구조조정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레노버 측은 “감원되는 업무의 대부분은 레노버와 모토로라 사업부 간 전략적 통합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레노버의 이같은 감원은 스마트폰 사업 부진에 따라 지난해 3000여명을 정리한 지 약 1년 만에 또다시 이뤄지는 것이다. 레노버는 지난해 8월부터 착수한 구조조정에 약 6억달러(약 6600억원)를 투입하고 스마트폰 재고의 상각 처리에 3억달러 가량을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급격한 실적 악화에 따른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지난 5월 레노버는 2015년 회계연도(2015년 4월~2016년 3월) 실적 보고서를 통해 1억2800만달러(약 14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6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 1분기(4~6월)의 총매출도 전년대비 6% 감소하는 등 부진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기존 주력사업인 PC와 신규 사업인 휴대폰의 부진이 겹치면서 발생한 결과다. PC 분야는 세계경기 침체와 스마트폰에 밀려 수익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14년 모토로라를 28억달러에 사들이며 공을 들여온 스마트폰에서도 레노버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레노버는 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5.4%의 점유율(판매대수 기준)을 기록하며 삼성전자, 애플, 화웨이, 샤오미에 이어 5위를 차지했지만 이마저도 대부분 저가 모델 위주인 탓에 수익성이 극히 저조했다.
이렇자 중국 최대 민영기업이라는 타이틀도 화웨이에 빼앗겼다. 최근 중국공상연맹이 발표한 ‘2016 중국 500대 민영기업’ 순위에서 지난해 1위였던 레노버는 4위로 밀려났다.
급기야 보유하고 있던 자산을 대거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레노버의 모회사인 레전드홀딩스는 지난달 산하 부동산개발업체인 룽커즈디(融科智地)가 보유한 41개 기업의 주식과 채권, 42곳 부동산의 소유권을 약 2조3000억원에 매각키로 했다.
레노버의 부동산 자산 매각은 올 들어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레노버 측은 올해 초 “비핵심 운용 자산 현금화로 PC 등 소비제품과 서비스업 분야 투자자금을 확보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부동산 자산 매각에 속도를 올려왔다. 이같은 자산 매각에 올 1분기 순이익이 전년대비 64%가 증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레전드홀딩스 이익의 40% 이상이 부동산 수입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영업실적이 부풀려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 양위안칭 “모토로라 인수 후회 없어..애플·삼성 꺾을 것”
하지만 스마트폰 강자로 우뚝 서기 위한 레노버의 꿈은 여전히 확고하다. 그동안 판매 전략상 다소의 시행착오를 겪었을 뿐 모토로라가 지닌 기술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레노버는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 가전박람회 ‘IFA 2016’에서 모토Z 시리즈 신제품을 비롯해 고품질의 사진촬영을 가능케 하는 모듈형 액세서리인 ‘핫셀블라드 트루 줌(Hasselblad True Zoom)’을 공개했다. 명품 카메라업체 핫셀블라드와 협업해 탄생시킨 제품으로 고성능 카메라가 장착된 것이 특징이다. 최대 50시간 지속 가능한 배터리 수명도 장점으로 꼽힌다.
양 회장은 이번 신제품 시리즈에 대해 “그동안 장기간에 걸쳐 축적된 깊이 있는 기술이 순식간에 발휘된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모토로라 인수에 대해서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IBM 인수 초기에도 연간 2~3억달러의 적자를 내는 등 손해가 컸지만 현재 IBM의 대표 브랜드인 씽크패드(ThinkPad)가 레노버의 최대 효자 품목으로 자리잡은 것과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양 회장은 “스마트폰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판매채널 구축 등 몇 차례의 시행착오가 있었다”며 “기술과 제품에서 장기간에 걸쳐 쌓아온 저력이 있기 때문에 조만간 레노버 휴대폰의 부흥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미국 네바다주(州)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렸던 ‘북미가전쇼(CES)’에서 삼성과 애플을 꺾고 스마트폰 세계 1위 업체가 될 것이라고 큰 소리쳤던 양 회장이 권토중래(捲土重來)에 성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