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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후판, 생산 조정 검토 필요” 철강 구조조정 최종 보고서, 업계는 “다이어트 하는데 밥솥 없애라는 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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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협회의 의뢰로 철강 구조조정 방안 연구용역을 맡은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이 28일 최종 보고서를 내놨다.

핵심 쟁점이었던 후판은 선박 수주 급감에 따른 수요 감소로 생산 조정 검토가 필요하다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국내 철강사의 후판 설비 공장 7개 가운데 3개를 줄여야 한다고 제시했던 중간 보고서 내용이 최종 보고서에도 그대로 유지됐다.

후판은 두께가 6㎜ 이상인 두꺼운 철판으로 선박이나 건설용 철강재 등에 주로 쓰인다. 국내에는 포스코가 4개, 현대제철이 2개, 동국제강이 1개의 후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7개 공장의 후판 생산 능력은 총 1200만t에 달한다.

한때 국내 조선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후판 수요가 급증했지만 조선업 침체로 수요가 감소한 데다 값싼 중국산의 공세까지 더해지면서 공급과잉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보스턴컨설팅은 후판 수요가 지난해 920만t에서 2020년 700만t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후판 관련 업계는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후판 생산량은 900만t으로 이미 업계 자율적으로 생산량을 줄여왔다”면서 “생산설비를 감축하거나 폐쇄하면 중국산 수입물량만 늘어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중국산 후판 수입물량은 250만t이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다이어트를 위해 먹는 양을 줄이면 되는데 밥솥이나 밥그릇까지 없애라는 격”이라며 “설비감축과 폐쇄는 고용에 대한 문제와 설비 매각의 대상이 해외라는 점에서 국가산업 경쟁력 저하를 불러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중에 수요가 늘면 공장 짓는 비용이 더 늘어난다”고 말했다.

보스턴컨설팅은 후판 외에 강관도 구조조정 대상으로 꼽았다. 강관의 경우 다수의 중소업체 난립으로 인한 경쟁심화로 기업활력법 등을 통한 기업간의 자발적 재편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최종 보고서는 또 냉연강판 등 판재류의 경우 원가 및 품질경쟁력이 세계 최고수준이나, 향후 미래소재 개발 및 수출기반 확대를 통한 경쟁력 제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고, 봉형강은 건설 특수로 수익성이 개선되었으나 펀더멘털이 취약해 스케일 기반의 수익성 개선과 철강재 안전 규격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보스턴컨설팅은 “글로벌 철강수요는 향후 2030년까지 연 1%대의 저성장이 예상되고, 중국이 생산능력을 축소한다고 해도 2020년에 7~12억t의 조강생산능력 과잉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종 보고서는 이에 따라 향후 경쟁력 강화를 위하여 밸류 체인(Value Chain)의 디지털화를 통한 운영효율성을 강화하고 신강종, 신소재 개발을 확대하여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사업재편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철강협회는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과 수요 위축에 따른 국내 철강산업의 어려움이 가중됨에 따라 글로벌 관점에서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력을 진단하고 지속성장 방안을 모색하고자, 지난 5월 보스톤컨설팅그룹에 의뢰해 컨설팅을 추진했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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