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7 (월)

한진해운 주주들, 최은영 회장에 손해배상 소송할까?··· 구조조정 속 파장 확산

댓글 2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결과가 나올지 몰랐다”

지난 9일 국회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에 참석한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이 눈물을 흘리면 한 말이다. 회사가 자율협약을 신청하기 이틀 전 30억원의 주식을 모두 팔아치웠던 대주주는 자신이 버리고 나온 회사가 어떤 상황에 처할지 정말 몰랐을까?

최은영 회장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팔아 손실을 회피한 혐의로 현재 검찰 조사 중이다. 자본시장법 443조 1항은 ‘(상장법인의 업무 등과 관련된 미공개중요정보를 특정증권 등의 매매, 그 밖의 거래에 이용하거나 타인에게 이용하게 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그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 또는 회피한 손실액의 1배 이상 3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에 처한다’고 했다. 이어 2항은 회피한 손실액이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인 경우에는 가중처벌(3년이상의 유기징역)한다고 했다.

최은영 회장은 지난 4월 6일부터 20일 사이 본인과 두 딸의 한진해운 보유 주식 90만7927주(시가 약 30억원 해당)를 팔아치웠다. 이틀 뒤인 22일 한진해운은 채권단에 자율협약을 신청했고 이 과정에서 최은영 회장이 회피한 손실액은 약 10억원으로 추정된다.

경향신문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눈물을 흘리며 답변하고 있다./권호욱 선임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업구조조정 속 제2의 최은영 나올지도

전문가들은 앞으로 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회사의 자율협약과 법정관리 과정에서 최은영 회장과 같은 일을 벌이는 대주주가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우찬 경제개혁연구소 소장은 “내부자거래에 대한 국내 규율이나 법원에서 실제 판결하는 모습을 보면 한국의 제도나 집행 현장에 대한 의문이 든다”며 “앞으로 기업구조조정이 가시화해 기업의 자율협약이나 법정관리가 늘어나면 이 같은 사례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이다. 제도를 개선하지 않으면 지금 상황으로는 대주주가 오늘이나 내일 주식을 팔아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대주주의 비도덕적 행위를 막기 위해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사람에 대한 형사 처벌을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소액주주들의 민사소송을 통한 손해배상 사례를 축적시킬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사 소송으로 거액 배상금 물게 해 경각심 줘야”

그러나 내부자의 미공개 정보 이용으로 손해를 본 소액주주가 그 피해를 입증하기란 쉽지 않다. 김광중 법무법인 한결 변호사는 “법정형은 높지만, 사실상 처벌은 낮은 상황에서 민사 쪽에서라도 실효성 있는 책임 부과가 있다면 사회적인 인식도 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피해자가 피해를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선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송성현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 역시 “한국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대주주에 대해서 주주들이 민사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하는 일이 아직 흔치 않다. 손해를 입증하는 것이 꽤 어렵기 때문”이라며 “다만, 이런 문제는 민사 소송으로 해결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형사처벌이라면 사실 벌금 액수가 한정돼 있다. 최은영 회장의 손실 회피액이 10억이라면 최대 30억원 정도인 식이다. 민사 소송을 통해 거액의 배상금을 물게 해 다시는 이런 일을 하면 안 된다는 경각심을 기업 임직원들에게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를 어느 범위까지 한정할 것인지도 논의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일단, 최은영 회장이 판 주식을 매수한 사람들을 피해자로 규정할 수 있다. 다만, 이렇게 좁게 해석한다면 누가 최은영 회장의 주식을 샀는지 밝혀야 하는데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 이 때문에 피해자를 넓게 해석해 최은영 회장이 주식을 매도한 기간에 한진해운의 주식을 거래한 모든 사람을 피해자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송성현 변호사는 “미국은 이런 경우 피해자를 넓게 해석한다. 하지만, 한국은 이에 대한 합의가 돼 있지 않아서 피해자들도 자신이 정말 피해자인지 알지 못해 민사 소송을 진행할 생각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광중 변호사 역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법 주식 거래는 투자자 개인에게도 영향을 미치지만 주가 형성에도 영향을 미치고, 크게는 주식시장의 공정성도 저해한다”며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있는 대상에게만 배상을 한다는 것이 사실상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피해자 범위를 넓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경향비즈 바로가기], 경향비즈 SNS [페이스북]
[인기 무료만화 보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