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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다른 공무원 공제회, 현직은 영리업무 참여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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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교직원·군인·경찰공제회 등

공무원법 규정 따라 겸직 금지

정부지원 받는 대신 외부감사 받아

양우회 베일에 가린 운용

투자손실 줄일 지침 여부도 의문


현직 공무원이 직접 영리업무를 담당한다. 국민 세금이 지원되는데 회계감사 내용이 베일에 싸여 있다. 국가정보원 직원 공제회 격인 사단법인 양우회가 다른 공무원 공제회와 다른 점이다.

양우회가 여타 공제회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영리업무에 현직이 참여한다는 사실이다. 현직 공무원이 회원인 다른 공제회는 자산운영과 영리업무에서는 철저히 회원의 관여를 배제한다. 국가공무원법 64조(영리 업무 및 겸직 금지)는 ‘공무원은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하지 못하며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 직원도 국가정보원 직원법(18조)에 따라 영리 업무가 금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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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경찰공제회 건물 모습.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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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공제회는 ‘경찰공제회법’에 의해 경찰조직과 완전히 분리된 법인이다. 당연히 영리업무는 현직 경찰이 아닌 민간인 운영진이 맡는다. 경찰도 국정원처럼 광범위한 국내정보를 수집·관리하는 조직이다. <한겨레>가 “경찰의 국내정보가 투자활동에 활용될 가능성이 없냐”고 묻자 경찰공제회는 “공제회 임직원에 현직 경찰이 전혀 없다”며 “(경찰과) 별개의 조직인데 경찰이 ‘다른 조직’에 정보를 주지 않는다”고 밝혔다. 회원인 현직 경찰들 중에 일부가 대의원이 되는데 이들은 이사장 선출, 예결산 승인 등의 운영방향 결정에만 참여할 뿐이다.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5대 공제회인 교직원·군인·경찰·지방행정·소방공제회 등 모든 공무원 공제회가 이처럼 현직 공무원인 회원이 영리업무에 관여하지 못하게 하는 ‘차단벽’을 두고 있다. 공직사회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2014년 신설된 인사혁신처 윤리복무국은 <한겨레>에 “사단법인도 수익사업을 할 수 있고 일반인이 (수익사업을) 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면서도 “공무원이 하는 것은 문제”라고 밝혔다.

둘째, 국민 세금이 양우회에 지원되는데도 회계가 불투명하고 감사를 받지 않는다. 양우회 외에도 정부가 교직원·군인·경찰공제회 등 주요 공제회에 법에 따라 지원금을 주거나 손실을 일부 메워주는 것은 사실이다. 민간인이 포함된 과학기술인공제회도 정부장려금을 받는다. 대신 지원은 법령에 근거해 집행하며, 공제회는 외부 회계감사를 받고 자산운용 공시를 해야 한다. 가령 군인공제회는 대체투자 가운데 ‘대체’ ‘부동산’ ‘기타 금융상품’ 등의 항목으로 각각 액수와 비율을 공시하고 있다. 지원을 받는 대신 투명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런 최소한의 투명성 제고 수단이 존재하는데도 국민권익위원회는 2013년 ‘공공분야 공제회 운영·관리의 투명성 제고’ 의결에서 “공제회 결손에 대한 정부 재정 투입이 우려된다”며 “자산운용과 관련된 경영공시를 강화하여 기금운용의 투명성을 제고하라”고 각 공제회에 권고했다. 투명성을 더 높이라는 주문이다. 그러나 양우회는 아예 외부 회계감사를 받지도 않고 기본적인 운영정보조차 공개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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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우회의 이런 폐쇄성과 불투명성이 투자 손실을 부른다. 다른 공제회는 투자 손실을 줄이기 위한 기준이나 지침을 갖고 있다. 지방행정공제회는 주식의 경우 취득가 대비 손실률이 30%면 1차 손절매를 하고 50%를 초과하면 2차로 손절매한다. 사모펀드 등 대체투자는 1등급(정상)부터 5등급(시각)으로 구분해 리스크관리팀이 관리한다. 양우회에 이런 기준과 지침이 있는지 전혀 알려진 바 없다.

다른 공제회들은 자산운용과 투자 절차를 갖추고 있다. 외부 전문가도 적극 활용한다. 경찰공제회는 사모펀드를 투자할 때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대체투자실무협의회’가 검토해 금융투자심사위원회가 의결하는 2단계 구조를 갖고 있다.

양우회는 운영도 비민주적이다. 다른 공제회는 가입·탈퇴가 자유로운데 양우회는 회원 의사를 묻지 않고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공제회와 대조되는 양우회의 이런 불법성은 관련 법령이 없이 국정원이 운영을 담당하는 데 기인한다. 다른 공제회는 모두 특별법이나 회원이 속한 직역과 관련한 법률에 따라 공제회가 설립?운영되고 있다.

양우회는 ‘사단법인’이다. 해당 법인의 사업 성격에 따라 정부 부처나 지자체장이 주무관청이 된다. 주무관청이 법인의 자산운용 등 사무를 ‘검사·감독’(민법 37조)한다. 양우회는 국가정보원이 주무관청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나 양우회는 <한겨레>에 지금까지 한번도 국정원의 관리나 감독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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