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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최저임금에도 못미치는 실업급여로는 구조조정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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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6년 1월 이후 최대 월 113만4243원으로 정액제 상태



기업이 비정규직을 남용하고 정규직 해고를 함부로 하는 경우 흔히 우리는 “비용을 사회에 전가한다”고 말한다. 실업자가 늘어나면 실업수당 지출이 증가하고 빈곤층이 늘어나면 사회보장 지출이 커지기 때문이다. 경영위기를 맞아 무조건 비용을 줄이려는 기업의 단기적 행위와 선택은 결국 사회 전체가 지불해야할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복지국가라면, 전체 국민경제의 이익 때문에라도 실업과 빈곤을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이것은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진 나라에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사회보장이 부실한 나라에서 실업과 빈곤의 고통은 실제로 개인과 그 가족에게 떠넘겨질 뿐이다.

최근 조선과 해운, 철강, 건설 등 주요 기간산업에서 구조조정의 위기감은 높아져 있다. 특히 고용문제로 들어오면 해묵은 논쟁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한쪽에서는 대기업의 고임금과 전투적인 노조, 고용경직성을 우려하는 주장이 있고, 반대편에서는 한번 해고되면 생계기반이 무너지고 재취업이 어려운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는 항변이 강력하다.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대상이 되는 쪽에서는 여전히 “해고는 살인”이라는 원성이 높다. 이런 문제에 따른 심리적, 경제적 저항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구조조정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없다. 우리는 지난 10여년 동안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등 대기업에서 정리해고와 관련한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멀리 보면 1998년 외환위기 직후 현대자동차 등에서 이뤄진 정리해고 사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구조조정과 관련해 어떤 합리적인 문제 해결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한 채 노·사·정간 대립각은 여전한 상태이다.

■ 실업급여의 소득대체율 OECD 최하위 수준

여기에는 다른 많은 이유들도 있지만, 실업자에게 제공되는 사회안전망이 매우 취약하고 불충분하며, 한번 해고된 뒤에는 비슷한 수준의 일자리로 재취업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이유가 크게 작용한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고임금 일자리로의 재취업 문제를 일단 논외로 하더라도 실직기간 동안의 소득 감소 충격의 강도와 생계난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실업자가 실직 기간에 어느 정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지는 실업급여의 수급요건과 급여의 수준,그리고 지급기간에 의해 결정된다. 이를 실업급여의 관대성(generosity)라고 하는데, 관대성 정도가 높을수록 실업자의 생계보장 수준이 높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실업급여의 관대성 지표는 가장 낮은 그룹에 속한다. 실업급여 수준이 낮고 지급기간도 매우 짧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적고 짧은 실업급여…“18년 전과 큰 차이 없네요”>

한편 실업급여의 수준과 지급기간은 소득대체율로 비교될 수 있는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이를 순대체율(NRR:Net Replacement Rate)이라고 한다. 순대체율(NRR)은 개인이 아니라 가구를 기준으로 지표가 작성되는데, 실업자 가족의 소득을 실직 전과 후로 나누어 실업급여와 각종 사회보장 급부를 모두 포함하여 계산한 뒤 세금을 공제한 가처분 현금소득을 60개월(5년) 기간 동안 비교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통계는 일반적으로 4~6살 어린이 2명이 있는 4인 가구를 기본모델로 삼는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4년 한국의 순대체율은 다른 사회보장 급부 자격이 없는 경우 5년간 평균 10% 수준으로 미국, 체코, 터키, 이태리와 함께 최하위 수준이며 회원국 평균인 28%에 한참 못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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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실업급여 이외에 국가에서 제공하는 다른 복지급여를 포함할 경우 우리나라의 순대체율은 42% 수준까지 올라가는 것으로 돼 있다. 한국 정부가 제출한 자료를 보면 기초생활보장, 보육료 지원, 한부모가족 지원금 등이 포함될 경우를 감안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실업자 가구가 실제로 다른 사회보장 급여를 어느 정도 지급받고 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일단 해당 요건을 충족한 경우를 가정하고 지급액을 이론적으로 반영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실업급여 수급자 가운데 기초생활보장제도상의 의료, 주거 등 개별급여를 수급하는 비율은 1% 미만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실업급여의 보장성이 낮은 것은 제도 자체가 그렇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행 고용보험법상 노동자가 실직할 경우 직장을 다닐 때 받던 임금의 50%를 실업수당(구직수당)으로 받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상한액과 하한액이 별도로 정해져 있어 밑으로는 최저임금의 90%보다는 높아야 하고 위로는 상한액을 초과할 수 없다. 그런데 법을 만들 때 실업급여의 하한액에 관한 최저임금 90% 규정은 법률로 규정했지만 상한액 규정은 고용보험의 재정안정을 기한다는 이유로 정부가 다소 신축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시행령에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 실업급여의 상한액 지난 16년 동안 고작 23% 인상

실업급여의 상한액은 최초에는 3만원을 적용했고 2001년부터 3만5천원을 적용하다가 2006년 이후 2014년까지 4만원을 적용해왔다. 따라서 2014년까지는 월 104만5천원(4만원/8시간*209시간)이 실업급여로 받을 수 있는 최고액이었다. 반면 최저임금은 2006~2014년 같은 기간 연평균 8.5% 인상되었기 때문에 상한액과 하한액의 격차는 갈수록 좁혀져 왔고 2014년에는 마침내 실업급여의 하한액이 상한액의 93.8%에 육박하게 되는 상황을 맞게 됐다. 상한액과 하한액의 격차가 줄어들면서 종전 평균임금 50%를 실제로 적용받는 노동자의 비율이 2014년에는 5.5%에 불과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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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는 2014년 말 시행령 개정으로 실업급여 상한액을 4만3천원(월 112만원)까지 3천원 올렸지만, 같은 해 최저임금 역시 인상돼 하한액은 다시 93.4%에 이르게 됐다. 이러자 정부는 실업급여의 상한액을 5만원으로 인상하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하면서, 대신 하한액을 최저임금의 80%로 낮추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포함한 이른바 ‘노동개혁법안’들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부가 지난해에는 상한액에 관한 시행령조차 개정하지 않았고, 결국 올해부터 실업급여의 하한액이 상한액을 추월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2016년 1월부터 지급되는 실업급여는 최저임금의 90%에 해당하는 113만4243원을 적용하고 있다. 하한액은 법률에서 규정돼 있고 상한액은 시행령에서 정하고 있기 때문에 법률상의 하한액이 기준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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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실직노동자에 대한 최소 생계보호와 고용보험의 재정안정 장치로 설정했던 하한선과 상한선의 구분은 무의미해졌다. 2016년 1월 이후 한국은 실업급여에 있어 단일 하한선을 적용하는 정액제 시스템으로 전환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실업급여의 수준은 사실상 최저임금위원회가 결정하는 꼴이 됐다. 이로써 실직하면 종전 평균임금의 50%를 실업수당으로 받을 수 있게 한다는, 고용보험제도의 약속은 무너지게 됐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하는 <고용보험 통계연보>는 2014년 현재 실업급여를 받은 노동자들이 종전임금 대비 대체율이 48.9%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 통계에서 정규직(풀타임상용직)이었던 실업자들이 받은 실업급여를 상용직 임금총액 통계와 비교하면 임금대체율은 31.5%에 그친다. 기업규모별로도 차이가 뚜렷한데 5명 미만 사업장의 임금대체율은 63.8%였지만, 1000명 이상 사업장의 임금대체율은 34.1%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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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정도를 받아온 저임금 노동자는 90% 수준의 임금대체율로 종전 소득을 유지할 수가 있다. 그러나 평균임금 수준의 노동자와 고임금 노동자들에게는 고용보험이 제대로 된 보호망의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들어 구조조정 위기에 내몰린 일부 대기업의 고임금 사업장에서는 고용보험의 완충기능은 대단히 취약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는 조선산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실업급여 지급 기간의 2개월 연장 같은 대책을 마련했으나 실업급여 자체가 상한액을 초과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하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고용보험은 ’중산층 노동자의 실직 위험에 대한 보험기능’이 매우 낮다고 할 수밖에 없다. 국내 대기업들은 정리해고보다 희망퇴직, 명예퇴직 등 변형된 구조조정 방법을 동원하면서 위로금 명목의 보상금을 지급한다. 이런 기업 관행이 부실한 공적 실업급여를 보완하는 구실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규모 인적 구조조정이 필요할 만큼 경영사정이 긴박한 대기업에서는 이마저도 없다.

물론 실업급여의 관대성을 제고하는 정책은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고용보험 재정과 함께, 장기적으로 실업률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행 고용보험제도는 대체율과 수급기간의 적정성을 고려해 전면적인 수정이 이뤄져야 한다. 아무리 불가피한 실업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어느 정도는 견딜만한 장치가 있어야 노동자가 숨을 쉴 수 있다. 그리고 비공식적이고 임의적인 방식이 아니라 공식적인 제도를 통해 안전망이 마련되어야 한다. 고용보험을 튼튼한 사회안전망으로 내세우려면 보험요율 인상 방안을 이제는 적극 검토할 때다. 현재 고용보험료는 노동자 0.65%, 사용자 0.65~0.85% 수준으로 선진국에 비해 매우 낮다. 고용보험료 인상 이전에 정부가 고용안정과 실업자 지원을 위한 일반회계 예산을 늘리는 것도 적극 검토되어야 한다. 고용보험법에는 정부가 일반회계에서 출연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실제 출연금은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700억원가량으로, 고용보험 재정의 1%에도 못 미친다. 고용보험 재정의 악화를 우려해 실업급여 현실화는 꺼리면서 모성보호 급여 등 일반회계나 건강보헙에서 부담해야 할 예산까지 고용보험에 떠넘기고 있다. 과거에 전국의 각 지방 고용지원센터 건립비용도 고용보험기금에서 전액 지출되면서 노사가 크게 반발한 사례도 있다.

2016년 고용노동부 예산 17조원 가운데 일반회계는 2조원에 불과하고 나머지 15조원은 모두 기금회계로 충당하도록 돼 있다. 그 중 고용보험기금이 9조를 차지한다. 일자리가 최선의 복지이고 고용문제가 우리나라 경제의 최대 과제라고 하지만, 정부의 재정에서 고용노동부의 예산은 미미하고 그나마 노사가 분담하는 고용보험기금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한진해운 등 당장 눈 앞에 닥친 구조조정 압력이 심각한 상황이다. 법개정에 걸리는 시간을 생각한다면 우선 가능한 범위에서 긴급대책을 마련하되, 근본적인 제도개선 방안도 서둘러 논의해야 할 상황이다. 실업급여의 지급수준과 지급기간 등을 완화함으로써 실질적인 소득대체율을 높이고, 실직자 가족에 대한 가구단위의 사회보장 지원책도 종합적으로 제도화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노사의 보험료에만 의존하는 고용보험 재정의 취약한 구조를 벗어날 수 있도록 일자리 안정과 관련한 정부의 일반회계 예산을 안정적으로 확충해 나갈 필요가 있다.

박영삼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yspark@hani.co.kr



일자리 제공과 실업자의 생존 보장은 국가의 의무인가?

헌법에 나타난 노동 조항과 고용보험제도

우리나라 헌법은 주권자인 국민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2장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제10조)”로 시작하는데, 노동과 관련된 내용은 제32조에 규정되어 있다. 1항은 ’근로의 권리’에 대해서, 이어진 2항은 ’근로의 의무’에 대한 조항이다.

제32조 ①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

②모든 국민은 근로의 의무를 진다. 국가는 근로의 의무의 내용과 조건을 민주주의원칙에 따라 법률로 정한다.

헌법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국민에게는 노동, 즉 근로는 헌법상의 권리이자 의무이다. 교육에 관한 조항에도 권리와 의무와 관련한 규정이 있지만 그러나 그것은 교육을 받을 권리 실현을 위해 부모에게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노동’을 국민 개개인의 권리이자 동시에 의무로 규정한 헌법정신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여기에 대해 어떤 학자들은 우리나라 헌법이 국민 개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실현하고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초로서 국가가 국민들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해야할 의무, 즉 완전고용의 실현 책무를 부과한 것이라고 보는 적극적인 해석이 있는가 하면, 헌법의 해당 조항은 개인의 직업선택과 같은 자유권으로서 근로의 권리를 이해해야 하고 국가의 근로제공 의무도 도의적이고 추상적인 의미라고 보는 견해가 있다. 전자가 사회권설 내지는 하위법률에 권리실현을 위임한 구체적 권리설로 불리는데 반해 후자는 자유권설 혹은 추상적 권리설로 불린다. 이와 관련한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있기는 한데, 한국산업보건진흥원법 위헌소원 사건에서 헌재는 근로의 권리를 사회적 기본권으로 인정하면서도 "국가에 대하여 직접 일자리를 청구하거나 일자리에 갈음하는 생계비의 지급청구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증진을 위한 사회적, 경제적 정책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에 그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자유권이 아닌 사회권으로 보면서도 구체적인 청구권이 아니라 간접적인 권리로 본 것이다.

그런데 우리 헌법에 노동조항을 포함시킨 제헌의회 입법대표들의 생각은 이와는 분명 달랐던 것으로 확인된다. 국가가 약속해야할 추상적이고 도의적인 의무와 권리인가에 관한 직접적인 토론 내용이 속기록에 등장한다. 1948년 6월26일 열린 제헌의회 제2차 헌법독회와 토론에서 헌법기초안 설명을 맡은 유진오 전문위원은 “국민은 국가에 대해 근로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가”(김익노 의원), “그렇다면 실업자는 일자리를 주지 않은 국가에 대해 실업수당을 청구할 수 있는가”(박해정, 박윤원 의원), 심지어 “근로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국민에 대한 대책은 무엇인가”(권태희 의원)를 묻는 다양한 제헌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이렇게 답한다.

그는 “입법 기초자들 사이에 그러한 토론이 이미 있었다”며 “근로의 권리나 의무를 도의적인 권리나 의무로 할 것이면 헌법에 제정할 필요가 없다”고 분명히 못박는다. 이어 그는 “헌법에 규정된 것은 사권(私權)이 아니라 공권(公權)이며, 모든 국민이 근로의 권리와 의무를 가진다고 규정한 근본정신은 근로를 모든 국민의 의무로 삼는 동시에 근로를 하고 싶으나 근로를 할 자리가 없어서 근로를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국가가 직장을 제공하도록 함으로써 근로를 국가를 세우는 기본으로 중요시한다는 그 정신을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한다. 유진오는 여기서 나아가 “제헌으로 창설되는 근로의 권리와 의무는 헌법상의 권리와 의무로서, 이를 실제 생활에 있어서 구체적으로 주장하려고 하면 이것을 구체화하는 법률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밝히면서 “국민에게 근로의 권리가 있다면 국가는 그들에게 일자리를 주어야 할 의무를 지게 되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불가불 법률로서 실업보험제도가 입법되지 않으면 구체화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제헌의회는 당시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농민과 노동자에게 가장 절실한 문제가 자주독립국가의 주권자로서 온전한 자유를 누리는 것과 함께, 먹고 살 수 있는 일자리를 어떻게 얻을 수 있느냐는 문제였음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북한 지역에서 사회주의 이념에 기반한 또다른 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있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었을 것이다.

요컨대 우리의 헌법체계로 보자면 국민이 일할 의사와 능력이 있다면 국가는 적절한 일자리를 제공해야 하며, 이를 이행하지 못해서 실업이 발생한 경우에는 실업수당을 지급해서 최소한의 생존을 보장하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이러한 취지를 연장해서 해석한다면 국민들은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구하든가 실업보험제도 하에서 국가가 제공하는 일자리를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를 거부하게 될 경우 실업수당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음을 뜻한다. 실업보험, 즉 현재의 고용보험제도는 헌법상의 근로의 권리와 의무를 실현하는데 있어 필수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중요한 고용보험제도가 도입되는데 헌법이 제정되고 난 뒤 반세기의 세월이 흘러야 했다. 그리고 오늘에 와서 다시금 그 고용보험제도는 헌법 정신에 따른 획기적인 보완을 요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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