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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대우조선 실사보고서 분석]②장밋빛 전망만 믿고..잘못뗀 구조조정 첫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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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7월까지 10억弗 수주했는데…삼정KPMG, 115억弗 신규 수주 가정

대출 원리금 상환 유예·자구안 정상 이행 전제로 실적 추정…“지나치게 낙관”

“낙관적 가정 근거로 도출된 실적 예상치 근거로 구조조정 방안 마련…부실 논란”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국책은행 중심의 4조 2000억원 공적자금 지원을 핵심으로 하는 대우조선해양(042660) 구조조정 방안이 지나치게 낙관적인 실적 추정을 근거로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방안은 삼정KPMG의 실사보고서를 기준으로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이 수립했는데 실사보고서가 미래 실적을 추정할 때 세운 가정들이 조선업계의 현실과는 동떨어질 만큼 낙관적이다 보니 구조조정 방안도 ‘땜질식 처방’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이데일리가 입수한 삼정KPMG의 대우조선 실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삼정KPMG는 대우조선의 신규 수주 실적을 2016년 115억 2400만달러, 2017년 116억 6000만달러, 2018년 119억 3000만달러, 2019년 120억 6300만달러로 예상했다. 앞으로 4년 동안 연평균 우리 돈 13조원대의 새로운 수주가 들어올 것이란 전제를 세운 뒤 미래 영업실적 예상치를 내놓은 것이다.

대우조선은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총 10억 2000만달러의 신규 수주 실적을 냈다. 지난해 신규 수주 규모도 44억 7000만달러에 그친 현실과 비교하면 100억달러가 넘는 신규 수주 가정은 과도하게 낙관적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하반기에도 신규 수주가 더 들어올 시간은 남아 있지만 실사보고서에서 추정한 115억달러 규모의 신규 수주 목표액을 달성하기에는 한참 버거워 보인다. 국내 신용평가사들과 증권사들은 국제 유가 전망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아서지 않는 한 조선업계는 수주 절벽에 봉착할수 있고 일본, 중국 조선업체와의 경쟁 격화, 공급과잉에 따른 장기 불황을 우려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삼정KPMG는 연간 110억~120억달러의 신규 수주가 들어올 것으로 가정하고 영업실적을 추정했다.

실사보고서에는 “회사와 다수의 논의를 거쳐 협의한 신규 수주계획을 기초로 추정했다”고 나와 있다. 대우조선 부실 논란이 한창 제기된 2015년 하반기에 실사를 진행하면서도 ‘희망 사항’이 섞인 대우조선 측 제시 자료를 회계법인이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삼정KPMG는 또 대우조선의 미래 영업실적과 현금흐름을 추정하면서 국내 채권은행이 대출 원리금 만기를 계속해서 연장하고 자구계획도 차질없이 진행될 것으로 가정했다. 기업의 부실 정도에 따라 채권은행의 대출 회수 방침은 매년 달라질 수 있고 시장 상황이나 노동조합의 예측할 수 없는 단체행동에 따라서도 자구안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변수는 많지만 이런 주요 요인들이 모두 순조롭게 해결될 것이란 전제를 세웠다.

낙관적인 가정 아래 나온 영업실적, 현금흐름 전망치를 근거로 정부의 구조조정 방안이 수립되다 보니 앞으로 추가 공적자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실사보고서에는 오는 2018년 현금부족액을 4조 5513억원 규모로 예상하고 있는데 정부는 4조 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 방안을 세운 상태다. 실사 결과는 대우조선의 자구계획이 계획대로 이뤄지고 국내 채권은행들이 대출 원리금 상환을 계속해서 유예해주는 상황을 가정한 수치이기 때문에 실제 자금부족액은 더욱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삼정KPMG의 실사보고서는 “회사의 경영 활동이 정상화되고 자구 계획 이행을 포함한 사업계획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는 전제 하에 도출된 것”이라고 알리고 있다. 회계법인의 실사보고서는 용역을 수행한 결과로서 단지 참고사항일 뿐이라는 것을 환기하고 있는 것이다.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향은 이 실사보고서를 참고해 금융당국이 세우는 것인데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진행된다’는 가정 아래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방향을 세웠다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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