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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中좀비기업, 디폴트에도 경영진 교체·구조조정 없이 버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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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중국의 좀비 기업들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거듭하면서도 끈질기게 버티고 있어 문제가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2일 보도했다.

중국 최대의 특수강 업체인 둥베이(東北) 특수강 그룹이 지난 3월 1억2천500만 달러의 부채를 상환하지 못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이 회사가 디폴트에 빠진 것은 중국 정부가 좀비 기업들을 정리하겠다는 새로운 각오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됐었다.

그러나 3개월여가 지난 최근까지 둥베이 특수강에는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이 회사는 5차례에 걸쳐 모두 60억 달러의 부채를 갚지 못했는데도 공식적으로 파산보호 절차를 밟지도 않았고 비생산적인 조직들을 폐쇄하거나 구조조정에 착수하지도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성숙한 경제권에서는 디폴트는 통상적으로 경영진의 물갈이나 자산 매각을 포함한 급격한 변화를 수반하지만 중국에서는 이런 모습을 엿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의 구조조정 노력은 성장률과 고용에 대한 단기적 우려 때문에 후퇴하고 말았으며 그로 인해 과잉 생산과 부채 누적이라는 양대 과제의 해결은 몇 년간 지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컨설팅 회사인 올리버 와이먼의 버나드 코탄코 파트너는 "그들은 시간을 두고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고 말하고 "우리는 최단 10년을 내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 기준으로 보면 중국은 세계 최대의 빚더미에 앉아있는 상태다.

신용평가사인 피치에 따르면 약 1조3천억 달러의 부채가 하반기에 상환기일을 맞으며 이 가운데 247억 달러는 둥베이 특수강의 부채와 같은 악성으로 분류된다.

둥베이는 10년 전 랴오닝(遼寧)성 정부가 3개 회사를 통합해 만든 국유기업이다. 랴오닝성 정부가 70%의 지분을 가진 이 회사는 다롄(大連)에서 1만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고 생산량의 근 3분의 1을 해외에 수출한다.

둥베이가 단기 부채를 갚지 못할 정도로 현금이 부족해진 것은 활황기에 펀드회사와 국유 은행들로부터 마구 빚을 끌어다 쓴 때문이다. 철강 가격이 붕괴하던 2012년에는 대형 신사옥을 건설하는데 무려 20억 달러를 퍼부었을 정도다.

둥베이가 점유하는 부지는 축구장 570개에 달하는 크기다. 실제 생산량은 180만t이지만 생산능력은 그 두 배다. 회사측 자료에 의하면 부채는 연간 매출의 2배다.

둥베이가 디폴트에 빠졌을 당시는 중국 정부가 파산과 합병을 통한 구조조정을 강조하던 시절이었다. 둥베이의 파산은 이런 측면에서 하나의 분수령으로 받아들여졌다.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의 재정금융사 부사장인 쑨쉐궁(孫學工)은 지난달에도 "우리는 좀비 기업들이 오래 생존하도록 놔두지 않을 것"이라며 구조조정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하지만 현재의 둥베이 특수강은 거의 온전한 상태로 남아있다.

둥베이와 랴오닝성 정부는 구조조정은 외면한 채 채권자들에게 부채의 3분의 1만 상환하고 또다른 3분의 1은 주식과 교환하며 그 나머지는 만기를 연장하는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과 5월 둥베이가 소유한 다롄의 한 호텔에 모인 수십 명의 채권자들은 부채 일부를 주식으로 교환하는 제안을 거부했다고 회의에 참석한 한 관리는 전했다.

지난 1년간 디폴트에 빠진 국유기업은 둥베이를 포함해 최소 6개를 헤아린다. 그러나 바오띵텐웨이그룹(保定天威集團)과 광시비철금속그룹(廣西有色金屬集團) 등 2개 회사만이 파산보호 절차를 신청했을 뿐이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디폴트에 빠진 중강집단공사(中國中鋼集團公司·시노스틸)의 채권자들에게 2차례에 걸쳐 상환기일을 연장해줄 것을 재촉하면서 한사코 파산만은 피하려 했다.

랴오닝성 정부가 둥베이를 살려두려 하는 것은 큰 이해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파산하면 대규모의 해고라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랴오닝성 정부는 이미 수십 개의 기업 도산을 처리하는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중국의 31개 성 가운데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을 할 정도로 랴오닝성 경제의 사정은 어둡다.

둥베이는 디폴트에 빠진 이후 직원들의 월급을 3분의 1 이상 삭감했고 임시직 1천명을 내보냈다. 하지만 대량 해고는 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

채권자 회의를 주선한 한 관리는 "둥베이의 신뢰도는 실종됐고 현금 흐름은 무너졌다"고 말하면서 문제 해결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져 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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