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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기업 구조조정 구원투수 '사모펀드 시대 컴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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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美 경기회복 조짐에 대기업이 M&A시장 주도
올해 대기업 투자 위축돼 자금 운용에 제한 없는 사모펀드로 주도권 회귀


#. 국내 토종 사모투자펀드(PEF)인 VIG파트너스(보고펀드에서 독립된 PEF)는 지난 2012년 말 두산그룹으로부터 버거킹을 1000억원에 인수했다. VIG파트너스는 버거킹의 신메뉴 개발, 배달서비스 개시 등 적극적인 영업전략을 펼친 후 올 2월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2100억원에 매각했다. VIG파트너스의 버거킹 투자는 내부수익률(IRR) 30%, 투자회수배수(MoM)는 2.3배를 기록했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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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과 한진해운 등 조선.해운업종 구조조정으로 대기업들의 투자가 위축되면서 인수합병(M&A) 시장의 주도권은 다시 재무적투자자(FI)인 PEF들에 되돌아가고 있다. 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대기업들이 투자와 구조조정 파트너로서 PEF에 다시금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14년 삼성그룹이 한화그룹에 직접 방산.화학 계열사 4개를 매각하면서 대기업들이 M&A시장을 주도했다면 올해부터는 다시 PEF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 자산가치 높여 되판다

6월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PEF 자금 규모는 58조5000억원이다. 지난 2009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을 시작으로 PEF의 활동은 활발해졌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금융위기로 대기업들이 자금난을 겪기 시작한 2008년부터 PEF의 자금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렌터카(현 롯데렌터카)를 KT-MBK파트너스 컨소시엄에 넘겼고, 대우건설을 산업은행 주도의 PEF에 매각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의 지주 격인 금호산업을 되찾아온 방식도 PEF였다. 박 회장의 백기사로 칸서스자산운용이 구성한 PEF가 나선 바 있다.

이 같은 PEF 주도의 M&A 시장은 두산그룹의 자산매각을 정점으로 2013년까지 계속됐다. 두산그룹은 버거킹을 VIG파트너스에 매각하고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자금조달을 위해 상장을 조건으로 미래에셋자산운용PE와 하나금융투자PE 등 PEF들에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2014년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진다. 미국의 경기회복 조짐과 맞물려 대기업들이 지배구조 개편 등을 계기로 비핵심자산 매각과 동시에 신성장동력을 찾고자 기업 인수에 나섰다. 대기업들이 PEF를 찾기보다 대기업 간, 즉 전략적투자자(SI) 간의 M&A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첫발은 삼성그룹과 한화그룹의 빅딜이었다. 이후 SK그룹은 CJ그룹에 CJ헬로비전을 인수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한라비스테온공조도 한국타이어가 주도적으로 인수하면서 PEF인 한앤컴퍼니를 참여시킨 것이다.

그러나 올해 초부터 다시 PEF 주도의 시장으로 전환 중이다. 한앤컴퍼니가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벌크선사업부에 대한 경영권 인수에 나서면서 기업 구조조정의 해결사로 PEF가 주목받고 있는 것. CJ그룹도 CJ CGJ의 터키 극장 인수에 IMM PE의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금융당국도 기업 구조조정의 해결책을 정부와 채권단 중심이 아닌 자본시장과 PEF에서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모으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PEF가 대출 등 자금조달을 하는 창구로 나서야 하지만 투자자산 제한 등의 규제에 걸려 있다. PEF들이 기업 재무조정 PEF 등 투자제한 없는 사모펀드를 구성해 이 같은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PEF의 매각 리스크 해결해야

이처럼 PEF들이 부각되는 이유는 은행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이 한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부실 책임이 있는 기존 경영진에 구조조정을 맡겨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다. 기업들이 회사채와 유상증자 등으로 자금조달하는 규모가 늘어나면서 은행 외 개인, 기관투자가 등 다양한 채권자들이 등장해 구조조정을 지연시키는 문제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PEF들의 매각 리스크다. MBK파트너스가 최근 케이블TV업체인 딜라이브(옛 씨앤앰) 매각 지연 탓에 인수금융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위기에 직면한 것처럼 PEF들이 기업자산을 인수한 후 제대로 매각하지 못할 경우 그 부실은 또 은행과 증권사에 전이된다. PEF들이 기업자산을 인수할 때 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인수금융(대출)으로 자금조달을 하기 때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구조조정의 부실을 PEF에 떠넘긴다는 인식도 없지 않다"며 "PEF의 부실은 결국 금융회사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에 PEF의 자산매각을 위한 해외 IR 등을 적극 지원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maru13@fnnews.com 김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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