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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재도약기업④]한진중공업, '분쟁' 극복하고 구조조정 모범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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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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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분쟁 위기 넘어 선제적 구조조정·수빅조선소 확보가 회생발판

물리적 한계 등으로 해양플랜트 시장 진출 못한 것도 '전화위복'
채권단과 자율협약 양해각서 체결했지만 이행에 무리없을 듯

【서울=뉴시스】이재우 기자 = 한진중공업이 한때 노조분쟁의 상징에서 완전히 벗어나 이제는 구조조정' 모범생'로 주목받고 있다.

대규모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앞둔 조선 빅3(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와 달리 선도적인 구조조정으로 사업재편 마무리단계다. 필리핀 수빅조선소 구축과 해양플랜트 사업에 진출하지 않은 것 등도 회생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한진중공업은 유동성 위기로 지난달 채권단과 자율협약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이행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시장은 예측하고 있다

◇ 309일간 크레인 시위 등 기나긴 노사분규…영도조선소 멈춰

한진중공업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물동량이 줄고 해운경기가 악화돼 선박 발주가 급감하면서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했다. 영도와 필리핀 수빅 2개 조선소 중 영도는 2009년 한척도 신조 상선을 수주하지 못했다. 조선 빅3는 해양플랜트와 1만TEU급 이상 초대형 상선이라는 새로운 먹거리를 찾았지만 한진중공업은 동참이 불가능했다. 영도는 협소한 도크 한계상 6500TEU급까지만 만들 수 있다. 초대형 상선과 해양플랜트 수주를 위해 투자한 수빅은 생산성 개선이 진행 중이었다.

한진중공업 조선플랜트(영도+수빅) 매출(2010년 사업보고서 기준)은 2008년 2조173억원에서 2010년 1조943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도 3967억원에서 1497억원으로 지속 감소했다.

한진중공업은 조선업과 건설업이 양대 축이다. 한 축이 부진의 늪에 빠지면서 전체 매출도 2008년 3조8480억원에서 2009년 3조2276억원, 2010년 2조7559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도 5104억원, 4609억원, 2014억원으로 감소했다.

위기에 직면한 한진중공업은 2009년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생산직 감원 등 수차례 구조조정을 단행했고 노동조합과 갈등의 골을 깊어졌다. 노조는 부분파업으로 맞서다 사측이 2010년 12월 영도조선소 생산직 근로자 400명에 대한 희망퇴직 계획을 통보하자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이후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원이 309일간 크레인 고공시위를 벌이고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4차례 희망버스 운행이 이어지면서 한진중공업 노사분규는 개별 회사차원을 떠나 국가적인 노동이슈로 확산됐다. 3년간 극한대립은 국회가 해고자 복직을 골자로 한 중재안을 내놓고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이를 수용하면서 2011년 11월 일단락됐지만 상처는 컸다.

조선플랜트 부문 매출(2013년 사업보고서 기준)은 2011년 1조4304억원, 2012년 1조1355억원, 2013년 1조918억원으로 줄었다.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영업손실은 각각 436억원, 691억원, 491억원에 달했다.

전체 매출도 줄어들면서 지난 2013년 2조5293억원에 그치고 영업이익은 696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2013년 부동산경기가 침체되면서 건설부문도 영업손실을 내기 시작했다.

영도조선소 가동률은 2010년 54%, 2011년 6.9%, 2012년 0%, 2013년 0%로 줄었다. 수주 물량을 전량 인도한 후 후속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선제적 구조조정, 영도·수빅 투트랙 육성

한진중공업은 지난 2009년부터 가동하고 있는 필리핀 수빅조선소를 일반 상선 전문으로, 영도조선소를 특수선 전문으로 육성하는 투트랙 전략을 지속한 것도 위기를 극복하는데 큰 계기가 됐다.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점차 마무리되면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영도조선소는 2013년 일반상선과 특수선 15척을 수주하면서 2011년 11월 마지막 상선을 인도하고 멈춰 섰던 도크를 2014년 7월 재가동했다. 2014년 영도조선소 가동률은 11.7%로 올라섰다. 2015년 가동률은 68%로 높아졌다.

조선 매출(2015년 사업보고서 기준)은 2014년 1조1765억원, 2015년 1조7913억원으로 점차 회복됐다. 영업손실은 2014년 1238억원에서 2015년 580억원으로 줄었다. 물리적 한계로 다른 조선사들이 다투어 나섰던 해양플랜트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 것이 오히려 적자를 피하게 되는 '전화위복'이 됐다.

전체 매출은 2014년 2조5203억원, 2015년 3조1155억원으로 증가했다. 영업손실은 1445억원에서 794억원으로 줄었다. 자산 매각 효과로 2015년 3~4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영도조선소와 건설부문이 적자를 이어갔지만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자 과감히 결정한 수빅조선소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적자 폭을 줄였다. 수빅조선소는 2015년 기준 80%가 넘는 가동률을 기록하고 있다.

구조조정은 계속됐다. 한진중공업은 2014년 2월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자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줄였다. 인천 북항 배후용지 등 자산을 매각해 1조9000억원에 달했던 회사채를 지난해초 모두 상환했다. 한진중공업 금융권 채무는 1조6000억원 규모로 대부분 은행권 채무다.

지난달 유동성 위기로 채권단과 자율협약 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시장의 평가는 나쁘지만은 않다. 2조원 규모 자구안이 실현되면 재무구조가 대폭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자율협약도 통상보다 후한 조건으로 맺었다.

채권단은 1200억원의 자금을 신규 지원해줬다. 협약 만료기간인 2018년 12월 말까지 출자전환을 통해 1000억원대 이자를 감면하고 원금상환도 유예했다. 자율협약을 신청한 원인이 된 부족 자금을 다 마련해준 셈이다.

채권단은 조남호 회장의 경영권도 유지해줬다. 채권단은 이자감면분 1000억원 중 250억원에 대해서만 출자 전환을 하기로 했고, 별도의 감자계획도 잡지 않았다.

통상 채권단 자율협약이 진행되면 해당 기업에 대한 감자와 출자전환 그리고 대주주 경영권 상실이 이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한진중공업의 남은 회사채가 없고, 금융권 채무도 담보가 있다는 점, 수빅 조선소의 경쟁력이 높다는 점, 노동조합이 구조조정에 협조적이라는 점 등이 반영됐다. 수빅조선소는 중국보다도 가격경쟁력이 높다.

한진중공업 대표노동조합인 기업노조는 고용안정을 위해서는 자율협약 체결이 필요하다며 동의서를 제출했다. 채권단 요청으로 사측이 한차례 희망퇴직을 단행했지만 4년전과 달리 갈등은 크지 않았다. 조선 빅3 노조와는 다른 모습이다.

대표노동조합은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모두 회사에 위임했다. 이는 1937년 한진중공업 창립 이래 80년 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노조 관계자는 "회사가 살아야 조합원도 살 수 있다는 취지로 임단협 위임의 큰 힘을 보탠 것"이라며 "어려운 시기에 당장의 이익보다는 회사의 생존과 경쟁력 강화를 먼저 생각해 대승적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말했다.

한진중공업은 향후 2조원에 달하는 보유 부동산 매각, 대륜발전 등 에너지 발전계열사 매각 등을 골자로 한 자구계획을 이행하게 된다. 투트랙 전략도 강화한다.

한진중공업 관계자는 "아직 갈길이 멀다"면서도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현재 시점에서 큰 인력 감축없이 위기를 헤쳐가나는 토대가 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ironn10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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