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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구조조정 전략 틀렸다.. 경제부총리가 이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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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장이 뒤집어쓸 일 아냐.. 한은도 고용·성장 적극 역할을"


"경제부총리(유일호)가 종합적인 구조조정 밑그림을 갖고 조정자로서 역할 해야지, 왜 엉뚱하게 불쌍한 금융위원장(임종룡)이 다 뒤집어쓰게 해서…,어떻게 금융위원장에게 산업재편을 하라는 말인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이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할 정부 차원의 컨트롤타워가 없다며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윤 전 장관은 3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에서 한은 부서장 이상 간부 직원을 대상으로 '공짜 점심은 없다'라는 주제로 약 두 시간 동안 비공개 조찬강연을 했다. 재무부 출신 전직 장관이 한은 간부를 대상으로 강연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강연을 마치고 기자들을 만난 윤 전 장관은 현재 박근혜정부에서 진행 중인 기업구조조정 논의의 순서, 전략, 전술, 경제수장의 역할론까지 모두 "틀려먹었다"면서 조목조목 비판했다. 특히 경제수장으로서 구조조정 전반을 총괄하고 책임져야 할 유 부총리가 사실상 그 역할을 임종룡 금융위원장에게 전가하고 있음을 강도 높게 질타했다. 윤 전 장관은 "산업재편 측면에서 구조조정에 필요한 기본적인 밑그림이 먼저 나와야 하는데 이번 구조조정은 타기팅도 불분명할 뿐 아니라 전략.전술도, 순서도 다 틀렸다"면서 "각 주무부처를 이끌고 종합적인 밑그림을 그리려면 부총리가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왜 엉뚱한 금융위원장이 다 뒤집어쓰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전 장관과 임 위원장은 이명박정부 때 장관과 기재부 1차관으로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현 구조조정 논의 상황에 대한 정부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임 위원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선배 관료로서 나서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기재부는 지난 4월 유 부총리가 "구조조정을 직접 챙기겠다"고 발언한 이후 그가 경제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구조조정의 조정자 역할을 할 것으로 설명했지만 실상 가동되고 있는 채널은 지난달 한 번 열린 청와대 서별관회의와 임 위원장이 이끄는 관련부처 차관급 협의체인 범정부 구조조정 협의체뿐이다. 구조조정의 칼자루를 쥔 청와대와 기재부가 구조조정과 산업재편에 이렇다 할 역할을 못하면서 대우조선해양.한진해운.현대상선과 같은 '대마' 처리와 그 후유증에 대한 책임 문제가 자연스럽게 임 위원장에게 쏠리는 상황이다. 윤 전 장관은 이 같은 상황을 가리켜 "밑그림이 먼저 나오고 실업문제 해결방법, 구조조정 자금조달 방안 등이 뒷받침되는 것이 구조조정 전략.전술에 중요한 접근 순서"라고 지적했다.

한은은 한 달 전인 5월 초께 직접 윤 전 장관을 강연자로 초청했다. 국책은행 자본확충안을 두고 정부와 한은이 여전히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과거 재정부 고위 관료 출신을 초청한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전 장관도 "중앙은행 창립 이후 견제하고 대립하던 정부의 재무장관 출신을 데리고 강연을 했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의미 있는 '역사적 이벤트'라고 평가한다"면서 "정부도 전임 한은 총재를 모셔 중앙은행 입장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은 한은을 향해서도 고용과 성장에 더 적극적으로 역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의 전통적 역할이 변하는 상황인 만큼 한은도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나서서 국민의 신뢰를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 전 장관은 다만 "중앙은행 고유의 역할과 원칙이 파괴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른 말로는 "정부도 중앙은행 고유의 역할과 자존심은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국책은행 자본확충 논의 과정에서 한은의 발권력을 사용하되 원칙과 부작용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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