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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윤증현 "왜 불쌍한 임종룡이 다 뒤집어 쓰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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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만에 한은 찾아 강연...한은 역할론 강조..."부총리가 구조조정 종합 조정, 조율해야]

머니투데이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전 한국은행에서 강연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화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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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엉뚱하게 불쌍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기업구조조정의 책임을) 다 뒤집어 쓰느냐? 부총리가 종합적으로 조정·조율해야 한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한국은행 강연에서 기업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유일호 부총리의 리더십 발휘를 촉구했다. 윤 전 장관은 또 기업 구조조정과정에서 한은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윤 전 장관은 이날 오전 8시부터 약 1시간50분 동안 한은 국실장급 이상 간부들을 대상으로 특별 강연을 했다. 강연 주제는 ‘Freedom is not free, No free lunch’였다. 지난 3월 금융감독원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과 주제는 같았으나 실제 강연 내용은 사뭇 달랐다는 후문이다.

금감원 강연에서 윤 전 장관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빅3’ 조선소를 1~2개로 줄여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번 강연에서 윤 전 장관은 구조조정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한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윤 장관은 강연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한은이 지금까지 전통적인 물가안정, 금융시장 안정에 치중해 온 전통적 원칙의 고수에 머물 것인가, 고용이나 성장에 이르기까지 공격적인 자세로 나올 것인가를 고민해야 될 상황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렇다고 중앙은행이 지켜야 할 원칙이 깨져선 안 된다”며 “정부도 중앙은행 고유의 자존심과 역할을 지켜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 전 장관은 현재 국내 경제상황에 대해 “총제적 난국”이라며 특히 정부의 구조조정 대책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핵심은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할 책임자가 없고 큰 그림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구조조정은 타켓팅도 불분명하지만 전략, 전술도 틀렸다”며 “예를 들어 조선업종을 국제사회의 경쟁에서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공급과잉을 어떻게 해결할지 등 산업정책 측면에서 밑그림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또 “조선뿐만 아니라 해운, 철강, 건설, 석유화학 등 각 주무부처가 있으니 다들 밑그림을 그리고, 종합적으로 부총리가 조정·조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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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장관은 한은 강연 그 자체에 대해서도 “굉장히 역사적인 이벤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중앙은행 창립 이후 매일 견제, 대립하던 전직 재무장관 출신을 초대해서 얘기 듣는다는 게 굉장한 결단”이라며 “이주열 총재를 높게 평가한다”고 했다. 이어 “정부도 전직 중앙은행 총재 모셔서 얘기를 들을 필요가 있다”며 “그게 진정한 소통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일각에선 최근 정부와 한은이 국책은행 자본확충 문제를 놓고 협의를 진행 중인 가운데 윤 전 장관의 방문과 강연 내용이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중앙은행의 손실최소화 원칙을 내세우면서 국책은행 직접 출자에 반대 입장을 밝혀 온 한은에겐 윤 전 장관의 중앙은행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한 발언이 부담이 될 수 있어서다.

한편 이번 강연은 약 한달 전쯤 한은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당초 1시간30분으로 예정됐으나 20분 더 연장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고 한다. 윤 전 장관은 지난 2009년 2월 기재부 장관 부임 후 첫 상견례 자리에서 당시 이성태 한은 총재와 회동한 후 약 7년여 만에 한은을 다시 방문했다.

유엄식 기자 us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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