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6 (토)

벼랑끝 한진해운, 한진그룹이 나서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심각한 유동성 위기 타개할 방안 마땅치 않아...그룹 지원시 채권단이 '옵션' 줄 가능성 거론]

머니투데이

한진해운 벌크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대상선 용선료 협상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면서 한진해운이 다급해졌다. 현대상선의 운명이 법정관리로 결정됐다면 '국적선사가 1곳은 있어야 한다'는 논리로 정부 지원을 기대해 볼 여지가 있었지만 그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국적선사가 2개 다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로 입장을 정리한 상태다.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몰려 있는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선 한진그룹이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한진그룹도 유동성이 넉넉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하지만 그룹 차원의 지원안이 나올 경우 채권단의 한진해운 처리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다. 아직은 가능성 차원이지만 한진그룹이 지원하는 대신에 채권단이 그룹에 한진해운 우선매수권을 주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6개월 만에 처지 바뀐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올초까지만 해도 양대 국적 선사 중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현대상선이었다. 한진해운의 유동성 상황이 현대상선보다 양호하고 한진그룹이 뒤에 버티고 있어 지원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이다.

채권단의 분위기는 3월 한진해운의 실사 결과가 나오면서 달라졌다. 한진해운이 현대상선보다 나을게 없다는 것. "오히려 채무구조는 더 안좋다"는게 당시 채권단의 평가였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직접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만나 결단을 요구했고 한진그룹은 결국 4월22일 경영권 포기 각서와 함께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문제는 현대증권을 매각하고 용선료 협상, 사채권자 채무조정 등을 이미 시작한 현대상선에 비해 한진해운은 준비가 늦었다는 점이다. 4100억원의 유동성 확보 방안을 마련했지만 충분한 규모도 아닌데다 이행 속도도 느려 유동성 위기는 심각한 상황에 몰려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연체하고 있는 용선료가 1000억원을 넘고 다른 상거래 채권까지 더하면 연체 규모는 훨씬 더 크다"고 밝혔다.

◇험난한 용선료 협상.."밀린 돈이라도 줘야 협상장에 나올텐데"= 유동성 위기는 용선료 협상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미 용선료 연체 때문에 한진해운 벌크선이 억류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밀린 용선료라도 다 줘야 선주들이 협상장에 나올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게다가 용선료를 인하해 주면 한진해운이 생존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해야 하지만 지금의 재무구조로는 이를 증명하기도 만만치 않다. 현대상선도 용선료 협상 과정에서 채권단의 실사 결과를 해외 선주들에게 제출한 바 있다.

또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이 성공하면 한진해운에도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지만 채권단은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의 근거는 현대상선에 용선료를 깎아준 해외 선주들이 한진해운에게도 깎아줄 것으로 예상이었다.

하지만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선주들은 크게 겹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겹치는 선주들이 일부 있지만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은 151척의 보유선대 중 해외 선주로부터 빌린 선박이 컨테이너선 63척과 벌크선 28척을 합해 91척에 이른다.

◇한진그룹이 나서면 채권단 우선매수권 줄수도?=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동등하게 기회를 준다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용선료 협상, 사채권자 설득 등에 필요한 모든 지원을 하겠지만 이는 '신규자금 지원은 없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채권단은 현대상선에도 신규자금 지원은 하지 않고 있다.

채권단 내에선 한진그룹이 나서지 않는한 한진해운의 유동성 문제를 풀 마땅한 대책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그룹도 그룹 차원에서 대책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진그룹이 지원에 나선다면 채권단이 그에 상응하는 옵션을 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채권단이 한진해운을 정상화한 후 매각할 때 한진그룹에 우선매수권을 주거나 출자전환에 앞서 진행되는 감자시 한진그룹의 지분을 어느 정도 남겨주는 방안 등이 가능하다.

실제로 채권단과 금융당국이 현대상선과 달리 한진그룹은 한진해운 살리기에 노력한 점을 인정하고 있다. 조양호 회장에게 사재출연을 요구하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이 무슨 방안이라도 가져와야 논의를 해볼텐데 아직 한진이 제시한 대책은 없다"고 말했다.

김진형 기자 jhkim@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