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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우파 대부’ 서정갑, 어버이연합 묻자 ‘알레르기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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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아스팔트 우파의 대부’로 불리며 보수 운동을 이끌어 온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77)은 어버이연합에 대해 묻자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 그는 지난 26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어버이연합이 자택까지 찾아와 행패를 부렸다”고 주장하며 언급 자체를 꺼렸다.

지난 10일 시사저널에 따르면 서 본부장은 이병기 전 비서실장이 “보수단체 창구를 단일화하자”고 제안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지난해 2월 12일 국정원으로부터 “오찬을 갖자”는 연락이 왔고, 이병기 당시 국정원장과 국정원 직원, 자신과 애국단체총협의회, 재향경우회 등 10여개 단체가 참석했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보수단체를 관리하려 한 정황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향신문

서정갑 국민행동본부 본부장


최근 ‘어버이연합 게이트’에 대해 서 본부장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화 인터뷰를 했다. 다음은 서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 이병기 전 비서실장과 회동했을 때 혹시 어버이연합도 참석했는지.

“난 그런 사람들이랑 같이하기 싫다. 거기 어버이연합은 없었다.”

- 요즘 어버이연합이 되게 힘 있는 단체다.

“나는 그 사람들 떠올리고 싶지 않다. 어버이연합은 우리 사무실에 2달 동안 매주 금요일 오후 2시마다 버스 2대 타고 몰려와서 ‘국민행동본부 해체하라’ 외치고 아주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했다. 누가 배후에서 조종했는지 모르지만 제가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다. 우리 사무실은 좌파들이 자꾸 공격하기 때문에 사무실 간판을 무쇠로 만들었다. 그런데 그걸 어버이연합이 망치로 두드렸는지 찌그러뜨린 걸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나는 그런 사람들하고 같이 어울리는 것 자체가 싫다.”

- 방금 배후에 짐작 가는 바가 있다고 하셨는데.

“알지만 얘기할 수가 없다. 짐작만 갖고 말하는 것도 그렇고.”

- 어버이연합이 국정원, 청와대랑 연결돼 있다고 보나.

“글쎄, 어버이연합은 봉급 200만원, 500만원 받는 사람도 있다. 우리 국민행동본부는 아직 직원들을 봉급 줘 본 적이 없다. 국민행동본부는 아직까지 유급직원이 없다. 오히려 그런 돈이 있으면 저금했다가 신문광고를 냈다. 국민행동본부는 애국을 위해서 자원봉사하겠다는 사람만 일하는 단체다.”

- 어떻게 어버이연합이 그렇게 많이 봉급을 주나.

“배후가 누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어버이연합을 떠올리기 싫고 얘기하기도 싫다. 당신이 제 입장이 돼서 한번 생각해 봐라. 심지어 내가 사는 아파트까지 찾아와서 아파트 주민이 항의하자 서울기동대 경비 1개 중대가 와서 정리했다. 그러니까 어버이연합 얘기를 꺼내면 제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아파트 주민들도 어버이연합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 집까지 찾아갈 정도의 정보력이 있는 건 배후에서 정보를 주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나.

“나는 확실히 배후조종 세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추측한 것을 말할 수는 없다. 이렇게 말해선 안 되지만 한 마디로 나쁜 놈이다.”

- 누가 조종한다고 보나.

“배후 조종한 놈은 아주 나쁜 XX다. 세상에 비밀은 없다. 언젠가는 터지게 돼 있다.”

- 추측인가. 아니면 증거가 있나.

“증거보다도 누가 자금을 대는지 정도는 짐작하고 있다. 버스를 대절할 정도면 동원력이 있는 것이다. 저한테 정보를 주는 사람도 있다. 사실 어버이연합은 국민행동본부에서 출범시켰다. 다시 말하자면 자기를 탄생시켜 준 본관을 와서 습격하는 사람들이다. 세상에 이런 일도 있는가. 아, 이러면 내가 입이 더러워지기 때문에. 자꾸 물어보면 제 입에서 무슨 말이 나갈지 모른다. 제 입이 더러워질 거 같아서 더 이상 얘기 안 한다.”

인터뷰 도중 서 본부장은 어버이연합뿐 아니라 애국단체총협의회(이하 애총협)에 대해서도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서 본부장은 27일 오전 10시쯤 서울지방경찰청을 방문해 애총협 박정수 집행위원장과 이희범 사무총장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 70조 2항 위반 혐의다.

- 애총협 박정수 집행위원장과 이희범 사무총장을 왜 고발하나.

“지금까지 애국운동을 같이 했지만 몇 년 전부터 허위사실로 나를 음해하고 있다. 할 수 있는 만큼 인내를 했다. 그냥 놔두면 내가 인정하는 꼴이 되니까 100% 허위사실이었음을 밝히겠다. 내일 오전 10시쯤 서울지방경찰청에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으로 고발장을 제출할 것이다.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 우파운동한다는 사람들이 이렇게까지 서로 치고박고 하면 되느냐, 이전투구해서 되겠느냐, 고민을 많이 했다. 이미 고발장을 써 놓고도 제출할까 말까 고민했다. 누군가와 짜고 국민행동본부를 고사시키려고 한다. 이런 정보를 제가 어느 정도 입수했기 때문에 확신했기 때문에 이번에 이병기 문제도 터뜨린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때는 코빼기도 안 비친 단체들이 우파정권이 생기니까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시기심으로 국민행동본부를 공격한 것이다. 누구한테도 이 얘길 안 했다. 우파진영에 얘기하면 당장 만류할 테니까.”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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