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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대기업은 구조조정도 ‘불투명’··· 자율협약 기업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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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금융기관과 부실기업의 협의로 진행되는 구조조정 방식인 ‘자율협약’이 주로 대기업에 적용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또한 자율협약은 부실이 덜 심각할 때 선제적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자율협약 적용 기업이나 워크아웃 적용 기업이나 재무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법적 근거가 없고 절차가 불투명한 자율협약이 대기업을 위한 구조조정 수단으로 전락했을 뿐 아니라, 부실을 빠르게 도려내는 기능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개혁연구소의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 ‘과연 자율협약은 선제적 구조조정 수단인가-산업은행이 채권을 보유한 99개 구조조정 기업 분석 결과’를 24일 발표했다.

김 교수가 지난해 8월20일 기준으로 산업은행이 채권을 보유한 99개 구조조정 기업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기업구조조정촉진법상의 구조조정 방식인 워크아웃이 진행 중인 기업은 43곳(43.4%), 통합도산법에 따라 법원이 진행하는 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기업은 43곳(43.4%), 자율협약이 진행 중인 기업은 13곳(13.1%)이다.

그런데 자율협약 적용 기업은 13곳에 불과한데도 이들 기업의 자산은 99개 구조조정 기업 총자산의 48.9%, 금융권 총채권액 60.5%, 산업은행 채권액 59.4%에 이르렀다. 구조조정 절차 개시 직전 사업연도 자산규모를 기준으로 보면 자율협약 적용기업의 자산은 워크아웃·법정관리 적용기업의 6~7배였다. 김 교수는 “구조조정 방식 선택 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해당 부실기업의 규모임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자율협약은 부실이 덜할 경우 선제적인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인식도 사실과 달랐다.

재무비율을 구할 수 있는 96개 기업을 대상으로 부실징후를 가늠하는 주요 조건인 ‘부채비율 200% 초과’ ‘이자보상배율 1.00배 미만’을 얼마나 충족하는지 살펴본 결과, 워크아웃 기업과 자율협약 기업 사이에 큰 차이가 없었다. 구조조정 개시 직전연도 기준으로 볼 때 워크아웃 적용 기업은 평균 부채비율이 2220%, 평균 이자보상배율 -2.32배였고 자율협약 적용 기업은 평균 부채비율이 3647%, 평균 이자보상배율이 -1.48였다.

김 교수는 “자율협약이 선제적 역할을 한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대기업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불투명한 관치금융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라면서 “자율협약 방식에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선제적 구조조정(자율협약)과 사후적 구조조정(워크아웃)의 유기적 연결성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두 가지 구조조정 방식의 근거를 함께 규정하되 워크아웃에 비해 자유협약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유연성을 허용하는 방식으로 법제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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