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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스텝 꼬이는’ 기업 구조조정··· 용선료 협상 난항에, 산은 자회사 매각도 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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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구조조정의 스텝이 초반부터 꼬이고 있다.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채권단이 자금지원부터 먼저 해주게 생긴데다, 정부가 자본확충을 추진중인 산업은행은 자회사 매각이 또 다시 불발됐다.

산업은행은 24일 금융자회사인 산은캐피탈 매각을 위한 최종입찰 접수를 마감한 결과 1곳만 응찰해 유찰됐다고 밝혔다. 국가계약법에서는 1개사만 단독 입찰하면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않아 유찰된다.

지난 3월 진행된 예비입찰에는 SK증권 PE와 글로벌 사모투자펀드(PEF) 칼라일 등 재무적 투자자(FI) 2곳, 전략적 투자자(SI)인 옛 명성그룹의 가족기업 ‘태양의 도시’까지 3곳이 응찰해 모두 입찰적격자로 선정됐었다. 그러나 이날 본입찰에는 태양의 도시 한 곳만 응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산은은 산은캐피탈의 매각을 시도했으나 예비입찰에 한 곳만 응해 유찰될 바 있다. 산은이 지분 99.92%를 보유한 산은캐피탈은 장부가격이 5973억원이다.

기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정부가 산은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추진중인 가운데 산은의 자회사 매각이 또다시 불발되면서 산은의 자본 확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향신문

서울 여의도에 있는 KDB산업은행 /김정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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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단과의 자율협약 형태로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현대상선은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선박 임대료)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협상이 당초 정부가 이달 중순으로 정했던 시한을 넘기면서 채권단은 우선 출자전환을 먼저 해주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출자전환은 채권자인 금융기관이 기업의 빚을 탕감해주는 대신 그 기업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으로, 기업 입장에선 재무구조를 쉽게 개선할 수 있는 반면 기업 회생 여부에 따라 기업 부실이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이날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의결한 현대상선에 대한 출자전환 규모는 약 7000억원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금융당국은 “용선료 조정이 안 되면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고 밝혀왔다. 그럼에도 채권단이 먼저 조건부 출자전환으로 가닥을 잡은 것은 용선료 협상 시한을 연장해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해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용선료 협상 시한 연장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한편으론 한국 정부와 채권단이 현대상선 지원에 나서겠다는 신호를 줌으로써 해외 선주들이 용선료 협상에 느긋하게 대응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주영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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