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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증권맨들 "새 직장 어디 없나"...M&A·구조조정에 이직 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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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여의도에선 증권맨들의 ‘이직(離職) 준비’ 열기가 초여름 폭염 만큼 뜨겁습니다.

미래에셋에 합병되는 대우증권(미래에셋대우), KB금융으로 넘어가는 현대증권의 구조조정이 유력한 데다 현대중공업 계열 하이투자증권까지 매각설에 휩싸이면서 엉덩이를 들썩이는 증권맨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모그룹이 경영난에 직면한 하이투자증권은 작년 3월, 941명이던 직원 수가 올 3월 현재 834명으로 100명 넘게 줄어들었습니다.

인력 구조조정을 앞두거나 이미 진행 중인 이들 증권사에선 직원들이 새 일자리를 알아보느라 바쁘다고 합니다. 남들보다 빨리 움직여야 처우면에서 손해를 덜 본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들은 경쟁 증권사는 물론 자산운용사, 사모펀드(PEF), 제2금융권까지도 새 직장 후보군에 넣고 일자리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합니다.

통상 계약직 비율이 높은 증권업계는 이직이 잦은 편입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직장을 옮긴 증권맨이 약 1000명으로 추정될 정도입니다.

전문성을 따지는 업계 특성상 인력 풀(pool)이 제한돼 있고, 이직 후 업무 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 ‘이직 리스크(위험)’가 낮다는 점도 ‘잦은 이직’의 요인이 됩니다. 그런데 최근 증권맨들의 이직은 자의(自意)보다는 M&A(인수·합병)를 통한 업계 재편, 증시 침체와 증권사 수익성 악화 등 주로 외부 요인에 의한 것입니다. 계약직 비율은 점점 높아져 올 1분기 말 증권사 내 계약직 비율이 20.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앞으로 이직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어려워진 업계가 허리띠를 졸라매고, 개인이 더 나은 직장을 찾아 움직이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몇 년 전만 해도 대학생 선망 직종으로 꼽히던 ‘증권맨’들이 이직에 몰리는 현실에서 세월의 무상함을 느낍니다.

[안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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