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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기업 구조조정 재원 마련’ 정부-한은 2차회의도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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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회의뒤 브리핑서도 간극

정부 “한은 직접출자 가능성”

한은 “이미 안된다 했다” 부인에

정부 말바꿔 “전혀 합의 없어”

내달까지 방안 나올지 의문


기업 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 협의체’가 보름 만에 2차 회의를 열었으나 정부와 한국은행이 핵심 쟁점에 대해 평행선만 달렸을 뿐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양쪽의 간극이 커 다음달까지 최종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상목 기획재정부 1차관, 김용범 금융위원회 사무처장,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보 등은 19일 오전 열린 2차 회의 뒤 보도자료를 내어 “향후 구조조정 상황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직접출자와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간접출자 방식을 병행하는 안을 폭넓게 검토했다”고 밝혔다.

정부와 한은은 해운·조선 산업의 부실채권에 케이디비(KDB)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물려 있는 상황에서 이들 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기 위해 누가 돈을 대어 자본확충을 할 것인가를 두고 첨예한 공방을 이어왔다. 산은에는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간접출자 방식의 지원으로 가닥이 잡혔다. 그러나 수은에는 외환위기 때 한은의 직접출자 전례를 들어 정부가 이번에도 똑같이 해줄 것을 압박하고 있고, 한은은 중앙은행 원칙에 어긋난다면서 이를 거부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한은은 ‘직접출자’의 주체를 두고 완전히 상반된 인식을 드러냈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직접출자의 주체에 정부와 한은이 모두 들어가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합의라고 말하기까진 그렇지만 공감대를 형성했다. 한은의 직접출자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정도로 의견이 좁혀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은 쪽은 이런 해석을 정면 부인했다. 한은은 이날 오후 따로 해명자료를 내어 “국책은행에 대한 직접출자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못박았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직접출자를 정부가 하거나 한은에 요구해 올 수는 있겠지만, 한은 총재가 이미 안 된다고 했고 이런 입장은 바뀐 게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본확충펀드의 재원 마련도 2009년에 한은이 했다고 해서 이번에도 한은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정부와 한은이 같이 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합의 문구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이견이 불거진 셈이다.

결국 기재부 쪽은 이날 오후 직접출자나 자본확충펀드를 통한 간접출자를 누가 할 것이냐에 대해 전혀 합의된 게 없다고 말을 바꿨다. 기재부의 또다른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출자 문제의) 주어를 쓰지 않은 것은 합의가 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손실 최소화 원칙에 따라 출자 대신 대출을 통한 자본확충펀드 방안을 선호하고 있다. 또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대출을 회수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정세라 김경락 기자 sera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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