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신속한 구조조정 위해 한은 나서야"

["위기·구조조정 때마다 한은이 나선 사례 충분".."현대상선 용선료 협상 낙관할 상황 아냐"]

임종룡 금융위원장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 한국은행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과거에도 중앙은행이 나선 사례가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4일 언론사 경제부장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기본적으로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지만 중앙은행이 위기 또는 전반적인 구조조정 시기마다 필요한 지원을 해 왔다"며 "과거에도 중앙은행이 나선 사례가 충분히 있다"고 밝혔다.

그는 "구조조정을 지연하지 않고 빨리 하려면 신속한 수단이 동원돼야 한다"며 "중앙은행이 필요한 이유는 신속히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재정을 통한 자본확충은 예산 편성, 국회 동의 등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구조조정의 원칙은 신속, 충분, 선제적인 지원 등 3가지"이며 "이런 구조조정 원칙이 이번에도 적용돼야 한다"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다행히 한은이 협력의사를 밝혔고 오늘부터 논의를 시작했다"며 "중앙은행이 어느 규모로 참여할지는 정해진 게 없고 앞으로 협의체에서 자본확충 방안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국은행 등은 이날 오전 '국책은행 자본확충 테스크포스' 1차 회의를 개최했다. 금융위는 이날 회의에서 시나리오별로 필요한 자본확충 규모를 보고했으며 TF는 6월까지 자본확충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임 위원장은 "지금의 상황이 유지될 경우, 더 나빠질 경우, 낙관적일 경우에 대비해 필요한 자본 규모에 대한 계산을 가지고 있지만 부처간 충분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며 자본확충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임 위원장은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자구노력도 강조했다. 그는 "공적자금을 받으려면 스스로의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며 "산은과 수은에 추진계획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특히 감사원이 대대적인 감사를 이미 완료했으며 감사 결과가 나오면 산은과 수은은 그에 상응하는 관리책임을 받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 위원장은 이어 "구조조정을 왜 채권단에만 맡기느냐는 지적이 있지만 채권단 중심이 돼야 하고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채권단이 기업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으며 스스로 채권을 가지고 있는 이해집단인 데다 정부가 직접 개입할 경우 통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현대상선의 용선료 협상은 결코 낙관할 상황이 아니라고 밝혔다. 임 위원장은 "용선료 협상은 많은 선주들로부터 100% 동의를 받지 않으면 성공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라며 "현재 낙관적으로 되고 있는 상태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마냥 협상만 하고 있을 순 없는 만큼 협상시한을 5월 중순으로 하자는 입장을 전달했고 협상이 잘 안되면 채권단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극히 제한돼 있다"고 강조했다.

김진형 기자 jh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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