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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임종룡 “구조조정 과정서 가장 두려운건 신용경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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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무차별 자금 회수땐

멀쩡한 기업까지 도산 야기”

“가장 두려운 것은 크레딧 크런치(신용경색)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언론사 경제·금융부장단 간담회에서 과거 자신의 구조조정 경험을 회상하며 한 말이다. 임 위원장은 1980년대 후반 해운산업 합리화와 국제그룹 해체부터 시작해 외환위기 시절 재정경제원(옛 기획재정부) 구조개선단장을 맡아 구조조정 업무를 주도했다. 관료 경력의 절반 이상이 구조조정 업무와 관련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경제 전반에 대한 무차별적 구조조정으로 오인되는 경우 은행들이 연쇄적인 기업 자금 회수에 나서게 되고 멀쩡한 기업도 쓰러뜨리는 결과(흑자도산)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조조정 추진으로 문제 될 수 있는 금융기관이 어디인지 밝혀 뱅크런(대규모 인출사태)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도 했다. 이번 구조조정이 해운과 조선업종에 한정해 국책은행 중심으로 진행되는 까닭이다.

세계일보

조선·해운업에 대한 국내금융권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여신+지급보증) 중 70%가량이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몰려 있다. 산은의 조선·해운 업종여신 비중은 11%, 수출입은행은 25%에 달한다. 나머지 시중은행의 비중은 기업여신의 5%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렇다면 조선·해운업의 부실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임 위원장은 “내부적으로 부실규모를 낙관·중립·비관 시나리오에 따라 추정하고 있고 상황 진전에 맞춰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시장 충격을 감안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시장은 주로 최악의 상황에 반응하고 자금 쏠림과 회사채 시장 붕괴와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 위원장은 구조조정이 잘 진행된다면 “생각보다 (부실)규모가 적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과거 외환위기 때 전 업종에 걸쳐 무자비한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정부의 기업부실 추정규모도 초기 50조원에서 110조원, 127조원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무려 167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임 위원장은 지금 상황에 비춰 볼때 부실에 관해 과거 숫자를 생각할 수준이 아니라고 말한다. 업종이 조선·해운에 한정돼 있고 국책은행이 충당금을 충분히 쌓아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임 위원장은 “(구조조정 작업이) 해운은 6월이면 대부분 끝나고 조선은 길게 봐서 내년 상반기에 마무리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 위원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구조조정은 고통분담”이라면서 대주주와 채권단, 근로자 등이 손실을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산은의 부실책임을 엄격히 추궁할 뜻도 분명히 했다. 그는 “산은이 그간 대우조선해양을 관리해 왔지만 대규모 부실이 발생했고 지난해 10월 정상화 방안 발표 뒤 추가지원을 했기 때문에 경영관리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이 산은의 자회사 관리책임에 대해 대대적인 감사를 진행했고 대우조선 전 경영진도 검찰에 고발조치됐다.

한편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의 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을 조사 중인 금융당국이 최 회장과 두 딸 명의로 이뤄진 자금 흐름에 대한 추적에 나섰다.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은 최근 복수의 금융기관에 최 회장과 두 딸의 금융거래 정보를 요구했다. 요구 대상에는 최 회장 일가가 한진해운 주식을 최근 처분하면서 이용한 증권사의 위탁계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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