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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좌익효수’ 봐주기 기소 비판에…검찰, 뒤늦게 “항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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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선거댓글 700여건 추가여부엔

검찰 “공소장 변경은 추후 검토”

기소 당시 지휘라인 승승장구

원칙 수사 검사들은 좌천·퇴직


한겨레

좌익효수 봐주기 기소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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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700여건의 선거개입 댓글을 적발하고도 단 10건만 기소해 ‘봐주기 기소’라는 비판을 사고 있는 국가정보원 직원 유아무개(좌익효수)씨에 대해 항소 의사를 밝혔다. 국정원 대공수사국 직원인 유씨는 2010~2012년 ‘좌익효수’라는 인터넷 필명으로 수천건의 정치개입 및 모욕적 댓글을 달다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 법원은 지난 21일 유씨의 국정원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봐주기 기소로 무죄 선고의 빌미를 제공한 검찰이 비판 여론을 의식해 마지못해 항소에 나섰다는 지적을 피할수 없게 됐다.

검찰 관계자는 27일 “검찰은 유씨의 행위에 선거운동의 고의가 있다고 봤지만, 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며 “법원이 법리를 오해하고 양형을 부당하게 적용해 항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법원이 선거운동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은 게 잘못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검찰이 봐주기 기소로 그 빌미를 제공했다. 이 관계자는 ‘기소 과정에서 뺀 700여건의 선거개입 댓글을 범죄사실에 추가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공소장 변경은 이후 항소 과정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해 유씨를 기소하면서 10개의 댓글을 선거개입 댓글로 분류했지만, 2013~2014년 수사 과정에서는 700건이 넘는 댓글을 선거개입 댓글로 분류한 사실(<한겨레> 4월25일치 1·3면)이 뒤늦게 드러났다.

검찰의 직무유기라는 비판까지 나오지만, 지난해 11월26일 유씨를 기소할 때 검찰 지휘 라인에 있던 이들은 현재 주요 보직을 맡고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 공안 책임자였던 이상호 2차장은 지난 1월 검사장(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으로 승진했고, 유씨 수사를 직접 맡았던 김신 공안2부장은 대구지검에서 공안부장을 맡고 있다. 검찰 내 공안 책임자인 정점식 대검 공안부장은 최근 인사 때 유임됐다. 대검 공안부장이 유임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당시 검찰 수장은 김진태 검찰총장이었으나, 실권은 지난해 10월30일 검찰총장에 내정된 김수남 대검 차장이 갖고 있었다.

반면 유씨를 처음 적발해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던 특별수사팀 소속 검사들은 승진 탈락 등 고배를 마셨다. 팀장을 맡았던 윤석열 검사는 대구고검과 대전고검 등 3년째 한직을 돌고 있고, 부팀장을 맡았던 박형철 검사는 좌천성 인사를 당해 올 초 검찰을 떠났다. 이들은 검찰 수뇌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국정원 직원들을 긴급체포하는 등 원칙대로 수사를 진행했다가 고초를 겪고 있다. 윤석열 검사는 2013년 10월 국정감사장에서 황교안 총리(당시 법무장관) 등 검찰 수뇌부의 외압을 폭로하기도 했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유씨에 대해 정치댓글 10건만 기소한 것은 검사가 직무유기를 한 것”이라며 “원칙대로 수사한 검사들은 좌천되고 유씨를 봐준 검사들은 잘나가는 상황은 매우 잘못됐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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