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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좌익효수' 놓고 논란만 남긴 檢·法…어버이연합 사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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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살롱 <112>]'좌익효수' 국정원 직원, '선거개입 무죄' 판단 받았지만 의혹 남아]

머니투데이

국정원. /사진=뉴스1


"사찰왕 문재인…괜한 네거티브로 혹세무민하지 말고 죄인은 부엉이바위에서 자폭하라."

18대 대선을 일주일 앞둔 2012년 12월12일 '좌익효수' 국정원직원 A씨가 '국정원 댓글부대' 기사에 남긴 댓글입니다. A씨는 2011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21일 전인 4월6일에는 손학규 당시 후보자를 향해 "변절의 달인이 어디다 입질이냐. 재수없다" 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이 사건은 18대 대선을 일주일 앞두고 드러난 국정원 선거개입 사건과 맞물려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A씨는 국정원법 위반과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전자에 대해선 21일 무죄 판단을 받았습니다.

'좌익효수 악플'이 무죄? '댓글도 정치' 시대인데…

A씨에게 적용된 국정원법 9조 2항 4호는 국정원 직원이 선거운동에 관여하는 행위를 정치관여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경우 징역형과 자격정지에 처해지며 별도의 예외 규정은 없습니다. 이는 국가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의 지위와 영향력을 고려할 때 정치활동을 엄격히 막아야 한다는 같은 조항 1항에 근거를 두고 있습니다.

검찰은 A씨가 단 댓글 중 58건이 선거운동에 해당한다고 보고 A씨를 기소했습니다. 법원은 그러나 A씨의 댓글을 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합니다. A씨의 댓글이 △선거와 관계없이 꽤 긴 기간 동안 여러 정치인을 비방하는 댓글을 단 점 △선거 후에도 같은 사람을 여러차례 비방한 점 △A씨가 해당 선거구와 어떤 관련이 있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등 특정 후보자를 당선 또는 낙선시킬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섭니다.

이 판결이 나오자 법원이 선거활동 제한 규정을 너무 좁게 해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쏟아졌습니다. 국정원이라는 기관의 특성, 댓글이 달린 시기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봤을 때 선거운동으로 볼 여지가 충분했다는 것입니다.

현재 정치인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하고, 이용자들의 게시글에 적극적으로 댓글을 남기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현실을 고려하면 A씨를 국정원법 위반으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립니다.

일각에선 이번 법원 판결이 유사한 경우로 처벌받은 다른 공무원의 사례와 어긋난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 7급 공무원 김모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원순 서울시장을 지지했다가 벌금형을 확정받고 공무원 직을 상실했습니다. 재판부는 "박원순의 당선을 도모하는 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선거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좌익효수 댓글 3300여건 올리지 않은 검찰…공권력 불신은 계속

법원의 이번 판결과 더불어 검찰 수사 과정에서의 의혹도 계속 제기됩니다. 통합진보당 광주시당은 2013년 7월 A씨를 고발하면서 A씨가 게시한 글 16건, 댓글 3451개의 법에 저촉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A씨를 재판에 넘기면서 댓글 58건만 문제삼았습니다. 3300건이 넘는 나머지 게시물에 대해서 법원은 판단조차 할 수 없었던 셈입니다.

'늑장수사' 논란도 일었습니다. 검찰은 고발장을 접수한 지 1년여가 지난 2014년 6월에야 A씨를 피고발인 신분으로 조사하고 지난해 11월에야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불과 2달 만에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일본 산케이신문 사건 수사를 끝낸 처분과 대비된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국가기관이 개입된 여론조작 의심 사건은, 민주정부 수립 이후에도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몇년만 돌아봐도 18대 대선 당시 일어난 '십알단'(십자군알바단) 사건, '교육부 교과서 국정화 비밀 TF' 의혹, 강남특별자치구를 주장한 '강남구청 댓글부대' 논란 등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적이 많았습니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보수단체 '어버이연합'을 둘러싼 의혹도 이와 궤를 같이합니다.

그러나 이와 관련돼 제대로된 수사나 처벌이 이뤄진 적은 드뭅니다. 십알단 사건 때 검찰은 박 대통령 측 선거 캠프에서 십알단 사무실 비용을 댔다는 선거관리위원회 고발을 접수하고도 "새누리당과 십알단은 관련이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십알단을 주도한 윤정훈 목사는 2013년 대법원에서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고 누리꾼들은 "제2, 3의 십알단이 등장할 것"이라과 우려했습니다.

검찰, 법원의 이같은 행동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공권력에 대한 불신과 논란을 증폭시킵니다. 두 기관이 설득력 없는 결과를 내놓을때마다 시민들은 '공권력이 예산과 인력을 동원해 눈과 귀를 막고 있다'는 불안감을 키울 수밖에 없습니다.

법원과 검찰은 또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섰습니다.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번 어버이연합 사건 수사부터 판결까지 단 한 점의 의혹도 남겨선 안됩니다. 결과가 무엇이든, 법원과 검찰은 명확하고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대야 할 것입니다.

김만배 기자 mbkim@mt.co.kr,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양성희 기자 yang@mt.co.kr, 한정수 기자 jeongsuhan@, 이경은 기자 kelee@mt.co.kr,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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