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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무조건 줄이다 중국에 발목 잡힐라…조선 구조조정 옥석가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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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조선업-下]일본 구조조정 과정에서 한국 세계 1위 차지

한국 막무가내식 구조조정 나서다간 중국에 발목 잡힐 수 있어

전문가들 "구조조정하되 근본적 경쟁력 잃지 않도록 인재 육성 해야"

뉴스1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삼성중공업 제공).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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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최명용 기자,이철 기자 = 전문가들은 조선업 구조조정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경쟁력 유지'를 꼽았다. 조선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나 동의한다. 하지만 막무가내식 구조조정은 미래 성장성 훼손이란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일본은 1980년대 조선업 구조조정을 통해 조선업체 수를 1/3로 줄이고 비용 절감에 나섰다. 당장 생존은 가능했지만 1990년대 이후 조선업 호황이 재현됐을 때 주요 일감을 한국 조선업체에 빼앗겼다. 한국은 그 덕에 조선업 글로벌 1위 자리를 탈환했다.

30년전 한일간 조선업 상황은 2016년 현재 한국과 중국의 조선업 상황에 오버랩된다. 한국이 조선소를 통폐합하고 R&D 투자를 줄이면 5년, 10년뒤 찾아올 조선업 호황기에 제대로 대응이 힘들다. 그 빈자리를 고스란히 중국 업체들이 차지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비용절감과 구조조정을 하되 근본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조선 시장 일본 뒤에 한국, 다음엔?

글로벌 조선 시장은 영국-일본-한국으로 이어지는 주도권 이양의 모습을 보였다. 20세기 초중반까진 영국이 글로벌 조선시장을 휩쓸었으나 1970년대 이후 일본이 시장을 휩쓸었다. 일본은 리벳방식으로 만들던 선박 제조 공법을 블록을 만든 뒤 용접하는 용접블록방식으로 바꿔 생산성을 몇 단계 높였다.

일본 뒤를 이어 조선업의 주도권을 차지한 곳이 한국이다. 한국은 일본 조선업체들이 구조조정에 나선 1970년대말부터 1990년까지 집중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한국의 무기는 '도크'였다.

한국은 대형 도크에 집중 투자하면서 대형 선박을 한꺼번에 제조하는 역량을 갖췄다. 특히 한국 조선업계는 '대형선박은 도크에서 만들어야 한다'는 상식을 뒤집는 플로팅도크 공법으로 대형선박을 대거 수주했다.

한국은 1999년 일본을 제치고 글로벌 수주 1185CGT를 기록하며 글로벌 조선 1위에 올랐다. 한국이 대형 도크에 투자하는 동안 일본은 과잉 생산 설비를 절반으로 줄이면서 한국에 주도권을 넘겨줬다.

◇한국 구조조정...중국에 기회될 수도

한국 조선업은 이미 중국에 물량 면에선 뒤처지고 있다. 중국 물량을 제외한 글로벌 물량이나 고부가가치 선박에선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나 미래는 장담하기 힘들다.

한국은 최근 조선업에 대한 비용 절감 및 구조조정을 준비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국영 조선소를 중심으로 정부의 지원을 오히려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정부주도로 조선업을 육성하고 있다. 2006년 시작된 11차 5개년 계획에선 조선산업을 핵심산업으로 지정했고 2011년부터 진행된 12차 5개년 계획에선 금융지원 등 조선업 중장기발전 계획을 세웠다.

중국은 북방을 관장하는 CSIC(중국선박중공업집단)와 남방을 관장하는 CSSC(중국선박공업집단)를 중심으로 조선업을 육성하고 있다. 국가기관 소속 조선 R&D인력은 2008년 30만3000명에서 2013년 46만7000명으로 늘었다. 또 중국 국적 선박 중 10년 이상 된 노후선을 해체하고 새로 발주하면 GT당 1500위안의 보조금을 제공하는 무차별 금융지원도 하고 있다.

한국의 조선업 구조조정은 중국 조선업계에 기회가 될 것이란 우려를 제기한다. 한국이 조선업 글로벌 1위를 차지한 것은 일본이 구조조정을 통해 투자를 줄이면서 그 빈자리를 노린 덕이 컸다.

민동원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도 최근 글로벌 조선 불경기에 민간 조선소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고 국영조선소를 중심으로 통폐합에 나섰다"며 "대신 R&D투자를 줄이지 않고 국영 기업 위주의 구조조정으로 정부 지원 가능성을 늘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조조정·비용절감 필요…근본 경쟁력은 유지해야

구조조정에 정답은 없다. 전문가들은 조선업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당위성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경쟁력, 기술력은 유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양적인 구조조정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최악의 시황이 회복되면 우리가 규모를 줄인 만큼 향후 다른나라의 경쟁사가 해당 물량을 가져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창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우수한 인력이 세계 최고의 조선산업을 만든 것처럼 이를 유지하고 지속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 영향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조선산업이 하나의 기업처럼 움직일 수는 없겠지만 일본이나 중국의 조선소처럼 합종연횡 전략을 펴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조진만 부산대 조선해양플랜트글로벌핵심연구센터 교수는 "어느 정도 건조능력(생산량)을 줄이고 업체별로 주력 업종을 특화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동의한다"며 "기존에 하던 방식처럼 A업체와 B업체를 합쳐버리는 것이 아니라 조선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게 특화를 유도하는 정책들을 추진해야하는 시기다"고 강조했다.
xp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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