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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여기가 도망쳤다는 그 집”…방문객들만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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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문 걸어잠근 중국 닝보 ‘류경식당’

상가 관리 직원에게도 안 열어 줘

중국인 직원 “월급 받을 수 있나” 울상

북 “남쪽이 납치해간 사건” 주장



“매달 15일 전후로 월급을 받았는데, 이달치는 받을 수 있는지, 앞으로 가게는 어떻게 되는 건지 알고 싶어서 왔다.”

12일 아침 ‘탈출’ 북한 식당 종업원들이 일했던 곳으로 알려진 중국 저장성 닝보의 ‘류경’ 식당 앞에서 만난 40대 중국 여성은 막막한 표정이었다. 주방에서 일했다는 그는, “조선(북한)에서 온 직원들이 갑자기 집으로 돌아가 버렸다죠?”라고 말해 최근 사건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듯했다. 근처에서 식당 사진을 찍던 한 남성이 “인터넷에서 못 봤어요? 다 한국으로 도망갔다잖아요”라고 하자, 그는 “설마”라고 반신반의하며 자리를 떴다. 며칠 동안 택배 기사, 과일 납품업자 등도 식당에 헛걸음을 했다.

아직 남아 있는 식당 직원들은 예민해져 있었다. 식당 주변을 서성이던 한 직원에게 상황을 묻자 “내가 왜 당신 질문에 답해야 하느냐”는 화를 내는 듯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와 얘기하고 있던 또다른 이들도 취재진이 다가가자 “나는 직원이 아니다”라며 접촉을 피했다.

주방장을 포함해 일부 직원들은 정오께부터 식당 안에 있었지만, 문을 걸어잠근 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3시께 문틈 사이로 인기척을 찾던 상가 시설 관리회사 직원은 “이 안에 다른 가게로 연결된 전원 스위치가 있어서 들어가야 하는데 문을 열어주지 않는다”며 “영업을 중단한 뒤에도 지난주는 문을 열어주더니 오늘은 태도가 다르다”고 말했다.

식당이 위치한 상업지구 ‘난탕라오제’의 일반 방문객들은 “이 집이 직원들이 도망쳤다는 그 집”이라며 창 너머로 식당 안을 들여다보거나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공안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식당 경영진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책임자’로 불리는 중국인 ㅇ씨는 <한겨레>의 접촉 시도에,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이야기하도록 하자.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답변을 보내왔다. ㅇ씨는 ‘법정대표인’인 또다른 ㅇ씨와 더불어 류경의 경영을 맡고 있지만, ‘큰 사장’으로 불리는 실소유주는 따로 있다고 한다. 류경에서 인턴 조리사로 일했던 ㅊ씨는 11일 “‘큰 사장’이 북한 직원들을 데리고 온 것으로 안다. 하지만 한 달 동안 일하면서 한 번도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북한 쪽은 이번 사건이 남쪽이 벌인 ‘납치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베이징의 북한대사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우리 처녀들이 하루 사이에 그렇게 갈 수 있겠나”라며 “남조선 괴뢰 국정원(국가정보원)이 백주에 우리 사람들을 납치해간 사건”이라고 말했다.

한편,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11일 북한 식당 종업원들의 집단 탈출 사실을 공식적으로 밝히자, 중국 뉴스포털과 관영매체는 여종업원 탈출 사실을 일제히 보도했고, 한국 정부의 지난 8일 발표 이후에도 검색이 되지 않던 관련 뉴스들도 검색되기 시작했다.

닝보/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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