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6 (일)

[런치리포트]4.13 미리보기⑥광주·전북·전남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the300]종합]

호남 주인 바뀌나? '국민 15' '더민주 3'…10곳은 혼전

머니투데이

제1야당에서 공천만 받으면 안정권이었던 호남이 뒤숭숭하다. 새로운 인물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과 이곳을 탈당한 현역 중심의 국민의당이 치열한 자리다툼을 벌이는 까닭이다. 심지어 국민의당의 안정권 지역구 수가 더민주의 5배를 넘어 호남 맹주 간판이 바뀔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제3정당의 등장으로 호남 1당의 주인이 바뀌는 것은 2004년 17대 총선 이후 12년 만이다. 17대 총선 직전인 2003년 11월 창당한 열린우리당은 광주 7석과 전북 11석을 싹쓸이했고, 전남에서 과반이 넘는 7석을 차지했다. 반면 새천년민주당은 전남에서만 5석을 확보하는 데 그쳤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4월 호남에서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 국민의당은 14곳에서 안정된 지지율을 확보한 상태다. 광주 8곳 중 광산을 권은희 후보만 오차범위 내에서 더민주 이용섭 후보에 뒤질 뿐 7곳에서 10%P 이상의 격차로 상대 후보를 따돌리고 있다.

전북에서도 군산 김관영, 익산을 조배숙, 정읍고창 유성엽 후보가 두자리 격차로 경쟁자에 앞서있다. 전남에서는 목포 박지원, 여수을 주승용, 고흥보성장흥강진 황주홍, 해남완도진도 윤영일 후보 등이 비교적 여유있다.

반면 더민주 소속 의원이 오차범위 밖에서 1위를 달리는 선거구는 손에 꼽는다. 전북 익산갑 이춘석 후보와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의 이개호 후보, 순천 노관규 후보 정도만 2위와 격차가 있다.

호남에서 최고의 접전을 보이는 곳은 전주을이다. 7일 보도된 전주KBS와 전북일보 여론조사에서 장세환 국민의당 후보(31.1%)는 정운천 새누리당 후보(30.9%), 최형재 더민주 후보(28.4%)와 초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다. 1위와 3위간 격차가 2.7%P에 불과해 마지막까지 결과를 관측하기 어렵다.

전남 영암무안신안의 박준영 국민의당 후보(30.7%)와 서삼석 더민주 후보(30.5%)도 8일 조선일보 여론조사에서 0.2%P차 피말리는 승부가 이어지고 있다. 또 5일 광주방송 여론조사 결과 전남 여수갑 이용주 국민의당 후보(30.7%)와 송대수 더민주 후보(29.7%), 7일 전주KBS 및 전북일보 여론조사 결과 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 임정엽 국민의당 후보(39.0%)와 안호영 더민주 후보(37.9%), 전주갑 김윤덕 더민주 후보(35.6%)와 김광수 국민의당 후보(34.3%)가 1~1.3%P의 살얼음 승부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같은 여론조사에서 남원임실순창의 경우 이용호 국민의당 후보(28.9%)에 맞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강동원 후보(24.8%)가 선전하면서 박희승 더민주 후보(18.7%)는 3위로 밀려났다.

관심 지역구인 전주병의 경우 8일 조선일보 조사에서 정동영 국민의당 후보(43.2%)와 김성주 더민주 후보(38.1)가, 김제부안의 경우 전주KBS 및 전북일보 조사에서 김종희 국민의당 후보(36.8%)와 김춘진 더민주 후보(33.6%)가 오차범위 내 접전 중이다.

호남권에서 제1야당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더민주는 비상이 걸렸다.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는 8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참배한 데 이어, 9일엔 전주를 찾아 아스팔트 바닥에서 큰절을 하며 읍소에 나섰다. 문 대표는 광주 충장로 거리에서 "호남이 지지를 거둔다면 정치에서 은퇴하고 대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의 호남방문에 대해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는 "광주 호남 유권자들이 얼마만큼 포용을 해주느냐 달렸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문 전 대표의 호남방문이 지지율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목표인 '호남 20석 이상'을 유지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전략홍보본부장은 문 전 대표의 1박2일 호남 방문과 관련 "자체 조사결과에 의하면 전혀 영향이 없다"며 호남 기대의석에 관해서는 "내부적으로 20석 이상을 기대하고 있지만 낮은 자세와 겸손한 태도로 기다리려 한다"고 말했다.

"양향자? 文 때문에" "천정배? 자기욕심"

벚꽃잎이 흩날리는 광주광역시 서구 풍암저수지. 4·13 총선을 나흘 앞둔 지난 9일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나쁨'까지 치솟았지만 포근한 날씨에 산책로를 찾는 발길이 이어졌다.

"이번 선거는 통 모르겄어라. 투표도 안 할라 했는디 허긴 혀야제" 앞서거니 뒤서거니 호숫가를 걷던 김진만씨(71)·신미옥씨(67) 부부는 선거 분위기를 묻는 말에 이렇게 답했다. 법인택시기사 송성현씨(58)도 "광주 사람들이 그라들 안 헌디 이번엔 (개표결과를) 봐야쓰겄고만"이라고 말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정국 직후 치러진 17대 총선 이후 12년만에 호남 적통을 두고 야권 후보끼리 맞붙은 광주의 8개 지역구 가운데 서을은 대표적인 격전지다. 5선 관록의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에게 삼성전자 최초 여성임원 출신의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도전장을 냈다.

지난달 초만 해도 천 대표가 크게 앞섰던 각종 여론조사 지지도 격차가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이 시작된 지난 7일 직전까지 눈에 띄게 줄었다. 양 후보는 주말을 기점으로 지지율 반전을, 천 대표는 수성을 주장한다.

머니투데이

4·13 총선에서 광주 서을에 출마한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9일 광주 풍암저수지에서 상춘객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심재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치신인 양 후보는 광주로 내려온 뒤 철저하게 바닥민심 훑기로 승부를 걸고 있다. 지난달 초부터 경로당과 시장, 상가 같은 지역 내 속살을 접할 수 있는 장소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광장정치가 아닌 골목정치에 승부를 걸었다는 설명이다. 양 후보는 "이젠 먼저 알아보시고 손잡아주시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이날 풍암저수지에서도 마이크 유세를 하기보다 상춘객과 직접 맞부딪혔다. 양 후보는 30대 부부가 유모차에 태워나온 돌쟁이 아이가 콧물을 흘리자 급히 손수건을 꺼내 닦아주며 인사를 건넸다. 아들 부부와 함께 나온 50대 시민이 "우리 애가 서울서 삼성에 다녀라"라며 알은체를 하자 명함을 주고받으며 한참 얘기를 나눴다. 양 후보의 유세를 돕던 같은 당 소속 주경님 광주 서구 시의원은 "지나가는 다른 분들을 놓치는데 한 사람과 인사를 해도 저렇게 깊게 한다"고 전했다.

스킨십 유세에 초점을 맞췄지만 정책공약에 공들인 흔적도 역력하다. 삼성전자 전장사업(자동차에 탑재되는 IT전자장비) 유치를 걸었다. 공약이 성사되면 일자리 2만개가 창출된다고 한다. 현재 광주지역의 삼성·현대그룹 고용인력은 기아차 7500명, 삼성전자 3500명 등 1만명 수준에 그친다. 그동안 광주·호남정치가 지나치게 정치공학 우위로 진행됐다는 게 양 후보의 생각이다. 그래서 유세복에도 '경제는 양향자'라고 적었다.

양 후보는 "급조한 공약이 아니냐고 하는데 삼성에서 스마트폰 메모리와 자동차용 반도체 개발 담당으로 일하면서 생각했던 것"이라며 "광주에는 완성차 공장인 기아차와 삼성전자가 있어서 최적의 입지"라고 설명했다.

호남에 확산된 반문(반문재인) 정서 때문에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다. 양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가 지난 1월 대표직을 내려놓기 전 영입했다. 유세현장을 지나는 상춘객 중에선 "문재인 때문에 안대야"라고 말하는 이도 있었다. 지난 8, 9일 이틀 동안 이뤄진 문 전 대표의 광주 방문이 민심을 얼마나 달랬을지가 선거 막판 변수로 떠오른 이유다.

머니투데이

천정배 국민의당 공동대표가 9일 광주 서구 금호베어스타운 사거리에서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사진=심재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천 대표가 파고드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지난해 4월 광주 서을 보궐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돼 5선에 성공한 천 대표는 호남정치 복원의 마중물이 되겠다는 포부다. 선거구호도 '패권야당 교체'와 '호남정치 복원'으로 정했다.

천 대표는 "정권교체를 위해선 야당의 패권주의 청산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날 서구 쌍촌동 금호베어스타운 사거리 유세차량에서도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확장을 저지하고 호남을 외면해온 패권무능 야당을 교체해 정권교체를 향한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는 육성녹음 연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보궐선거 당시에서는 지역구 유세에 집중하면서 52.4%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거둬 더민주 조영택 후보를 20%포인트 차로 따돌렸다. 이번 총선에선 신생정당의 공동대표로 본인의 지역구 외에 다른 지역구 지원유세까지 챙기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날도 전남 담양·함평·영광·장성에 출마한 같은 당 강형욱 후보와 전북 남원·임실·순창의 이용호 후보의 유세지원에 나갔다가 오후 늦게서야 서을 유세를 시작했다. 호남 돌풍을 수도권으로 밀어올리는 게 당 대표로서의 임무다. 천 대표는 "국민의당이 호남 28개 의석 모두를 석권할 것"이라며 "전체적인 바람을 잘 일으켜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에서는 천 대표가 외쳐온 호남정치 부활에 대한 피로감도 존재한다. 보궐선거 이후 1년 동안 제대로 이룬 게 없다는 민심이다. 박경남씨(57)는 "호남정치를 내세워 자기 정치만 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천 대표가 지난 6일 광주 산업단지와 나주 빛가람혁신도시를 연계한 에너지밸리를 조성하고 2020년까지 유망 중소기업 500개 이상을 유치해 일자리 3만개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게 이런 민심이반 조짐을 의식한 조치라는 평가도 나온다.

"인물은 둘다 거시기헌디" 이용섭·권은희 막판 혼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광주 표심 경쟁에서 유일하게 더민주에 호의적이었던 광산을 선거가 막판 혼전으로 흐르고 있다. 양당 모두 비상벨을 울리며 막바지 경주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각각 재선 경력의 이용섭 전 의원과 초선의 권은희 의원을 후보로 냈다. 이 전 의원은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광주광역시장에 출사표를 내면서 더민주 국회의원직을 내려놨다. 이때 보궐선거에서 같은 당 후보로 당선된 이가 권 의원이다.

이 전 의원은 재선의원을 만들어준 민심을 뒤로 한 채 스스로 물러났다는 점이, 권 의원은 국회 입성의 배경이었던 더민주에서 등돌려 당을 옮겼다는 점이 약점이다. 표심도 이 점을 정확히 반영했다.

지난 9일 광주 송정동 송정시장에서 만난 최명식씨(40)는 "인물은 둘다 거시기헌디 한번씩은 삐딱선을 탔응게"라며 "그때 민심 어쩌고 했는데 여그선 그라게 안 봤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4·13 총선에서 광주 지역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이 9일 남광주시장 사거리에서 합동유세를 펴고 있다. 왼쪽부터 이병훈·정준호·이용섭·이용빈 후보. /사진=심재현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전 의원이 이번 총선에서 당선되면 광주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분위기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은 "이제 목표는 시장 선거가 아니라 정권교체"라며 "정권 창출과 광산 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탄탄한 지역 기반과 국세청장·건설교통부 장관·행정자치부 장관을 거친 경제·행정 전문역량을 발판으로 선거 초반 승기를 잡았다. 주요 정책으로 △광산경제 활성화 △명품 사립 중·고등학교 유치 △노인종합복지타운 건설 등을 내놨다.

지역구에 삼성전자 가전사업부가 위치해 같은 당에서 광주 서을에 출마한 양향자 후보가 내놓은 삼성전자 전장사업 유치 공약이 비판을 받자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에게 공개토론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은 이날 광주지역 후보 합동유세가 열린 남광주시장 사거리에서 "삼성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발표한 것은 전장사업 추진을 검토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어디로 갈지를 검토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광주 정치권과 시민들이 한목소리를 내면 유치할 동력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사진제공=권은희 선거사무소


권 의원은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 축소 은폐 의혹'을 제보한 당사자로 현 정권의 저격수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다. 최근 인기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패러디한 선거 포스터가 전국적으로 논란을 빚었지만 지역 내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도 엿보인다.

주말을 맞아 친구들과 무등산에 온 오유림씨(21·광산구)는 "포스터 논란 이후 오히려 권 의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며 "인지도도 높아지고 언론에 나오는 것보다는 반응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오씨 주변에서 "그라지" "웃자고 헌 것인디"라고 편드는 이도 있었다.

권 의원은 △청년일자리 창출 △문화관광 인프라 확보 △협력업체 보호법 제정 통한 중소협력업체 지원 등을 공약으로 걸었다.

광산을 표심이 선거 종반에 들어서면서 더 복잡하게 얽혀드는 것은 인물 경쟁구도에 더해 당대당 구도가 겹쳤기 때문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을 사실상 각각 대표하는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지역구 후보간 경쟁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잡화점을 운영하는 신모씨(63)는 "이용섭이가 잘 허기는 할텐데 짠하다고들 그래요"라며 "거시기(문재인)가 문제라"라고 말했다. 50대 자영업자 한모씨는 "그라도 여그는 민주당(더민주)이어라"며 "문재인씨도 와서 무릎 꿇고 하더만 이제 털어줄 건 털어줘야제"라고 했다.

광산구 광주여대 앞에서 만난 한 경영학과 3학년생은 "내년 대선에서 문재인이냐 안철수냐를 묻는 예비고사 같다"며 "주말 사이 좀더 고민해서 투표하겠다"고 말했다.

지영호 심재현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shyun88@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