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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2 (토)

[르포]"가뭄 물걱정유?…충남 양반들 급수조정에 순응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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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연속 주말 단비… 보령댐 수위 소폭 상승

뉴스1

지난달 27일 충남 보령시 보령댐 상류지역의 바닥이 물이 마르면서 초원처럼 변하고 있다..2015.10.27/뉴스1 © News1 장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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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ㆍ충남=뉴스1) 허수진 기자 = 보령댐 가뭄으로 충남 서북부 지역 제한급수가 실시된 지 1개월이 넘어서면서 대부분의 지역민들이 불편한 생활용수 사용에 대체로 적응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유례없는 광역상수도 급수 조정으로, 초반에는 제한 방법 혼란으로 우왕좌왕하는 등 갈등과 마찰을 빚기도 했지만 ‘충청도 양반’들은 순응적이었다.

16일 서산시내에서 가장 엄격하게 단수를 시작했던 지곡면 소재 A아파트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입주민들 사이에서는 절수 운동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오히려 불편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혔다는 것.

해당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씨(55)는 “지난달에 갑자기 물이 나오지 않아 깜짝 놀라서 관리사무소에 항의하는 등 난리였다"며 "그런데 아파트 자체적으로 절감 목표를 세워 실제 물이 없으면 얼마나 불편한지 체감할 수 있도록 한 조치라는 걸 알고나서부터는 불만은 사라지고 이제 적응이 됐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자체적으로 지난달 8일부터 3주간 오전 6~9시, 오후 6~9시에만 물을 공급하는 방식으로 급수조절한 결과, 40~50%대에 그쳤던 저수조 저수량이 65~70%로 상승됐다.

이와같은 성과에 따라 단수는 3주만에 중단하고, 24시간 물을 공급하돼 수압을 낮추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이 아파트 또다른 입주자 최모씨(48)는 “수압이 낮아 출퇴근시간에는 가끔 물이 나오다가 안나오기도 해 낮 시간에 욕조에 물을 가득 채워놓고 급할 때 사용한다”며 “24시간 물이 나온다는 자체가 단수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느냐"며 다행스런 표정을 지었다.

최씨는 “지금 나오고 있는 물도 조건부다. 관리소에서 평균 저수량 45%대를 유지하는 것을 원칙으로 세워 또 그 아래로 떨어지면 전처럼 단수조치를 한다고 한다”며 “다시 그런 불편을 겪지 않기 위해 생활속에서 절수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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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상설시장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정모씨. 평소 물이 잘 나오고 있지만 만약을 대비해 물을 받아놓는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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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점 등의 업체들 역시 생활용수 사용에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안상설시장에서 활어횟집을 운영하는 정모씨(50)는 “우리는 수조에 항시 물을 가득 채워놔야 하는데 아직까지 별다른 불편이 없다"며 "그러나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장사 준비할 때 항상 물을 먼저 받아놓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조금 불편함이 생기더라도 지금 이 가뭄상황을 빨리 극복할 수 있다면 어떤 조치라도 적극 동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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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군 창리 지역에서는 대부분 지하수를 이용해 생활용수를 사용함에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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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곽지역에서는 대부분 상수도보다는 지하수를 사용하는 가정이 많다보니 생활용수보다는 내년 농사에 대한 걱정이 우선이었다.

태안 창리 정모씨(70)는 “몇몇 상수도가 나오는 집들도 수압이 떨어지다 보니 지금은 거의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시골에는 식구들도 많지 않으니 특별히 불편한 점은 없다”고 말했다.

보령시 웅천읍에서 쪽파농사를 짓는 한모씨(75)는 “생활용수는 물만 틀면 되니, 수압이 좀 떨어지더라도 다들 그러려니 하고 쓰고 있다”면서 "그러나 올해 쪽파 농사는 다 망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씨는 “쪽파를 심어놓은 700평짜리 논 2곳이 있는데 한 쪽은 아예 포기했고, 한쪽은 원래 수확기보다 한달을 더 기다렸다”며 “워낙 가물다 보니 생육이 느리고 질도 떨어지는데 요 며칠 사이에 비가 몇 번 내려줘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쓴웃음을 지어보였다.

최근 2주 연속 주말마다 내린 비 덕택에 보령댐 저수율은 소폭 상승됐다. 지난 6~9일, 13~14일 내린 비로 인해 수위가 0.12m, 0.18m 상승해 57,53m, 57.85m로 각각 기록됐다.

정상적으로 물을 공급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양이지만, 마을 상수도 등의 소규모 시설에 도움이 되는 등 지역민들의 걱정을 조금이나마 덜어줬다는 분석이다.

7개 시·군의 자율적 급수 조정 현황은 지난 15일 오후 12시 기준 절감목표 대비 110% 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10월1일~11월15일 평균 목표치 미달 지역은 서산, 홍성, 태안으로, 도는 해당 지역에 급수조정 결과를 공유하고 특단의 절감대책 강구를 독려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도 관계자는 "추후 형평성을 고려해 해당 시·군에 페널티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koalaluv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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