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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국정화 불복종 확산]여, 국론 분열시켜 놓고…어김없이 “이제는 민생” 타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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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화 확정고시 후 “민생 우선” 내세워 국면전환 노려

야권에 책임 전가…국정원 댓글·세월호 대처와 똑같아

정부·여당이 다시 ‘민생론’을 꺼내들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발하는 야당을 ‘반(反)민생, 민생 발목잡기’라며 압박하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짬짜미’ 추진으로 덮고, ‘민생’ 프레임으로 국면을 바꾸려는 의도를 노골화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론 분열 말고 민생 챙기라’는 반대 여론에도 국정화를 강행해놓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민생론을 흔드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국가정보원 댓글, 세월호 참사, 청와대 비선 논란 등 일단 일만 터지면 ‘경제 어렵다→민생으로 돌아가야→야당이 발목 잡는다’는 박근혜 정부의 ‘국면 전환’ 레퍼토리가 재등장한 것이기도 하다. 그 점에서 위장된 ‘민생론’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경향신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5일 국회 당 대표실에 걸린 ‘이제는 민생입니다’라는 새로운 현수막을 기자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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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으로 국면 전환 노골화

새누리당은 5일 국회 대표실 벽면의 홍보 문구를 ‘이제는 민생입니다’로 바꿨다. 3주 넘게 걸려 있던 ‘이념편향의 역사를 국민통합의 역사로’ 문구는 내려졌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더 이상 정치가 경제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을 듣지 않도록 상생의 국회,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도 “국민이 목말라 민생을 간절히 원하는데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우물파기를 내팽개치고 후진적인 정치 선동을 일삼는다”고 했다. 국정화에 반발하면서 국회를 보이콧하고 있는 야당을 ‘민생 발목잡기’로 압박한 것이다.

실제 효과는 있다. 야당이 매번 당한 ‘민생론’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것이다. 국정화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지만, 이 문제에만 매달릴 경우 오히려 여론 역풍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문재인 대표가 이날 의원총회에서 “긴 기간 국정교과서에만 매달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가 위기에 빠진 경제와 민생도 살려야 한다”고 말한 것도 이런 취지에서다.

앞서 정부·여당은 지난 3일 국정화 확정고시를 기점으로 일제히 ‘민생’을 합창했다. 확정고시 당일 열린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도 입을 맞췄다. 이를 두고 야당에선 “고위 당·정·청 회의를 40여일 만에, 그것도 고시 확정일에 한 것은 국면 전환용 위장 민생”(새정치연합 최재천 정책위의장)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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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발 민생론의 허실

여권에서 ‘민생’은 ‘종북’과 함께 국면 전환용 단골 메뉴다. 국정원 대선개입, 세월호특별법 협상, 비선권력 국정개입 논란 등으로 야당의 공세가 높아질 때면 어김없이 “정치 현안 말고 민생을 돌봐야 한다”는 식의 논리를 꺼냈다.

이 같은 대응은 국면 전환용이란 의도도 문제지만, 민생 난맥의 책임을 정치권, 특히 야당에 전가하면서 현 정권의 실정을 은폐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 박근혜 정부의 경제 성적표는 초라한 수준이다. 일각에선 국정화 추진이 박근혜 정부의 민생·경제 실패를 가리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게다가 이 같은 두루뭉술한 민생론은 우리 사회의 중요한 현안에 대한 논의를 무력화시키는 효과도 가져온다.

여권의 민생론이 과장된 ‘프로파간다’(선전)라는 지적도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민생은 항상 하는 소리다. 경제활성화법 같은 게 통과된다고 경제가 저절로 사는 건 아니지 않으냐”고 말했다.

오히려 민생론을 수시로 활용하면서도 세 대결식 선전·선동 정치를 벌인 것은 정부·여당이다. 여권이 국정화 문제에 대해 ‘정치권 불간섭’을 주장하지만, 교육부 비밀 TF에 이어 국정교과서 대표집필자에 대한 관여 등 청와대 개입 의혹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도 이날 국정화 지원에 나섰다. 김 대표는 국정교과서 집필진 비판 여론에 대해 “학문사상의 자유를 가로막는 반자유민주주의 세력들이 누구인지 얼굴을 내놓고 비판하라”고 말했다.

<김진우·유정인·박홍두 기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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