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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최악 가뭄 소양호 상류 "추위보다 가뭄이 더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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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곡물 얼면 큰일…가축 기르는 주민 속수무책"

연합뉴스

'최악의 가뭄' 바닥 드러낸 소양호 상류 (인제=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면서 강원 인제군 소양호 상류지역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2015.11.3 dmz@yna.co.kr


(인제=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추위는 관계 없어요(걱정할 게 없어요) 가뭄이 더 걱정입니다."

나뭇잎이 다 떨어져 초겨울로 접어든 산길을 따라 오르자 저 멀리 농촌 마을이 펼쳐졌다.

'달 뜨는 동네'로 알려진 강원 인제군 남면 신월리였다. 40여 가구가 사는 이 마을의 대중교통은 오전 7시 30분, 오후 6시 두 차례 다니는 버스가 유일할 정도로 오지 마을이다.

신월리 마을 앞에는 소양호가 있지만, 사상 유례없는 가뭄에 물길은 썰물처럼 빠져나간 지 오래였다.

어부들의 생계를 이어주던 그물 위로는 강아지풀이 무성하게 자랐고, 모터보트는 산기슭 풀밭에 얹혀 있었다.

호수의 상류지역이 맨바닥을 드러내면서 낚시꾼들이 진을 치며 낚싯대를 드리웠던 자리는 산 중턱에 올라앉았다.

맨바닥을 드러낸 소양호 계곡 상류에 자리 잡은 마을에서는 할머니 4명이 저물어가는 가을 햇살 아래 씨 마늘을 골라내고 있었다.

올해 봄부터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다 보니 마늘이 거의 다 죽어 내년 봄에 심을 씨 마늘을 골라내는 작업을 서로 도와주고 있었다.

가뭄에 마늘과 옥수수 등 올해 농작물의 생산량은 예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마을에 들어온 지 30년이 넘은 한매자(76) 할머니는 "지난해 깨를 2가마 수확했는데 올해는 가물어 5말밖에 못할 정도로 농사가 망가졌다"면서 "이 마을은 물이 귀해 계곡의 물이 얼어붙으면 큰일"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지원해주는 생수로 식수가 부족할 때마다 어려움을 넘겼지만 다가오는 겨울이 걱정이다.

식수로만 사용하는 물은 많지 않아 생수로 해결할 수도 있지만, 가축을 수 십마리씩 기르는 주민은 생명수나 다름없는 계곡물마저 점점 가늘어져 걱정이다.

사람이 먹는 식수는 어디서 구해오면 급한 상황은 넘기지만 축사의 급수대가 바닥을 드러내면 바짝 마른 사료를 먹는 소들이 갈증 때문에 고통을 호소해도 속수무책이다.

계속 되는 가뭄에 관정도 뚫어도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고, 수위가 내려가면서 마을 앞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소양호에서 물을 퍼올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신월리는 최근에는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급수 제한을 해왔다.

마을 토박이로 40년째 한우를 키우는 지근환(56) 씨는 "추위는 관계없다"면서 "한겨울에 30도까지 떨어지는 추위보다 가뭄이 더 걱정"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가뭄이 보름가량 더 이어지면 계곡물이 말라버려 대낮에도 급수 제한을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국내 최대 저수용량을 자랑하는 소양호를 앞에 두고 살면서도 "물 사정이 좋은 데로 이사를 하고 싶다"라며 말끝을 흐리는 지 씨의 눈가에는 마른하늘을 원망하는 안타까움이 배어났다.

dm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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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앉은 어민들의 배 (인제=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면서 맨바닥을 드러낸 강원 인제군 소양호 상류에 어민들의 배가 주저앉아 있다. 2015.11.3 dm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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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초로 뒤덮인 어민들의 그물 (인제=연합뉴스) 이해용 기자 = 최악의 가뭄이 이어지면서 맨바닥을 드러낸 강원 인제군 소양호 상류지역에 어민들의 그물이 잡초로 뒤덮여 있다. 2015.11.3 dmz@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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