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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뭘 숨기나…‘깜깜이’ 국정화 예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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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회 자료 제출 거부 44억 중 27억 용처 안 밝혀

야당 ‘홍보비 21억’ 추정만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해 편성한 예비비 관련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국회 예산심의가 공전하고 있다. 정부가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겠다면서 정작 국민 혈세인 관련 예산 내역은 철저히 함구하고 있는 것이다. 예비비 세부 내역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담긴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예비비 44억원 산출 근거와 세부 사업 내역을 밝히지 않고 있다. 앞서 국회 예산정책처는 국정교과서 편찬에 최대 6억5000만원이 소요되는 것으로 추산했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야당의 예비비 자료 공개 요구에 “예비비 내역을 집행 전 공개한 전례가 없다”고 밝혔지만 하루 만에 거짓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세월호 특별조사위 관련 예비비 내역을 정부 홈페이지 등에서 공개하고 있다.

야당은 예비비 세부 내역에 공개가 될 경우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이 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회 예산심사권을 우회하기 위해 확정고시 전 예비비를 편성하는 편법까지 택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 한 예결위원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나도 공무원 생활을 해봤지만 도무지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며 “정부 역점 사업인데 내역을 이렇게 꽁꽁 숨기는 것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결위원도 “세부 항목 가운데 문제가 되는 게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44억원 중 17억원을 국사편찬위원회에 교과서 개발·편찬비 명목으로 지급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27억원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야당에서는 이들 예산 중 일부가 보수성향 시민단체나 언론 등을 통해 ‘여론 뒤집기’ 용도로 쓰였을 가능성을 우선 의심하고 있다. 사실일 경우 정부가 여론공작을 위해 사실상의 관변단체들을 동원하는 데 혈세를 투입했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실제 야당이 지난 25일 입수한 교육부의 ‘태스크포스(TF) 구성·운영 계획안’을 분석해 보면 단장을 제외한 20명의 단원 중 10명이 상황관리와 홍보를 맡고 있다. 이들의 업무는 언론 동향 파악 및 쟁점 발굴, 시민단체 동향 파악, 칼럼자 섭외, 패널 발굴·관리 등이다.

야당은 TF에서 보수성향의 학부모·교원·시민단체 커뮤니티나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국정화’ 독려 글을 올리거나 현수막을 제작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정화 찬성 활동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는 특정 학부모 단체를 의심하고 있기도 하다. 야당에서 “지난 대선 때 국정원이 ‘알바’를 고용해 댓글작업을 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온라인에서 국정교과서 우호 여론을 높이기 위한 댓글부대를 양성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정부는 일단 광고비로는 이미 21억원가량을 지출한 상태다. 교육부는 지난 15일부터 30일까지 종합일간지, 지역지, 스포츠신문에 8억5728만원가량의 신문광고를,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등에 12억9000만원 규모의 방송광고를 냈다. 광고비에만 총 21억4728만원이 집행됐다.

교육부는 또 21일엔 ‘올바른 역사교과서 특별 홈페이지’를 개통했다. 홈페이지에는 올바른 역사교과서의 개발 취지와 체계, 추진 일정, 홍보 콘텐츠, (검인정 교과서) 편향 사례 분석 등이 게재돼 있다.

<심혜리·박순봉 기자 grac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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