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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1 (금)

<가뭄 비상> ⑤ 전문가들 "지류·하천 정비로 4대강 활용도 높여야"(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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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물부족 상황 파악하고 16개 보 활용 계획 수립 주문

연합뉴스

6일 경남 함안군과 창녕군에 걸쳐 있는 낙동강 창녕함안보가 수문을 열어 대량의 강물을 하류로 보내는 모습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극심한 가뭄이 내년 봄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고되면서 가뭄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4대강 물의 효율적인 활용 방안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찬반을 떠나 일단 4대강 본류가 정비된 만큼 4대강의 활용도를 높이려면 이와 연결되는 지류와 지방하천을 정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데 대체로 공감했다.

4대강 개발사업은 강밑의 토사를 파올리는 준설과 보 건설 작업은 완료했지만 2차 사업으로 계획했던 지류·지천 정비사업은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중단됐는데 이를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정상만 한국방재학회 회장(공주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은 29일 "4대강 사업 찬반을 논할 게 아니라 가뭄 위기에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이미 확보한 물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4대강 찬반 논란 때문에 확보된 물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 회장은 "일단 지천 정비를 해야 한다. 4대강 본류만 정리하고 지천 정비사업은 하지 않아 아귀가 안 맞는 상황"이라며 "본류가 낮아져 지류와 층이 생겼는데 장기적으로 볼 때 4대강 본류를 정비했다면 당연히 지류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4대강 추가 사업 비용이 너무 과하다고들 하지만 한 번에 비용이 다 드는 것이 아니고 비용 절감 방안을 모색하면 되지 단순히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안된다'는 식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배덕효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4대강 보 건설은 한 가지 목적을 위해 추진된 사업이 아니다 보니 물을 보에서 원거리로 공급할 시설을 갖추지 않아 보 인근 지역에서 갖다 쓰는 1억3천만톤밖에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원거리까지 공급할 시설을 마련하려면 추가 사업을 해야 하지만 정쟁에 막혀 못하고 결과적으로 현재 확보된 물을 11%밖에 못 쓰는 것"이라며 지류와 하천 정비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김형수 인하대 사회인프라공학과 교수는 "현재 4대강 보 물은 주변 농지에는 혜택을 줄 수 있으나 원거리에 있는 농지에는 공급하기가 어렵다"며 "지류도 하천정비를 한다면 먼 거리에 있는 곳에서도 가져다 쓰기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4대강 지류·지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본부장을 역임한 심명필 전 인하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4대강 사업을 통해 물그릇을 늘려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고, 4대강 본류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을 위해선 추가로 지류·지천 살리기 사업을 추진해 수자원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다"면서 "그러나 정부 구상을 발표하기도 전에 논란에 쌓이며 무산되다시피 했다. 만약 당시에 사업이 제대로 추진됐다면 최근의 가뭄 해갈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 전 교수는 "지류·지천 사업을 통해 지방하천 바닥을 일부 준설하고 정비하면 4대강 본류의 수위와 지류의 수위를 연계 관리해 지류·지천에 물이 차도록 할 수 있다"며 "비용이 들겠지만, 지금이라도 4대강 지류에 도수로를 설치해 물부족 지역에 공급하면 4대강 본류에서 멀리 떨어진 곳도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4대강 16개 보가 가뭄 극복이나 예방에 큰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지만 소수에 그치고 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4대강 사업을 추진할 때 4대강에 확보한 물 사용에 대한 기본 계획조차 없었다"며 "4대강 사업은 한반도 대운하를 염두에 둔 것으로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물은 운하용수"라고 주장했다.

그는 "물 부족 지역은 주로 산간 농촌과 도서해안 지역인데 4대강 사업구간에서 멀어 관로를 이용해 공급하는 것은 경제성이 없다"며 "황당한 사업에 사용할 돈을 관로 개선에 사용하고 지하수개발, 기존에 폐쇄한 취수시설 복원 등 지역 맞춤형 가뭄대책을 수립하는 등의 대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지류·지천 정비사업 추진과는 별개로 당장 가뭄에 4대강 물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역별 상황에 맞는 활용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강하게 했다.

배 교수는 "우선 내년 봄까지 지역별로 생활용수, 공업용수, 농업용수 등이 얼마나 소요될지 평가해야 한다. 어느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물이 필요한지 정확하게 평가하고 공급 가능한 물의 양이 어느 정도인지, 물 부족분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토대로 16개 보 가운데 어디에서 어느 지역으로 물을 공급하는 것이 제일 좋을지 판단하고 공급할 때에는 다시 물의 양과 수질을 고려해 지역별 우선순위와 용도에 맞는 공급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4대강 사업 과정에서 진행된 전국 110개 농업용 저수지의 둑 높이기 사업을 통해 추가로 확보된 3억1천만톤의 용수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낙동강 본류의 수질에 문제가 생길 경우 환경용수로 방류하기 위해 4대강 사업 당시 110개 농업용 저수지 증고 사업을 통해 용수를 추가로 확보해뒀던 것"이라며 "16개 보의 물과 농업용 저수지에 확보된 물을 용도별로 재분류하고 공급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도 "4대강 보를 어떻게 활용할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고 전국적으로는 가뭄 취약 지역이 어디인지 조사·분석하고 가뭄으로 인한 실제 피해액도 산정해야 한다"며 "지역별로 물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판단해 지역적 특성에 맞는 수자원 확보를 위한 적정 기술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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