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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가뭄 비상> ① 40년만의 가뭄…내년 봄 최악 사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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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누적 강수량 평년의 63%…서울·경기는 45% 불과

전문가들 "올겨울 비도 많지 않아 정부 컨트롤 타워 절실"

연합뉴스

<※ 편집자 주 = 극심한 가뭄이 한반도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상당수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냈고, 댐 수위가 급격히 낮아졌습니다. 내년 농사를 걱정하는 농심은 새까맣게 타들어갑니다. 일부 지역은 식수조차 모자라 제한급수에 들어갔습니다. 올겨울 강우량도 불충분해 가뭄 재앙은 내년 봄에 최악의 사태를 맞을 것으로 우려됩니다. 하늘에 해갈을 기대할 수 없는 만큼 지상에서 묘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국민적 논란 탓에 버려두다시피한 4대강 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방안도 나왔습니다. 연합뉴스는 전국 취재망을 가동해 가뭄 실태와 전망, 해법 등을 5꼭지로 정리해서 송고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기자 = 올해 최악의 가뭄이 계속되면서 연중 내내 전국이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가뭄은 중부 지방에서 가장 심각하다.

29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이달 27일까지 전국의 누적 강수량은 779.7㎜다. 평년(30년 평균치·1천231.5㎜)의 63% 수준에 그쳤다.

지역별로는 서울·경기(564.1㎜)가 평년의 45%에 불과해 가장 낮았다.

강원(655㎜) 51%, 충남(621.5㎜) 52%, 충북(649.7㎜) 54% 등에도 물 부족사태는 심각하다. 대부분 지역의 강수량이 평년 대비 절반 수준이다.

다른 지역도 우려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경북(642.5㎜)과 전북(725㎜)이 각각 61%를 나타냈다. 그나마 상황이 나은 경남(1천81.3㎜)과 전남(1095.5㎜)도 각각 78%, 83%에 그쳤다.

가뭄은 오랜 기간에 비가 모자라 물의 균형이 깨져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학계·산업계에서는 가뭄 정의가 명확하지 않다. 비가 적게 오는 '기상학적 가뭄', 농사에 불편한 '농업적 가뭄', 댐 수위가 낮아져 각종 용수가 모자라는 '수문학적 가뭄' 등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가뭄 정도를 비가 내리지 않은 날, 즉 '무강수(無降水) 계속일수'의 길고 짧음으로 판단했다. 근래에는 물 부족의 지속 기간 및 가뭄 영향을 받는 지역의 넓이 등을 종합하여 분석한다.

◇ '바짝 마른 여름'이 원인…평년보다 크게 적은 강수량

올해 가뭄은 여름에 비가 적었던 게 가장 큰 원인이다. 장마 기간(6월 말∼7월 말) 전국 평균 강수량(239.8㎜)은 평년(356.1㎜)의 67%였다.

여름철 초반에는 장마전선이 주로 우리나라 남쪽에 있었다. 이후 연달아 접근한 태풍의 영향으로 장마전선이 활성화되지 못해 비가 적었다.

이후 제9호 태풍 찬홈과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제주도와 남해안, 중부 지방에 비가 내렸고 대기 불안정으로 소나기가 종종 찾아왔다. 그러나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량이었다. 7∼9월에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강한 태풍이 올해는 오지 않은 것도 가뭄 현상을 악화한 요인이다.

월별 강수량을 보면 7월은 평년의 62%였다. 8월은 평년의 42%, 9월은 평년의 36%에 그쳤다. 지역별로는 대전이 평년값의 29%, 서울은 38%를 기록했다.

문제는 극심한 가뭄이 당분간 나아질 기미가 없다는 점이다. 이번 가뭄은 내년 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기상청의 올해 4분기(10∼12월) 전망을 보면 11월 강수량은 평년(46.7㎜)보다 약간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12월 강수량은 평년(24.5㎜)과 비슷하거나 많겠다.

이 정도 강수량은 메말라가는 가뭄 속도를 다소 늦출 뿐 해갈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평년보다 많다고는 해도 두 달 강수량이 100㎜에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겨울비로는 한계"…내년 봄 최악의 가뭄 사태

내년 1∼2월에도 많은 비가 오지는 않겠다고 기상청은 전망했다. 겨울 강수량 자체가 워낙 적기 때문이다.

엘니뇨가 활성화한 해에는 겨울 강수량이 많은 편이다. 올해는 엘니뇨가 세계적으로 발달했음에도 겨울 강수량 자체의 한계로 큰 비는 기대하기 어렵다.

서울은 겨울 석달(12∼2월)의 평년 강수량이 66㎜다. 겨울 강수량은 동해안과 울릉도를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이 100㎜가 안 된다고 기상청은 관측했다.

김용진 기상청 통보관은 "이번 겨울에 평년보다 비가 많이 온다고 해도 해갈에 약간의 도움은 되겠지만, 근본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현재의 농·공업용수 및 생활용수 부족 사태는 내년 봄까지 지속할 것으로 우려되는 이유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도 비관론을 제시하며 범정부 차원의 컨트롤 타워를 제안했다.

반 센터장은 "겨울에는 대부분 지역의 월평균 강수량이 25㎜ 안팎으로 많지 않아 가뭄은 내년 봄까지 점점 심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11월부터 예년 수준의 비가 내려도 이미 평년보다 700㎜ 이상 모자란 누적 강수량을 채우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특별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내년 봄에 최악의 가뭄 사태를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반 센터장은 "정부가 심각성을 인식하고 컨트롤 타워를 마련해 단기적으로는 용수 공급과 물 절약 대책 마련, 장기 관점에서는 국외 인공강우 기술의 도입 추진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z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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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극심한 가뭄을 겪는 충남 보령댐 저수율이 20%대 벽이 깨진 19.9%를 기록했다. 사진은 이날 보렴댐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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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지난 21일 충북 단양군 매포읍 도담삼봉 주변 남한강 곳곳이 바닥을 드러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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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가을 가뭄이 이어진 지난 20일 오후 경북 문경시 동로면 경천호가 메말라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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