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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與 최고존엄" "정신분열" VS "화적떼"…'막말 전쟁'으로 치닫는 '역사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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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朴 대통령은 김정은에, 金 대표는 장성택에 빗대 비판

서청원, 야당 '화적떼'에 빗대 비판

여야, 서로 '막말'이라며 공방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싸고 여야 간 거친 설전이 이어지면서 ‘역사 전쟁’이 ‘막말 전쟁’으로 비화해 또 다른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공갈 막말’ 파문으로 당직 자격정지 6개월 처분을 받았다가 지난달 말 사면된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은 28일 당 최고위원회에서 전날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과 관련, “어제 박 대통령은 역사에 길이 남을 연설을 했다. 40초마다 한 번꼴로 56차례 박수를 쳤다고 한다”며 “알고 보니 대부분 친박(親朴)의 유도 박수였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그런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건성건성 박수를 쳤다고 한다”며 “일부 언론의 지적에 따르면 양손에 손바닥이 닿지 않은 매우 무성의한 박수를 쳤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새누리당 최고 존엄’에 대한 박수 치고는 너무 무성의했다”며 “여권의 2인자 자리도 곧 쫓겨나지 않을까 심히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트위터에도 “김무성이 위태롭다”며 “새누리당 최고존엄에 대한 박수치고는 너무 무성의했고 건성건성 쳤다. 여권 2인자 자리에서 쫓겨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고 적었다.

최고존엄은 북한이 김정은을 지칭할 때 쓰는 표현으로 정 최고위원의 발언 중 '새누리당 최고존엄'은 박 대통령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건성건성 박수를 쳤다’는 표현은 김정은 정권의 2인자로 불리다 지난 2013년 12월 전격 처형된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의 사례를 빗댄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일보

/새정치연합 정청래 최고위원 트위터 캡처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소는 장성택 처형 직후 공개한 판결문에서 장성택의 죄목 중 하나로 “장성택이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서서 건성건성 박수를 치면서 오만불손하게 행동해 군대와 인민의 치솟는 분노를 자아냈다”고 했다.

새정치연합 주승용 의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의 독특한 화법 때문에 연설을 듣다 보면 정신적인 분열 현상까지 경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이 ‘막말 퍼레이드’를 벌였다고 비판했다.

신의진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연일 막말 정치, 욕설 공세를 이어가는 야당 소속 의원들의 태도에 큰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며 “대통령을 모독하고 나선 것은 과연 이분들에게 국회의원의 품격과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게 한다. 동료 의원으로서 비판하기조차 부끄럽다”고 말했다.

정신과 전문의인 신 대변인은 특히 주 최고위원을 향해 “정신분열까지 경험했다고 하니 전문의인 제가 직접 달려가 진단해야 할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도 최고중진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주 최고위원의 발언을 언급하며 “이것은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을 정신분열이라고 생각하는 그 자체가 정말 정상적인 발언인가. (그렇게 얘기하는) 정치인이 정말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 의원의 ‘거친 입’도 논란이 되고 있다.
조선일보

/뉴시스 26일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이 서울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인제 최고위원과 귀엣말을 나누고 있다.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은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소속 야당 의원들이 “정부가 국사 교과서 국정화 ‘비선(秘線)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며 서울 종로구 국제교육원에 찾아간 것에 대해 ‘화적떼’라는 표현을 쓰며 비난했다.

서 최고위원은 “2012년 12월에 있었던 대선 때, 국정원 심리 여직원을 미행하고 그 집을 포위하고 출입통제하고 이틀씩이나 감금시킨 일을 떠올리게 한다”며 “야당이 화적떼는 아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이에 새정치연합 김정현 수석부대변인은 “우리당 국회의원을 향해 ‘화적떼’라고 부른 것은 막말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여당의 친박계 좌장이자 7선 의원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을 수 없는 거칠고 품격 없는 점잖치 못한 언어구사”라고 비판했다. 김 부대변인은 또 “아무리 국정 교과서 문제가 여당에 다급하다고 하더라도 제1야당을 당의 공식 회의석상에서 ‘화적떼’라고 부른다면 우리가 국정 교과서를 비밀리에 추진하려는 세력과 이를 비호하는 새누리당을 ‘XX떼’라고 불러도 좋단 말인가”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은 또 서 최고위원을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유은혜 대변인은 28일 국회 브리핑에서 “서 최고위원이 야당 소속 국회 교문위원들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막말과 망언을 한 데 대해서 공식적인 사과와 최고위원직 사퇴를 요구했다”며 “막말 발언에 대해 국회 윤리위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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