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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기왕 만들어진 4대 강 ‘물그릇’ … “잘만 쓰면 해갈에 큰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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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가는 한반도 <상>

‘운하냐 아니냐’ 정쟁에 묻힌 민생

4대 강 마무리 뒤 지류?지천 정비

“운하 사전작업” 야당 반대에 무산

여 “보에 구멍 뚫으면 물 고속도로”

야 “4대 강 예산은 모두 걸러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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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22조2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4대 강에 16개 보를 건설하고 저수지 둑도 높였다. 이를 통해 확보한 수자원은 총 11억6600만㎥다. 물론 이 물을 모두 가뭄 해갈에 쓸 수 있는 건 아니다. 4대 강 보에 담긴 물을 바닥이 보일 때까지 다 빼낼 순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국무총리실 산하 4대 강 조사평가위원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가뭄 때 활용할 수 있는 4대 강의 물은 최소 3억9870만㎥, 최대 6억4890만㎥ 정도다.

이만큼만 활용할 수 있다고 해도 가뭄 해갈엔 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실제 활용할 수 있는 물은 확보된 것의 11% 정도인 1억3200만㎥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물을 확보해놓은 지역과 물이 부족한 곳이 서로 떨어져 있는데 이를 연결하는 후속 사업이 정쟁에 막혀 제자리걸음을 했기 때문이다. 4대 강 사업이 마무리됐을 때 지류·지천 정비 등 후속 사업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지만 4대 강 사업을 운하 건설의 정지작업으로 본 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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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극심한 가뭄으로 식수조차 공급하지 못할 위기에 처하게 된 충남지역 의원들이 4대 강 활용 방안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제안한 금강~보령댐 연결 공사가 대표적이다. 4대 강 사업으로 만든 금강 백제보의 물을 보령댐으로 옮기는 21㎞짜리 연결 수로를 만드는 사업이다. 안 지사가 2012년부터 이 사업을 줄기차게 요구해 온 덕에 현재 확정된 건 이 연결 수로 공사뿐이다. 다른 지역은 계획 수립을 위해 지난 4월과 7월 국토교통부와 농림축산식품부가 각각 4대 강 물을 활용하는 연구 용역을 발주한 정도다.

그러나 금강~보령댐 연결 수로마저도 정치논리에 휩쓸렸다. 국토위원회 소속인 박수현(공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안희정 충남지사가 제안한 사업(금강∼보령댐 연결 공사)은 야당이 4대 강 사업에 반대하며 처음부터 주장했던 지류·상류 소하천 정비사업으로 4대 강 사업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예산결산위원회 야당 간사인 안민석 의원은 4대 강 활용안에 대한 즉답을 피하면서도 “안 지사는 가뭄 해소가 그렇게 절실했다면 도 예산에서 써도 됐을 텐데 왜 이런 논란을 만드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같은 야당 출신인 안 지사를 겨냥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은 “4대 강 사업을 포함한 불필요한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예산을 모두 걸러낸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홍문표(홍성-예산) 새누리당 의원은 “4대 강을 활용하면 현재의 가뭄은 90% 이상 해결할 수 있다”며 “기왕에 만들어진 보에 구멍만 뚫어 물의 고속도로를 만드는 사업을 야당이 정치적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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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도 4대 강 사업을 너무 급하게 밀어붙이느라 활용 방안에 대한 연구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김진수 충북대 지역건설공학과 교수는 “4대 강 보를 너무 빨리 건설하다 보니 활용도를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일본의 보는 국내 것보다 높지 않지만 다른 지역으로 물을 공급하기 쉽게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은 정치적 공방보다는 기왕에 만들어놓은 물그릇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4대 강 조사평가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배덕효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지금 가장 문제는 생활·공업용수를 공급하는 다목적댐에 물을 못 채우는 것”이라며 “당장 물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있는 물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통합 물 관리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보와 댐을 연계해 운영하고 보의 물을 광역 상수도관까지 연결하는 내용이다. 윤춘경 건국대 환경시스템학부 교수는 “기후변화에 따라 극심한 홍수가 올 수도 있고 가뭄이 닥칠 수 있는 만큼 ‘물그릇’을 키울 필요가 있다”며 “대형 댐보다는 소규모 댐이나 저수지를 만들고, 4대 강 물을 다른 지역으로 보내기 위한 적절한 시설 투자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과잉 투자에 대한 우려도 고려돼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너도나도 물 관련 인프라 확충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4대 강 조사평가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김범철 강원대 환경학과 교수는 “물 공급에는 식수를 포함한 생활용수·공업용수·농업용수 등 분명한 우선순위가 있다”며 “자칫하면 공짜로 공급하는 농업용수를 위해 과도한 예산이 투입될 수 있는 만큼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과정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물 낭비를 줄여 수요를 감축하는 해결책도 동반돼야 한다. 조용모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농업용수의 가격은 사실상 0원으로 악순환의 시작”이라며 “비용이 싸게 먹히는 광역 상수도를 쓰다 보니 주변에 있는 양질의 저수지를 폐쇄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태하 한국수자원공사 요금팀 차장은 “현재 수자원 원가 현실화율은 83.3%로, 적자를 보고 판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세종=김원배·김민상 기자, 강태화 기자

onebye@joongang.co.kr

김원배.김민상.강태화 기자 step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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