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7 (월)

[정리뉴스]‘세월호·용산 참사·촛불집회’ 가수 이승환 소신 발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 ‘동조 단식’…“박 대통령, ‘살려 달라’는 유가족 외면”

· 쌍용차 해고노동자 프로젝트, 용산참사 유가족 돕기 콘서트 참여

· 좌초 위기 영화 ‘26년’ 10억 투자

· “연예인 얘기는 시시콜콜 하시면서…정작 죽고 사는 정치 얘기는 금기시 하나”



가수 이승환씨는 지난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친일파 청산해서 재산 환수하고 사자방(4대강사업, 자원외교, 방산사업)에 엄한 돈 쓰지 않았으면 소득 5만불 됐을 것”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노조 비난 발언을 겨냥한 겁니다. 김무성 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한 후 취재진에게 “대기업 귀족노조, 민주노총이 매년 불법파업을 일삼고 쇠파이프로 두들겨 패 공권력이 대응하지 못해 (국민소득) 2만달러에서 10년을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승환씨의 이 같은 소신 발언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세월호 참사, 용산참사,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 등 굵직한 사안에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 왔습니다. 그의 ‘할 말 하는’ 모습을 모았습니다.

■ “김무성 대표, 천박하신 듯하다”

‘노조 비난 발언’에 앞서 이승환씨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공격한 바 있습니다. 지난 5월23일 이승환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무성 아저씨는 2003년 국회 본회의장에서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지금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발언하셨더랬습니다. 다른 곳에서는 노 대통령을 ‘노무현이’라고 하셨고요. 본인보다 훨씬 연배가 위이신 분들을요…”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친박은 아니신 듯한데 천박은 하신 듯합니다”라고 했습니다.

경향신문

김용민의 그림마당 5월25일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는 같은 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도식에서 장남 건호씨가 김무성 대표를 직격한 일을 두고 한 말입니다. 건호씨는 유족 인사말에서 “전직 대통령이 NLL(북방한계선)을 포기했다며 정상회의록 일부를 피 토하듯 읽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한데 어려운 발걸음을 해주셨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도 모자라 선거에 이기려고 국가 기밀문서를 읊어대고 국정원을 동원해 댓글 달아 종북몰이 해대다가 암말 없이 언론에 흘리고 불쑥 나타나시니 진정 대인배의 풍모”라며 “사과, 반성, 그런 거 필요 없다. 제발 나라 생각 좀 하십시오”라고 말했습니다.

■ “참 불쌍한 국민입니다. 우린…”

지난해 8월15일 이승환씨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 범국민대회’에서 “대통령께서는 당시 팽목항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옷을 벗을 거라고 얘기하셨다”며 “지금이 약속을 지킬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시 진도체육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것에 대하여 철저한 조사와 원인 규명으로 책임질 사람은 엄벌토록 할 것이며, 이 자리에서 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물러나야 한다”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8월26일에는 이승환씨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동조 단식에 돌입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마도로 끌려간 최익현이 단식에 돌입했을 때 그 잔인한 일본군도 단식을 말리려 노력했습니다”라며 “목숨 걸고 단식하며 만나달라는 사람 거들떠보지도 않고 자갈치 시장이나 방문한 대통령을 두둔하는 자들, 심성이 이러니 일제통치도 좋게 보이는 거죠”라고 썼습니다. 그는 “참 불쌍한 국민입니다. 우린…”이라며 글을 마무리했죠.

경향신문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은 지난해 7월24일 오후 서울 시청광장에서 가수 이승환씨가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 이선명 인턴기자 57km@kyunghyang.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200일이 된 11월1일에는 작심한 듯 비판의 강도를 높입니다. 이승환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외면한 일을 두고 “‘유가족들이 찾아오면 언제든지 만나겠다’던 박 대통령께서는 ‘살려 달라’는 유가족을 끝내 외면하셨다”라며 “유가족에게는 교황님 만나는 것보다 대통령 만나는 게 훨씬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청와대엔 1억1400만원 어치의 헬스 기구를 갖추셨네요, 헬스 트레이너는 최연소 3급 행정관으로 만드셨고요”라며 “공무원 분들께서 노발대발 하실 일일 듯도 한데 의외로 잠잠하다, 대통령께서 패션 외교를 하실 때 좀 더 핏(fit)이 살아 국격이 상승될 생각에 그러신 듯하다”고 했습니다. 앞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 개인 헬스트레이너를 고위공무원으로 채용하고 고가의 트레이닝 장비까지 구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을 두고 한 말입니다.

이승환씨는 “착하게, 정의롭게 살고자 한 사람들이 먼저 떠나는 게 원통하고 분해서 한마디 남겨본다”고 썼습니다. 이씨는 ‘세월호 참사 1년 범국민 추모제’에 참석해 유가족을 위로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MBC가 교양제작국을 해체한 일을 두고 “MBC는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같은 명곡(?)을 탄생시키는 데 일조한 교양국을 해체했다”며 “능력 있는 피디들은 제작과 관계없는 부서로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는 이승환씨가 MBC에서 방영한 <휴먼다큐멘터리 사랑>을 모티브로 만든 노래입니다.

이씨는 이명박·전두환 전 대통령도 언급했습니다. “MB氏는 퇴임 후 현직 대통령보다 6배나 많은 황제 경호를 받으며 저보다 더 동안을 유지하고 있다”며 “전두환 아저씨는 34년 전 그렇게 많은 무고한 인명을 학살하고도 몇몇 어르신들 사이에서 건강의 대명사로 불리고 계시다.”

■ 쌍용차, 용산참사,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

2013년에는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2만개 부품을 모아 자동차를 만드는 ‘H(Hear)-20000’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시민들이 기부한 모금액으로 2004년도식 코란도를 구입, 이를 분해한 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다시 조립했습니다.

경향신문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2013년 5월12일 경기 용인의 한 공업사에서 자동차를 조립하고 있다.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이 2만개의 부품을 모아 자동차를 만드는 ‘H(heart)-20000’ 프로젝트는 쌍용차 국정조사 요구와 정리해고의 폐해를 알리기 위해 쌍용차 희망지킴이가 기획했다. |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이승환씨는 용산참사 유가족을 돕는 콘서트에 참여했습니다. 2009년 4월 문화예술계 인사들로 구성된 ‘용산참사 유가족 돕기 콘서트 준비위원회’는 ‘유가족 돕기 콘서트-라이브 에이드 희망’을 열었는데요. 당시 콘서트에 동참하는 기획자와 가수들은 모두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준비위 관계자는 당시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승환씨는 콘서트가 마련된다는 소식을 듣고 먼저 주최 측에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씨는 유가족에게 기금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을 응원하며 무대에 올랐습니다. 촛불문화제에 참여한 자신의 팬들에게 김밥과 음료수 등을 무료로 제공했습니다.

■ 좌초 위기 영화 ‘26년’에 10억원 투자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을 소재로 한 영화 ‘26년’에 이승환씨는 1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OST에도 참여했습니다. 강풀 작가의 웹툰 원작을 영화로 만들기 위한 기획은 2008년에 시작됐습니다. 2009년 개봉을 목표로 했지만, 영화는 제작되지 않았습니다. 투자자 유치에 난항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는 ‘제작두레’라는 소셜 펀딩을 추진했습니다. 여기에 이승환씨가 10억원을 투자한 것입니다. 2012년 12월 영화가 개봉됐습니다.

경향신문

영화 <26년> 포스터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제가 얘기하는 것은 상식과 정의”

이런 말과 행동으로 이승환씨는 ‘악플러’들에게 시달렸습니다. 그는 지난해 5월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를 아직도 종북이니 빨갱이니 하시는 옛 수법을 쓰시는 분들이 계신데 이젠 좀 많이 웃겨요”라며 “그 방법이 아직도 먹힐 거로 생각하시다니”라고 썼다. 이어 “하여튼 뭔가 세련되지 못하고 촌스러워요. 다른 걸로 비판해주세요. 가령 음악을 못한다든가 나이가 많아 징그럽다던가…”라고 했다.

앞서 이승환씨는 “정치적 발언 운운하시는 분들. 정의에 대한 물음 중에 제가 답변할 수 있는 것이 정직하게 그것인데 어떻게 다른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라며 “외면하지 마시고 사회와 우리를 둘러싼 부조리함에 대해서 조금만 생각해 보시면 안 될까요. 고통 받는 다른 이들에 대해서도”라고 쓰기도 했습니다.

경향신문

가수 이승환씨 페이스북 갈무리


이씨를 두고 주변에서 ‘정치하려고 그러느냐’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은가 봅니다. 이씨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식에 어긋나는 일에 대해 제 상식을 얘기하면 정치인 하려고 그러는 거란 편협하고 조잡한 생각은 도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겁니까”라고 썼습니다. 그는 “연예인 이야기는 시시콜콜 그렇게들 하시면서 왜 정작 먹고 사는 아니 죽고 사는 정치에 대한 이야기는 금기시하는 겁니까”라며 “누군가가 그러길 바라고 그렇게 만들어 놓았다는 생각은 안드십니까”라고 말했습니다.

“전 그냥 음악에, 공연에 뼈를 묻을 겁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진화하고 싶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제가 얘기하는 건 상식과 정의에 대한 얘기입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