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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메르스 탈출용 처방…뿌리 깊은 소비 침체 벗어나기엔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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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정부 ‘소비 활성화 대책’ 효과 있을까

자동차 등 특정 물품에 붙는 세금(개별소비세)을 깎아주는 것을 뼈대로 한 정부의 소비활성화 대책은 지난 6~7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 탓에 위축된 소비심리에 자극을 주려는 단기 대응책 성격이 짙다. 그러나 소비 침체가 수년째 지속되고 있는 것은 가계소득 부진과 소득격차, 고용불안, 노후 불안 등 구조적 문제 탓이 커서, 이런 단기 대응 정책으로 침체된 소비를 되살리는 데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현재의 소비 부진의 원인을 6~7월 두 달간 이어진 메르스 사태에서 찾는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26일 브리핑에서 “메르스 탓에 소비 전반에 부정적 충격이 발생했고, 7월 이후에도 그 충격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진단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기 대비 0.3% 줄어든 지난 2분기(4~6월) 민간소비 지표와 6월에 뚝 떨어진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액 흐름 등의 경제 통계를 제시했다.

정부는 유독 ‘심리’를 강조한다. 소비의 원천인 소득 여건은 나아지고 있다고 본다는 뜻이다. 윤인대 기재부 경제분석과장은 “저유가 영향으로 실질소득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심리를 개선하면 (메르스 탓에) 억눌린 수요가 살아나면서 소비도 빠르게 회복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강조했다. 세금 인하와 소매 업체들의 동시다발적 할인 행사 마련 등 소비 유인책 중심으로 소비 활성화 대책이 짜인 배경에는 이러한 정부의 인식이 깔려있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올해 4분기 성장률(국내총생산 증가율)이 예상보다 0.1%포인트(연간 0.025%포인트)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세수는 1200~130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문창용 기재부 세제실장은 “전반적으로 소비가 살아나게 되면 1200억원 수준의 세수 감소는 현 재정 상황으로 충분히 흡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소비부진 원인 메르스서 찾아
“심리 개선하면 빠르게 소비회복”

불안정한 일자리·가계부채 등
소비부진 구조화 해소책은 없어
“가계지갑 두툼하게 할 방안을”


그러나 단기적인 소비 유인책으로만 침체된 소비가 되살아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소비 부진이 메르스 확산과 같은 일시적 요인에서만 찾기에는 그 뿌리가 매우 깊은 탓이다.

소비 위축은 수개월 내 발생한 현상이 아니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실질 민간소비 증가율(전년비)은 2010년 4.4%, 2011년 2.9%, 2012·2013년 각각 1.9%, 2014년 1.8%로 몇년째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

소득 여건 역시 뚜렷이 악화되고 있다. 가계(가계 및 비영리기구) 소득(피용자보수 기준)은 경제 위기 여파가 컸던 2008~2009년을 제외하고는 2000년대에 대체로 7~9% 수준으로 매년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 3년(2012~2014) 동안 소득 증가율은 매년 5%대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그나마 늘어나는 소득도 소비보다는 저축을 늘리는데 쓰인다. 권규호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불안정한 일자리 상황과 평균 수명 증가 등으로 저축 성향이 높아지면서 소비 부진이 구조화되고 있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소득보다 더 빨리 늘어나는 가계 부채도 소비를 억누르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무디스는 최근 발표한 2015년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가계 부채가 중기적으로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소비 부진의 구조적 배경에 비춰보면 그간 정부의 경제 운용은 소비 회복에 그다지 도움을 주지 않는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8월 단행한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를 1년 더 연장한 데 이어 최근에는 기존 직원의 임금 수준을 떨어뜨리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정부는 밀어붙이고 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정부 대책은 일종의 소비 위축을 단기적으로 줄여보자는 고육지책으로 이해된다”며 “장기화된 소비 부진을 넘어서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가계의 지갑을 두툼하게 할 수 있는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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