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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한국, 메르스 계기로 `신약개발 블루오션`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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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신약 개발 시장은 '블루오션'입니다."

김백 미국 에모리대 신약개발센터소장(55)을 지난달 31일 미국 애틀랜타호텔 하얏트 리젠시 로비에서 만났다. 한미과학자대회가 열리고 있는 기간이었다. 거멓게 탄 피부 때문인지 웃을 때마다 하얗게 드러난 이가 인상적이었다. 평소 건강관리를 위해 항상 가방에 조깅화를 넣고 다니며 마라톤을 즐긴다고 했다. 김 소장이 국내 신문과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경희대 약대를 졸업하고 연세대 생화학 석사를 거쳐 미국 애리조나대에서 생화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뉴욕 로체스터대 미생물학과 교수를 거쳐 2013년부터 에모리대 신약개발센터 소장으로 재직 중이다.

김 소장은 작년부터 미국 주요 언론으로부터 집중조명을 받았다. 서남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했을 때 그의 신약개발팀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부터 치료제 개발 연구 협조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도 김 소장과 함께 에모리대 신약개발팀을 비중 있게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현재 에볼라 바이러스를 비롯해 에이즈를 유발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신종 인플루엔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웨스트나일바이러스, 뎅기바이러스 등 과거 창궐했거나 현재 진행 중인 다양한 바이러스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김 소장은 "C형 간염 치료제를 개발한 같은 대학 레이먼드 시나지 교수와 함께 HIV를 완벽하게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며 "에볼라와 HIV 경우 인간 몸속에 들어와 자신을 복제하는 '효소'를 억제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향후 10년 이내에 에볼라 바이러스와 HIV 치료제가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소장은 한국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유행한 소식을 듣고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 전염병 신약 개발 수준은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뒤처진다"며 "사람들 여행이 많아지고 다양한 곳을 방문할 수 있게 되면서 전염병에 노출될 확률이 점점 커지고 있는 만큼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한국이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신약 개발에는 엄청난 자금이 들어간다. 기업이나 정부가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 신약이 개발되더라도 일시적이고 특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창궐하다 끝나는 경우가 많아 상업성을 담보하기도 어렵다. 또한 거대 제약사를 중심으로 많은 신약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한국 제약사들이 이 틈을 파고들거나 경쟁에 뛰어들기가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업계에서는 신약 개발 시장을 거대 제약사들의 레드오션이라고 여기고 있다.

김 소장은 이와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만약 한국이 메르스 치료제를 갖고 있다면 경제적으로나 인도적으로 큰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 예에서 볼 수 있듯이 후진국에 싼값으로 약을 공급하면서 정치적으로 큰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삼성, 현대와 같은 대기업은 물론 정부가 힘을 협력해야 한다고 했다. 김 소장은 "신약 개발 분야는 IT나 다른 기술과 달리 긴 투자가 필요하고 한 번 개발되면 쉽게 다른 제품이 치고 들어올 수 없는 만큼 한국도 거대 제약사와 충분히 겨룰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과 현대와 같은 대기업이 1년 동안 벌어들인 이득 중 3~5%만 투자해도 가능성 있는 제약회사를 인수할 수 있다"며 "이후 정부와 함께 지속적인 투자로 연구개발(R&D)을 이어간다면 신약 개발 시장은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애틀랜타 =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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