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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국정원직원 자살의혹` 해명하다 의혹 더 키우는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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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경찰이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의원이 제기한 국정원 직원 변사사건 7대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하지만 해명 자료가 수차례 수정되는 과정에서 차량 최초 발견 시간이 정정되는 등 일부 의혹은 더욱 부풀려지는 결과를 낳았다.

정 최고의원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국정원 과장 임모씨(45) 사망 사건에 대한 7대 의혹을 제기했다.

①임 과장 부인이 경찰신고→취소→취소확인→재신고 한 이유 ② 마티즈 차량 발견후 무전 대신 휴대폰으로 통화한 이유 ③ 차량 발견 뒤 시신발견에 27분이나 소요된 이유 ④시신 발견 장소가 뒷좌석에서 운전석으로 정정 보고된 이유 ⑤ 경기도소방본부 직원 출동 이유 ⑥임씨 부인, 집 앞 경찰서 놔두고 5km 떨어진 용인 동백파출소에 신고한 이유 ⑦ 마티즈 차량 서둘러 폐차한 이유 등 이다.

경기경찰청은 31일 이 같은 ‘국정원 직원 변사사건 7대 의혹’에 대해 ‘경찰입장’을 통해 조목 조목 설명했다.

◆ ‘7대 의혹’ 상당 부분 해명

①의혹에 대해 “임씨 부인이 경찰에 신고를 하고 나서 너무 조급하게 신고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너무 앞서가서 일을 처리하다가 일이 잘못될 수도 있겠다 싶어 현장에서 바로 신고를 취소(7월 18일 오전 10시 32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앞서 임씨 부인이 소방관서(동백119안전센터)에 한 신고는 유효했고, 변사자를 찾던 소방관들이 경찰에 수색 협조를 요청하면서 경찰이 임씨 부인에게 전화를 걸게됐다. 신고 경위를 확인하기 위한 전화였는데 임씨 부인은 경찰에 한 신고취소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으로 알고 18일 오전 11시 38분께 경찰에 다시 취소 신고를 했다. 경찰은 “이후 신고자가 변사자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시간이 흐르자 오전 11시 53분께 다시 신고를 하게됐다”고 밝혔다.

②의혹에 대해서는 소방관계자가 수색지역이 난청지역이라 무전보다 휴대폰이 상황 전달에 더 유용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③의혹에 대해서는 소방서에서 오전 11시 28분~11시 55분 사이 수색장소 이동 등의 조치 사항을 동시에 기재하다 보니 차량 발견 시간을 오전 11시 30분경으로 해석했고 ④의혹에 대해서는 7월 23일 경기도 재난안전본부에서 용인소방서 상황보고서를 토대로 시간대별 조치사항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번개탄 발견 위치(뒷좌석)을 시신 발견 위치(원래는 운전석)으로 잘못 기재해 7월 24일 정정제출했다고 밝혔다.

⑤ 의혹에 대해서는 “경기도소방본부 소속 직원이 현장에 출동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⑥의혹에 대해서는 임씨 부인이 7월 18일 오전 8시께 남편이 전화를 받지 않자 차녀를 용인 동백에 있는 미술학원에 데려다 준 뒤 학원 근처에 있는 동백119안전센터에 들러 위치추적을 요청했고, 신고를 받은 소방관서에서 경찰 신고를 유도해 바로 옆에 있던 용인동부경찰서 동백파출소에 가서 신고를 하게된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 ⑦의혹에 대해서는 “차량내 자살 사건의 경우 증거가 모두 수거되면 유족에서 차량을 즉시 반환하는 것이 통상적인 수사 절차”라면서 “이번 변사사건에서도 해당 차량이 범죄에 이용되지 않았고, 압수 대상에도 해당되지 않아 현장 감식과 검사의 검시절차를 끝낸 뒤 유족에게 인계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차량의 폐차, 매각, 보유 여부는 유족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에 따라 이뤄졌으며, 일반적으로 폐차에 걸리는 시간은 압류가 없다면 1~2일 정도”라고 밝혔다.

◆ 차량 최초 발견시간·경찰 신고 취소 15분 만에 재신고 한 이유 여전히 의문

정 최고의원의 의혹제기에 경찰이 정면 반박하면서 의혹이 상당수 해명됐지만 해명 자료가 수차례 수정되는 과정에서 일부 의혹은 더 부풀려지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날 경찰은 언론에 ‘7대 의혹’ 설명자료를 내면서 2번의 수정 과정을 거쳤다. 결론적으로 기자들의 손에 3가지 버전의 설명자료가 들려진 셈이다. 2~3번째 버전은 대체로 첫번째 버전의 내용을 보강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노력한 부분이 엿보인다. 하지만 ①의혹에 대한 2~3번째 버전에서 1번째 버전에 기록된 임씨 부인 관련 내용이 삭제돼 궁금증으로 남게 됐다. 경찰은 첫번째 버전에서 “신고자(임씨 부인)가 변사자(남편 임씨)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시간이 흐르자 (7월 18일) 11시 53분경 다시 신고한 것으로 추정되나 현재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서 확인할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2~3번째 버전으로 업데이트 되는 과정에서 “(신고자가) 현재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서 확인할 수 없다”는 부분은 삭제돼 경찰 신고를 재차 취소했던 임씨 부인이 15분 만에 마음을 바꿔 재신고하게 된 이유와, 왜 이 부분에 대해 진술을 거부하는지가 의문점으로 남게됐다. 결과적으로 경찰이 ①의혹 해명에서 밝힌 “(임씨 부인이 11시38분 경찰에 신고 취소를 거듭 취소한 뒤)신고자가 변사자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시간이 흐르자 오전 11시 53분께 다시 신고를 하게됐다”는 부분은 순전히 경찰의 해석이었던 셈이다.

소방당국이 임씨가 탄 마티즈 차량을 최초 발견한 시간도 명확하게 떨어지지가 않는다. 경찰은 두번째 버전에서 ‘18일 오전 11시 47분께 119소방대에 의해 마티즈 차량이 발견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적었다 최종 세번째 버전에서 이를 삭제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소방서에서 제출한 자료를 보면 11시 55분으로 돼 있는데다 (두번째 버전 내용은)추정된 시간이라 삭제했다”고 밝혔다.

시간적으로는 8분 차이지만 어느 시간대가 맞느냐에 따라 파장력은 달라진다. 최초 차량 발견 시각이 오전 11시 55분이라면 임씨 부인이 경찰에 2차 신고(11시 53분)를 한 이후 발견됐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오전 11시 47분이라면 임씨 차량이 발견됐는데도 임씨 부인이 경찰에 신고한 것이 돼 의문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확인과 검증 절차를 계속 거치다 보니 수정이 불가피 했다”고 말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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