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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국정원 비밀주의에 '시티즌랩'도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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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신문사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정원 해킹사태 해결을 위한 토론 및 백신프로그램 발표회'에서 캐나다 토론토대 비영리 연구팀 '시티즌랩'의 빌 마크작(Bill Marczak)이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의 질문에 영상통화를 통해 답하고 있다. 이 연구팀은 지난해 2월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사'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21개국에 스파이웨어를 판매한 흔적을 확인했다고 최초로 발표한 바 있다./연합뉴스


[메트로신문 윤정원기자] 국가정보원의 비밀주의에 화이트해커 집단인 시티즌랩도 속수무책이었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 비영리단체인 시티즌랩은 이탈리아 해킹팀사 비리를 추적해 오다 국정원의 해킹프로그램 구매 사실을 포착해 폭로한 주인공이다.

빌 마크작 시티즌랩 연구원은 30일 국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주최로 열린 '국정원 해킹사태 해결을 위한 토론 및 백신프로그램 발표회'에서 화상을 통해 "이번에 해킹팀사에 대한 해킹을 통해 밝혀진 이메일 송수신 내역을 보면 해킹팀사 직원 1명이 한국으로 출장 와 국정원 측을 만나 면담을 했다"며 "국정원 측이 RCS(원격제어시스템) 프로그램이 카톡을 감청할 수 있는지 물었고, 그 기능을 더했으면 하는 의견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카톡 감청 기능에 대한 추가 문의가 있었다고만 말할 뿐 해킹팀사가 새로 만들어 보고했는지에 대한 정보는 없다고 밝혔다. 국정원의 카톡 감청 요청은 일찌감치 제기된 의혹이다.

국정원이 갤럭시노트2 기종을 내부용으로 해킹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서는 "지난 5·6월에 국정원이 3개의 안드로이드폰을 성공적으로 해킹했다. 영어와 필리핀어로 설정된 전화였다"며 "이 전화를 실험용으로 썼다고 하는데 이를 증명하려면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해킹팀사는 누가 RCS를 심었는지에 대한 교신내역은 갖고 있지만 두 달만 보관하고 삭제하기 때문에 6월 전 정보는 확보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해킹팀사 정보로 알 수 있는 사실은 해킹 대상 휴대전화의 IP주소나 모델명, 이동통신사, 국제·국내용 정도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확보한 정보만으로는 실제 국정원이 어느 정도까지 활동을 수행했는지 알 수 없다. 실제 유출된 자료는 극히 적은 양"이라면서 "해킹팀사도 국정원이 취득한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RCS 구매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북한이 이런 프로그램을 구매·사용했다는 증거는 없다"며 "이탈리아 해킹팀사가 구체적인 제재조치를 우려하고 있는 이메일 내용을 보면 실제 판매가 이뤄지지 않았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와 관련, 해킹팀사 CEO인 데이비드 빈센제티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등 문제국가에게는 프로그램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힌 바 있다.

마크작 연구원은 국정원이 북한을 상대로 해킹 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위해 이를 주문했을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국정원에서 북한 사용 운영체제(OS)를 해킹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해달라고 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새정치연합 측은 대통령의 진상규명 의지가 없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상임위에서 진상규명이 어렵다면 국정조사를 추진해야 한다. 특별검사로 강도 높게 수사를 벌일 수밖에 없는 단계"라고 말했다.

윤정원 기자 garden@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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