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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메르스ㆍ가뭄ㆍ수출부진 3災 '덫'… 5분기째 0%대 성장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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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 0.3% 성장

2009년 금융위기 이래 최저치

소비 0.3% ↓ 농림어업 생산 11% ↓

정부ㆍ한은 재정확장 정책 공조에도

올 3% 목표 흔들… 저성장 고착 우려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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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이하 전분기 대비)이 0.3%에 그쳤다. 당초 전망치 0.4%보다 낮을 뿐더러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최저 성장률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가뭄, 수출 부진의 3중 악재가 덮친 결과로 분석된다.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대내외 악재가 여전히 산적한 가운데 벌써 다섯 분기째 0%대 성장률이 이어지면서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3중고에 발목 잡힌 경제성장

한국은행은 23일 이 같은 내용의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를 발표했다. 분기 성장률이 0.3%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4분기 이후 두 분기 만으로, 금융위기 국면이던 2009년 1분기(0.1%) 이래 가장 낮다. 이달 9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2분기 성장률을 0.4%로 전망했던 한은은 실적이 이보다 낮게 나온 이유로 “가뭄 영향이 예상보다 컸다”(장민 조사국장)고 설명했다. 한은은 다만 이 오차가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2.8%)을 낮출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2분기 성장률이 저조한 이유로 한은은 메르스 사태와 가뭄을 우선 꼽았다. 회복 기미를 보이던 민간소비는 메르스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 외국인 관광객 감소 등으로 전분기보다 0.3% 줄었다. 세월호 참사가 있었던 지난해 2분기(-0.4%)에 맞먹는 내수 충격이다. 부문별로 보면 도소매ㆍ음식ㆍ숙박(-0.5%), 운수ㆍ보관(-1.3%), 보건ㆍ사회복지(-1.7%) 등이 메르스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전국을 덮친 가뭄 여파로 농림어업 생산은 11.1% 급감했다. 한은은 가뭄에 따른 2분기 성장률 감소 효과를 0.2%포인트로 추산하고 있다.

메르스ㆍ가뭄이 일시적 요인이라면 6개월째 실적이 쪼그라들고 있는 수출은 고질적인 성장률 잠식 요인이 되고 있다.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올해 2분기까지 4개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전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주력 수출품목의 부진, (대중국 수출 부진에 따른)가공무역 및 중계무역 실적 감소가 요인"이라고 말했다.

대내외 악재에 3% 성장 난망

2분기 성장률이 0.4%에 불과하던 한은 전망치마저 밑돌면서 경제당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기획재정부 3.0%, 한은 2.8%) 달성 여부는 한층 불투명해졌다. 안동현 서울대 교수는 "상반기 성장률 속보치(1분기 0.8%, 2분기 0.3%)가 그대로 확정될 경우 3% 성장을 위해선 산술적으로 3, 4분기에 1%씩 성장해야 하는데 최근 5년 간 성장률 추세로 볼 때 너무 높은 목표치"라고 지적했다.

성장을 가로막는 걸림돌도 많다. 당장 메르스와 가뭄이 하반기에도 성장을 가로막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발생하는 소비 위축은 휴가철이 있는 하반기에 더욱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정부 및 한은 성장률 전망치에서 0.3%포인트 비중을 각각 차지하고 있는 추가경정(추경)예산이 당초 합의 시한(24일) 내 편성이 안 되는 경우 성장률 제고 효과를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외적으로도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자본유출 조짐, 중국 경제 및 증시 불안, 여전히 불확실한 그리스 재정위기 사태 등의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

5분기째 0% 성장… 저성장 고착 우려

분기 성장률은 지난해 2분기 이래 줄곧 1% 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당국은 세월호 참사, 메르스 사태 등 일시적 요인을 강조하고 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분기당 1% 미만의, 그것도 0% 초반대의 저성장이 일상화되는 추세다. 2010년 이래 22개 분기 동안 분기 성장률이 1%를 넘었던 때는 7개 분기에 불과하다. 게다가 수출은 환율 여건, 글로벌 경기 부진 등과 맞물려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워 당분간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남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해 하반기 이래 정부와 한은이 공조해 지속적인 재정확장 정책을 펴고 있는데도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는 경제 상황은 “우리나라가 저성장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비관론을 낳고 있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경제연구실장은 “경기순환 요인뿐 아니라 구조적 측면에서도 추세적인 성장률이 연 3%를 넘기기는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안동현 교수는 “금리인하 정책이 가계부채 증가 및 소비 감소로 이어지는 역효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저성장 고착화를 막아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이근태 수석연구원은 “노동 부문을 비롯해 비효율적 구조를 고쳐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내수를 활성화하는 한편, 수출 시장에서도 중국에 추격당하고 있는 전자ㆍ자동차 산업을 대체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ankookilbo.com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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