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7 (월)

[단독] "국정원, 임씨 '감찰'하며 가족도 조사했다"

댓글 4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감찰 중 큰딸·부인에 임씨 근황 물어…"국정원 내부에서도 동요·반감"]

머니투데이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업무와 관련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직원 임모씨(45)의 발인이 거행된 지난 21일 오전 고인을 태운 운구차량이 국정원에서 노제를 마친 뒤 나서고 있다. 2015.7.21/뉴스1 <저작권자 &copy;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국가정보원이 자살한 직원 임모(45)씨에 대한 감찰 과정에서 임씨 본인 뿐만 아니라 가족에까지 조사의 범위를 확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임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극단적 결정을 내린 중요한 이유 중 하나로 볼 수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22일 국정원 내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국정원은 사망 수일 전부터 해킹 프로그램 논란과 관련 임씨에 대한 강도높은 감찰을 진행했으며, 이러한 와중에 현재 육군사관학교에 재학 중인 임씨의 큰 딸에게도 국정원 감찰 담당자의 연락이 닿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임씨가 국정원 내 감찰반으로부터 조사를 받으면서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는데, 국정원에서 큰 딸에게도 아버지의 최근 상황을 묻는 등 연락을 취하고 임씨의 부인에 대해서도 비슷한 내용을 조사하면서 더 큰 심적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망 전 임씨는 해킹 프로그램 논란에 따른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와 자책감, 이에 따른 조직의 감찰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감찰 과정에서 가족들까지 영향을 받으면서 가장으로서 더 큰 죄책감에 시달렸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육사 생도로서 향후 공직에 복무하게 될 큰 딸이 해킹 프로그램 논란과 관련해 임씨 본인의 '실수'로 혹시 모를 피해를 입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컸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임씨는 유서에서 큰 딸에게 "마음에 큰 상처를 주어 미안하다"며 애달픈 '부정(父情)'을 드러내기도 했다.

"부부싸움을 하고 나간 남편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임씨 부인의 첫 신고, 국정원이 부인에게 전한 "남편이 나오지 않았다"는 통보 역시 최근 국정원의 강도 높은 전방위 감찰에 따른 임씨 가족의 어려운 상황이 드러난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정원 내부에서도 구성원들의 조직에 대한 반감이 상당히 고조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임씨는 평소 강직하고 책임감이 강한 성격으로 주변으로부터 적지 않은 신뢰를 받아왔고, 마지막 순간까지 유서를 통해 "정말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며 조직을 보호하는 사명감을 내비쳤는데 '가족까지 불안하게 만든 것은 지나친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다른 사정당국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직원들의 자살 또는 자해 사건들은 주로 특유의 조직에 대한 '충성심' 등에서 비롯된 반면 이번에는 강도 높은 감찰을 통해 사실상 '조직이 직원을 사지로 내몬 것'"이라며 "수년간 국정원의 잇단 '실책'과 더불어 내부 분위기는 그야말로 부글부글 끓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희은 기자 gorgon@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