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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국정원 해킹 ‘불가살이(不可殺伊)’…의혹ㆍ쟁점 갈수록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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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국가정보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 및 도ㆍ감청 의혹 사태가 날마다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면서 끝 모를 지경으로 커지고 있다.

해킹 프로그램 구입과 해킹업무를 담당했던 국정원 직원 임 모(45)씨의 자살이라는 비극에도 불구하고 쟁점과 의혹만 증폭되는 형국이다.

새누리당과 국정원은 새로운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직간접적인 해명에 나서고 있지만 죽일 수 없는 ‘불가살이(不可殺伊)’처럼 속수무책으로 보인다.

▶여야, 박근혜ㆍ안철수 겨냥 공세 강화=정치권은 국정원 해킹이라는 블랙홀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회 정보위원회 차원에서 당장이라도 국정원을 방문해 현장조사를 실시하자는 입장이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의혹검증이 먼저라며 검찰수사와 청문회, 특위구성, 국정조사 등을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21일 만나 밤늦게까지 머리를 맞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돌아섰다.

헤럴드경제

특히 새누리당은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드러날 경우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국민정보지키기위원장에게 정치적ㆍ도의적 책임을 묻겠다며 벼르고, 새정치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시간이 흐른 뒤에도 만만찮은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는 초기에 제기됐던 2012년 대선을 전후해 야권을 상대로 해킹했다는 의혹이나 국내 변호사를 해킹했다는 의혹, 이탈리아 해킹업체 로그파일에서 한국 인터넷프로토콜(IP) 주소 138개가 발견됐다는 의혹조차 풀리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과 국정원은 이 같은 의혹이 대부분 사실이 아니거나 오류라는 입장이지만 일부는 추정을 근거로 하는 등 석연찮은 대목이 여전히 남는다.

▶국민 절반 이상이 국정원에 의혹어린 시선=한 여론조사기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정원 해킹프로그램이 내국인 사찰에 사용됐을 것이라는 응답이 52.9%로, 대테러ㆍ대북활동을 위해서만 해킹했을 것이라는 응답인 26.9%에 2배에 달했다. 이는 이번 사안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눈높이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미 고인이 된 임 씨의 자살을 둘러싸고도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새누리당은 임 씨의 죽음을 새정치연합의 정치공세 탓으로 돌리는가하면, 새정치연합은 임 씨가 국정원 내부감찰에 압박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꼬리자르기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임 씨가 유서에서 “오해를 일으킬 자료를 삭제했다”고 밝힌 것도 의혹을 증폭시켰다.

20여년간 이 분야에서 일한 전문가인 임 씨가 디지털 포렌식 방식으로 복구 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료를 삭제했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임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시점에는 다른 부서에 소속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월권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선 국정원이 임 씨의 실종 당시 가족에게 거짓 신고를 지시했다는 의혹마저 제기된 형편이다.

여기에 국정원과 이탈리아 해킹업체를 중개한 것으로 알려진 이번 사안의 핵심인물인 허손구(60) 나나테크 대표가 캐나다로 출국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와 수사당국의 방조 아래 사실상 해외도피한 것 아니냐는 논란도 더해졌다.

▶납량특집 수준의 번호판 논란=의혹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 못해 납량특집 같은 이야기마저 돌고 있다.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22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임 씨가 운전한 차량과 시신이 발견된 차량이 서로 다르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경찰이 임 씨가 운전중이라며 배포한 CCTV 사진에서는 차량의 번호판이 흰색이지만 시신이 발견된 차량의 번호판은 초록색이라는 것이었다.

이에 경찰은 “빛 반사 각도에 따른 착시현상”이라고 해명했지만, 전 최고위원은 다시 “코미디에 가까운 해명”이라며 CCTV 속 차량 번호판은 가로가 길고 세로가 좁은 신형이지만 시신이 발견된 차량의 번호판은 가로가 좁고 세로가 긴 구형이라고 재반박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CCTV 속 번호판이 흰색에 검은 글씨, 시신이 발견된 차량 번호판은 초록색에 흰색 글씨라는 점을 들어 ‘전 국민을 색맹으로 만드냐’는 비아냥이 쏟아졌다.

이와 함께 국정원이 임 씨가 목숨을 끊은 이후 ‘직원 일동’ 성명을 내고 국정원에서 노제를 진행한 것 역시 고인에 대한 안타까움과 조의를 표한다는 측면에서 심정적으로는 이해되지만 국가 최고정보기관으로서는 부적절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직 국정원 직원은 “국정원이 지나치게 매도당하고 있는 상황이나 후배 직원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라면서도 “국정원 직원은 입이 있어도 말을 못하는 운명을 타고 난 사람들인데 아쉬움도 있다”고 말했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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