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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기자수첩]동료 결백 위해서라도 '국정원 해킹 의혹'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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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국가정보원 해킹 사건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해킹 업무를 총괄하던 팀장급 요원 임모씨(45)의 죽음 이후 의혹은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임씨는 유서에서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결백을 강조했다. 국정원 직원들은 공동 성명에서 정치권의 해킹 관련 정보 요구에 대해 "근거 없는 의혹을 입증하기 위해 국정원이 더 이상 정보기관이기를 포기하라는 요구와 같다. 국가 안보에 어떤 해악이 미치는지에 대한 고려는 없다"고까지 했다.

그러나 임씨의 죽음을 동반한 해명과 국정원 직원들의 이례적인 성명에도 불구하고 의심을 거두는 사람들은 드물다. 임씨가 결백하다고 주장하면서도 스스로 죽음을 택한 점, 죽기 전 관련 자료를 삭제한 점 등 때문이다.

여기에 국정원의 '과거 이력'은 의심을 더 키운다. 국정원은 2012년 대선 때 인터넷을 통해 선거에 개입하려 했다. 간첩사건의 증거를 조작하려 했다가 변호사들에 의해 적발된 적도 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북풍 사건' '불법 도청 사건' 등 많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이력이 있다. 국민들에겐 '양치기 소년'의 기억이 생생히 남아 있는 것이다.

야당은 이날 검찰 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의혹이 남아있는 만큼 제3자가 진실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검찰 내부에서도 수사 필요성에 대해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에 대한 수사는 쉽지 않다. 국정원법은 "직원이 직무상의 비밀을 증언하거나 진술하려는 경우 미리 원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하고 있다. 또 "수사기관이 직원에 대해 수사를 시작한 때와 수사를 마친 때에는 지체 없이 원장에게 그 사실과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는 조항도 있다. 사실상 국정원장의 허락을 받고 수사를 해야한다는 의미다.

이같은 조항 때문에 국정원에 대한 수사는 벽에 자주 부딪혔다. 실제로 검찰은 2013년 10월 국정원 댓글 사건에 연루된 국정원 직원 3명을 체포하고도 국정원의 반발로 석방해야만 했다.

이번 수사는 과연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민간인을 사찰한다'는 의심을 받으면서 국정원이 업무를 계속하긴 어렵다. 국민들의 의심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국정원의 활동은 앞으로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죽음으로 결백을 주장한 동료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라도 의혹의 실체는 명명백백 규명해야 한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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