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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마스크 쓰고… 응급실 꺼리고… 메르스 광풍 '빛과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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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쁜 신경외과 진료실

요즘 메르스가 병원 진료실 풍경을 확 바꿔놓았다. 메르스 발병 이전에는 밀려드는 외래 환자들로 5분 간격으로 환자들을 보느라 숨가쁜 나날을 보냈다. 하지만 메르스 발병 이후에는 환자 발길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지면서 환자 1인당 진료시간이 늘어나 환자의 이모저모를 살피고 충분한 대화를 나누는 등 한결 여유로운 진료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 입장에서는 이상적일 수 있지만, 병원 경영진에게는 국가 부도위기에 놓인 그리스와 흡사할 것이다.

메르스에 따른 또다른 변화는 환자나 의료진 모두 진료실에서 마스크를 쓴다는 것이다. 의사들에게 진료실에 들어 오는 환자의 얼굴을 살피는 것은 진단의 시작이자 의사소통의 중요한 수단인데, 마스크 착용은 이런 시진(視診)과 교감을 가로막는다. 그럼에도 메르스 종식 선언이 있기까지는 감염예방이 우선이므로 마스크 착용은 꼭 필요하다. 마스크를 쓰고 이야기 하는 것이 의사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진료실에 들어온 후 마스크를 벗는 분들도 간혹 있다. 이런 경우 필자는 진료실 내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행동이므로 다시 착용하시라고 권한다. 환자를 통해 의사가 감염되면 더 많은 환자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달라진 진료실 풍경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응급실로 바로 가야 될 환자가 외래진료실로 온다는 것이다. 응급실에서 슈퍼전파자에 의한 다수 감염이 알려지면서 응급실이 메르스 감염의 최고 위험지역으로 인식, 응급실 방문을 꺼리는 환자들이 늘어난 게 이유다. 그러나 몇 시간 전에 발생한 언어장애와 부분마비 증상으로 응급실이 아닌 외래를 방문하는 환자는 뇌졸중의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크다. 중풍으로 알려진 뇌경색의 경우 발병 4~5시간 내에는 가장 효과가 높은 정맥혈전용해제를 사용할 수 있고 6~8시간까지는 혈관내시술을 통한 혈종제거술 시행이 가능하지만, 이 시간이 지나면 치료방법도 제한되고 예후도 안 좋다.

뇌졸중으로 통원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이 메르스 감염의 우려로 병원을 찾지 않거나 보호자 대진을 하는 경우도 늘었다. 뇌졸중 환자들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을 함께 갖고 있어서 지속적인 약물 치료가 필요한데, 일시적인 약물 중단에 따른 증상 변화가 당장 나타나지 않아 자의적으로 약 복용을 중단하기 쉽지만, 약물중단에 따른 중증 뇌졸중 재발이 드물지 않게 목격되므로 병원방문이 꺼려진다고 약 복용을 중단하면 안 된다. 또한 과거 뇌졸중으로 인한 편마비가 왔다 하더라도 고령이 아닌 한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으므로 메르스 감염에 취약할 것이라고 지레 겁먹고 병원 진료를 기피하면 안 된다.

박익성 가톨릭대 부천성모병원 뇌졸중센터장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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