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의혹 공방, 또다른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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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씨 역할은=국회 정보위의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19일 국정원을 상대로 알아낸 사실이라며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 의원은 임씨의 역할과 관련해 “문제가 된 (해킹) 프로그램을 직접 구입하고 사용한 직원”이라며 “대상자가 정해지면 e메일에 (해킹하기 위한 악성코드를) 심는 기술자였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여당 정보위원도 “4인1조로 된 팀원 중 한 명이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주로 산업스파이 등을 수사하는 3차장 소속이었다”고 말했다. ‘단순 기술직’이었다는 것이다.
◆삭제된 자료는=임씨는 유서에서 “대(對)테러·대북공작 활동에 지원했던 자료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내국인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하면서다. 국정원도 같은 주장을 폈다. 이 의원은 “대테러국과 대북공작국만 임씨가 속해 있는 부서로 자료를 요청할 수 있다고 한다”며 “그런 만큼 내국인에 대한 자료 요청은 있을 수 없다”고 국정원이 보고해 온 내용을 전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삭제된 자료가 정당한 대테러·대북공작 대상자의 이름으로 추정된다”며 “복원되면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임씨가 지운 자료는 ‘디지털 포렌식(삭제된 자료의 복원 등 전산자료 수집·분석 기법)’으로 100% 복원이 가능하다”고 새누리당에 보고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오늘(19일) 밤 안에 (복원 내용의)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며 “하지만 상세한 내용은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따라 삭제된 자료를 복원하는 게 이렇게 손쉬운데 왜 전문가인 임씨가 굳이 삭제를 했는지도 의문이다. 유서에 적힌 삭제 이유는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해서”와 “혹시나 오해를 일으킬(까봐)”였다. 이에 대해 국정원 측은 “‘대테러·대북공작 대상자들이 노출되면 안 되는데’ 하고 임씨가 걱정을 많이 한 것으로 안다”며 내국인은 아니지만 국정원이 특정인의 뒤를 캔 것 자체가 문제가 될까 우려해 삭제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 이 의원은 “국정원에 임씨가 자료를 삭제한 이유를 묻자 ‘4일간 잠도 안 자고 일하면서 공황 상태에서 착각하지 않았겠느냐’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 신경민 의원은 “임씨가 내국인 사찰을 안 했다고 소명만 되면, (오히려) 국가로부터 훈·포장을 받아야 할 일”이라며 결국 임씨의 활동이 정당한 국정원의 권한에 속하지 않아 자료를 삭제한 게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왜 자살까지 했나=국정원의 해명대로라면 임씨가 내국인을 사찰했을 가능성은 없다. 그런데도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했다. 임씨는 유서에서 자료를 삭제했다고 밝힌 뒤 “부족한 판단이 저지른 실수”라고 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는 “이병호 국정원장이 지난 17일 ‘이번 사안과 관련해 모든 걸 공개하겠다’고 한 뒤 임씨가 전전긍긍한 것 같다”고 했다. 종합하면 자료를 삭제한 자신의 실수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한 보안 전문가는 “복원을 해도 한 차례 삭제했던 기록은 남기 때문에 책임을 면하기는 힘들다고 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정원 사정에 밝은 정부 관계자는 “아마 임씨가 친북 외국 인사들을 유인하기 위한 작업(국내 맛집 정보 관련 문자메시지 작성 등)을 했던 게 자칫 내국인 사찰로 의심을 받을 것이라고 혼자 판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 사정기관 담당자는 “임씨가 장비 구입 과정에서 국정원을 가리키는 ‘5163부대’라는 암호를 버젓이 쓴 점 등을 놓고 기관 내에서 ‘아쉽다’는 얘기들이 있었다”며 “이런 기류도 임씨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했다.
남궁욱·이지상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남궁욱.이지상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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