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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불법해킹 없다는 국정원 직원, 극단적 선택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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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 논란이 민간사찰 등 불법 해킹 의혹으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업무를 수행했던 국정원 직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내국인과 선거 사찰을 전면 부정하는 유서를 남겨 국정원 불법 해킹 의혹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19일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국정원 직원 임모씨(45)는 18일 낮 12시 2분께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화산리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임씨는 자신의 마티스 승용차 운전석에서 옆으로 쓰러진 채 발견됐으며, 차량 뒷좌석엔 번개탄이 피워져 있었다. 조수석에서는 가족과 부모, 국정원에 보내는 유서 3장이 발견됐다.

경찰은 이날 유서 3장 중 가족과 부모에게 보내는 내용이 담긴 유서 2장을 제외한 국정원 관련 유서 전문을 전면 공개했다.

애초 유족은 유서 공개를 완강히 거부했으나 유서를 공개하지 않을 경우 난무하는 온갖 추측을 바로 잡기 어렵고, 국정원의 신뢰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공개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씨는 국정원장과 차장, 국장 등 3명 앞으로 쓴 유서에서 “내국인에 대한, 선거에 대한 사찰은 전혀 없었다”며 항간에서 일고 있는 국정원의 불법 해킹 및 도·감청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동료와 국민들께 큰 논란이 되어 죄송하다”면서 “업무에 대한 지나친 열정이 오늘의 사태를 일으킨 듯 하다”고 적었다. 그는 불법 해킹 의혹이 불거진 이후 내부적으로 관련 자료를 삭제한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외부에 대한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혹시나 대테러, 대북 공작 활동에 오해를 일으킨 자료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저의 부족한 판단이 저지른 실수였다”면서도 “이를 포함해서 모든 저의 행위는 우려하실 부분이 전혀 없다. 저와 같이 일했던 동료들께 죄송할 따름이다”면서 다른 의도가 없었음을 분명히 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앞으로 저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잘 조치해 주시고, 국정원 직원이 본연의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한치의 주저함, 회피함이 없도록 조직을 잘 이끌어 달라”는 내용을 지휘부에 남겼다.

박지영 용인동부경찰서장은 “검안 결과 (임씨는)일산화탄소 중독사로 추정된다”면서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원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차량 안에서 유서가 발견되고, 몸싸움 등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임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경찰은 임씨가 집과 13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됨에 따라 해당 동선에 설치된 CCTV와 번개탄 판매처 등을 파악해 임씨의 사망 원인을 파악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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