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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국정원 직원 유서 공개됐지만…의혹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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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임씨 '자료삭제' 밝혀…내부 압박 있었나

해킹프로그램 사용기록 열람 허용 불만 있은 듯

與, 정치공세 확산 경계 vs 野 "임씨 죽음 철저히 수사해야"

뉴스1

19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동부경찰서에서 국가정보원 직원 A(45)씨가 작성한 유서를 공개하고 있다. A씨가 국정원 직원 등에게 남긴 유서에는 국정원의 해킹프로그램 구입 관련 내용이 담겨있다. 2015.7.1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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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허남영 기자,박응진 기자,김영신 기자 = 자살로 추정되는 국가정보원 직원의 유서가 19일 공개됐으나 의혹은 더욱 확산되는 모양새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19일, 전날 용인의 한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된 국정원 직원 임모(45)씨의 유서를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유서는 임씨가 남긴 노트 3장 분량의 유서 가운데 가족 앞으로 남긴 유서를 제외하고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노트 1장의 내용이다.

임씨는 국정원장과 차장, 국장 앞으로 남긴 유서에서 "동료와 국민들께 큰 논란이 되게 되어 죄송하다"며 "지나친 업무에 대한 욕심이 오늘의 사태를 일으킨 듯 하다"고 말했다.

유서 내용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자료 삭제'에 대해 언급한 부분이다.

임씨는 "혹시나 대테러, 대북 공작활동에 오해를 일으킬 자료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외부에 대한 파장보다 국정원의 위상이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저의 부족한 판단이 저지른 실수였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를 삭제했는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자료 삭제'에 따른 압박으로 마음 고생이 심했을 것이란 추측이 가능하다.

앞서 국정원은 지난 17일 이번 해킹 프로그램 논란과 관련한 입장 발표문을 통해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국회) 정보위원들의 국정원 방문을 수용키로 했다"면서 "국정원은 (프로그램) 사용 기록을 정보위원에게 보여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숨진 임씨는 "(자료삭제를) 포함해서 모든 저의 행위는 우려하실 부분이 전혀 없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아울러 "앞으로 저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잘 조치해 주시기 바란다"며 "국정원 직원이 본연의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한치의 주저함이나 회피함이 없도록 조직을 잘 이끌어 주시길 바란다"는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정황상 임씨는 국정원이 국회 정보위원에게 해킹 프로그램 사용기록 열람을 허용한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임씨의 죽음과 관련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정보위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자살한 직원이 삭제한 자료는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100% 복구가 가능하다"며 그의 죽음이 정치공세로 확산되는 것을 경계했다.

이 의원은 또 숨진 임씨가 지방 대학 전산과를 졸업한 후 지난 20년간 국정원에서 사이버 안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직원이라며 "정열을 바쳐 국가를 위해 일하는 직원들이 정치에 휘말려서 압박을 받아 세상을 달리하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정치권에서도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임씨의 죽음에 대해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당 '국민정보지키기' 위원장인 안철수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언론 보도 이후 그동안 국정원 내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국민들은 궁금해 한다. 고인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정말 의아해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고인이 스스로 목숨을 버린 원인과 배경이 무엇인지 수사당국은 철저한 수사를 통해 한 점 의혹 없이 국민 앞에 밝혀 달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또 "언론에서 제기된 많은 의혹에 대해 국정원은 결백만 주장할 게 아니라 국민이 믿을 수 있게끔 책임 있는 답변을 통해 스스로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며 "의혹에 대한 국정원의 해명을 토대로 관련자에 대한 국회 정보위 또는 국회조사특위 차원의 청문회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직원 임씨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여야는 신경전을 벌였다.

새누리당 정보위원인 박민식 의원은 "상당히 민감한 사항과 국정원 활동이 노출될 것을 임씨가 굉장히 염려한 것 같다"며 "일부에서는 자살이 아닌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지나친 음모론"이라고 했다.

새정치연합 정보위원인 신경민 의원은 "야당 때문에 (국정원 직원이) 죽었다고 한다면 어처구니 없는 설명이다. 자살한 분의 어저께 경위에 대해서도 의문이 매우 많다"며 "무조건 야당 때문에 죽었다는 주장을 되풀이 한다면, 납득하는 국민은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일각에서 제기되는 '야당 책임론'을 반박했다.

nyh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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