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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메르스 종식임박]병원문화 도마..보호자 필요없는 포괄간호 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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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병문안 문화, 과밀 응급실 메르스 전파 쾌속정 역할...다인실 축소도

여러 병원 경유한 ‘의료쇼핑’도 다른 병원 내 메르스 감염 확산에 큰 영향

뉴스1

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의 2차 진원지로 지목을 받고 있는 삼성서울병원을 관리·감독하기 위해 급파한 '방역관리 점검·조사단'이 지난 6월 15일 오후 삼성서울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5.6.15/뉴스1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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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메르스 초기 대응 부실로 바이러스 확산이 시작됐지만 그 전파 속도가 더 빨라진 것은 우리나라의 좁디좁은 응급실·병실 구조 영향이 컸다. 한국만의 병문안 문화로 인한 가족 감염자도 상당수 발생했고, 여러 병원을 경유하다가 추가 감염자가 발생하기도 해 이번 메르스 사태로 우리나라 병원 환경과 문화에 대한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의 경우 응급실 내 병상 간격이 널찍하게 떨어져있고 병상마다 벽으로 분리된 곳들도 많아 우리나라 의료환경과 다르다는 게 의료계 한 전문가의 설명이다.

◇ 과밀응급실 메르스 전파 증폭기 역할

그 만큼 병원에 가면 다른 환자로부터 감기를 옮는다는 웃지 못 할 얘기는 유독 우리나라에만 있다. 바로 고착화된 돗떼기식 응급실 구조 때문인데 이번 메르스 사태로 수면 아래 있던 이 문제는 가장 해결책이 필요한 부분 중 하나로 떠올랐다.

예전부터 응급실 과밀화 부분은 꾸준히 지적돼왔다. 하지만 고치지 못해 그 뇌관이 이번에 터진 셈이다. 대표적인 예로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응급실 내 슈퍼전파 14번 환자로부터 전체 확진자의 절반에 가까운 감염자들이 발생했다.

2014년 응급의료기관 평가 자료에 따르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과밀화지수는 133.2%로 나타났다.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응급실에 133명이 모여 있다는 얘기가 된다. 빽빽한 환자들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은 자체 밀폐효과가 발생하면서 감염확산이 빨라졌던 것으로 풀이된다.

병실구조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우리나라는 다인실 기본이 6인실(약 50㎡로 15평)이다. 하지만 이 안에는 보호자 혹은 간병인도 상주해 공간이 더욱 비좁을 수 밖에 없다. 결국 병실 내 메르스 감염자들도 상당 수 발생했다.

보건당국은 메르스 사태를 통해 6인실 위주의 일반병실 기준을 선진국처럼 4인실로 축소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앞서 메르스 정례브리핑을 통해 "일반병상은 현재 6인실 중심으로 돼 있고, 여기에 사적 간병으로 가족이나 간병인이 들어가 있다"며 "이런 부분이 문제여서 4인실 위주로 일반병실 기준을 축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응급실 과밀화 부분도 해소해 나갈 방침이다. 당국은 이러한 내용 등이 담긴 감염관리 종합대책안을 7월말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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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집중관리병원이었던 경기도 한 종합병원. /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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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환자 186명중 65명이 보호자, 방문객...포괄간호서비스 탄력

이와 함께 가족이나 간병인의 환자 보호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일반병실 기준을 4인실로 축소해도 가족 혹은 간병인이 병실에 상주한다면 사실상 환자와 밀접접촉이 가능하기 때문에 감염 문제 해결에 제한점이 생긴다.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우리나라만의 병문안 문화가 이번 메르스 확산 속도를 높였다고 지적했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번 메르스 환자 총 186명 중 65명이 환자의 가족이나 보호자, 방문객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확진자들 중 35%에 해당하는 비율이다. 이들 대부분 퇴원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사망자도 있었다.

선진국의 경우 가족은 환자 옆에 상주할 수 없도록 돼있다는 구조다. 한국과 WHO 메르스 합동평가단케이지 후쿠다 공동단장은 “한국은 가족이 함께 병원을 가거나 병문안 하는 문화가 이번 감염확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보건당국도 국민들에게 “호흡기질환 병실 등 병문안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했었다.

이에 따라 2014년부터 국고지원으로 시범실시되고 있는 '포괄간호시범사업'이 탄력을 받게 됐다. 포괄간호서비스란 보호자나 간병인이 필요없이 간호인력이 환자를 전담해 돌보는 서비스다. 올해부터 지방과 중소병원을 대상으로 확대시행되고 있는데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추진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당초 2018년에 모든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적용하기로 계획돼 있었다.

다만 설비투자 비용과 간호인력 확충이 관건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국내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일반병동 1780여 곳에 포괄간호서비스를 도입하려면 총 4조6000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했다.

여러 병원에서 진료를 받는 의료쇼핑 문제 역시 메르스 합동평가단이 지적했던 문제다.

앞서 76번 환자(여, 75/ 사망)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14번 환자(남, 35/ 퇴원)로부터 노출됐다가 감시망에서 이탈한 뒤 강동경희대병원과 건국대병원을 경유했다. 각각의 병원에서만 5명, 4명의 추가 감염자가 발생했고 이 과정에서 이송 중 구급차 운전자와 동승자도 추가 감염됐었다.

173번 환자(여, 70/ 사망)의 경우도 강동경희대병원에서 76번 환자로부터 노출된 이후 당국의 감시망에서 빠진 채 여러 병·의원을 전전하다 강동성심병원서 확진받은 지 이틀 만에 사망했다. 173번 환자로부터 추가 감염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강동성심병원은 부분폐쇄를 했었다.

응급실과 병실 구조 그리고 간병 문제 등은 정책적으로 바꿔나갈 수 있는 부분이지만 병문안과 의료쇼핑은 국민 의식의 문제로 남게 된다. 이에 대한 공론화가 지속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lys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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